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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11. 2021

좋아진다

커버 이미지 출처: 정은지 - 너란 봄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한 동물이다. 나만 그런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진다 좋아진다'라는 글을 반복해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진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것처럼. 복잡해 보이는 모든 건 의외로 단순한 발상에 의해 풀어지기도 한다. 그게 인간의 생, 인생이다.


세상을 견딜 수 있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바로 이 '좋아진다'라는 마음에서 오지 않을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믿음이 가며, 누가 뭐라 하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인생이 말 그대로 좋아진다. 끝까지 살아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오랜만에 호감을 느끼는 대상이 나타나면 그것 역시 살짝 부족했던 내 인생이 좋아지는 동기가 된다. 새로운 연인이 될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반려식물이든 상관없다. 유명인이거나 드라마, 영화, 유튜브 콘텐츠라도 무관하겠다.


마주함이 기다려지는, 그 순간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세상과 연결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다. 비록 그 대상이 나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내 주체적인 바람을 이루는 현명한 행위가 아닌가. 바람직한 것보다 바라는 것에 집중하는 삶은 '고통스러운 내던져짐'을 잊게 한다.


그런 의미로 이동영 작가의 사전에서 『좋아진다』라는 말은 『기다려진다』와 동의어다. 기대하는 것과 기다려지는 것이 늘 같지는 않겠지만, 세상의 기준에 따르기보다 내 가슴이 '웅장해지는' 설렘을 느끼는 게 핵심이다. 바라보았을 때, 더 나아가 '닿을 수 있을 때' 앞으로 지속 가능할 거라 기대할 때 설렘은 두려움보다 용기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그리움'은 좋아진다는 말과 성립할 수 없다. 멈춰 있는 기억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애틋함만 남는다. 그리움을 해소한 순간 더 이상 그리움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본능처럼 함부로 그리워하지 않는다.


봄이 오려나 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서로에게 기꺼이 실망해도 좋으니 기대하고 설레고 싶다. 상처를 받아도 좋으니 기꺼이 사랑하고 싶다. 다시 눈물을 흘려도 좋으니 이별 따윈 모르는 사람처럼 웃고 싶다.


점점 좋아진다. 봄이.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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