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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23. 2021

다이어트라는 일상의 다이너마이트

Shoes on, getup in the morn' Cup of milk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저께부터.


동기는 명확했다. 딱 이 두 가지였다.

하나, 허리디스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뱃살을 빼야만 한다.
둘,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빼야만 한다.

이토록 현실적인 목표가 설정되고 나니 떠오른 질문 하나.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행할 것인가’     


실패는 사치다. 아니 온갖 변명을 갖다 붙일 구실이 될 게 안 봐도 뻔하다. 곧 죽어도 성공을 향해 가야 하고, 성공만이 가치가 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다이어트한다는 말은 ‘건강해지려고’라는 말보다 훨씬 강한 말이니까.


허리디스크 통증이야 그렇다 쳐도 저 두 번째,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이 도전에 실패하는 건 대.단.히 '쪽팔린' 일이다. 대략 며칠 뒤가 되면 만나야 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지금보다는 나아진 모습이고 싶었다. 이는 나에게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외모가 비록 사람을 판단하는 1순위는 아니라 할지라도, 자기 관리를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이제 그 정도는 아는 나이(짬밥)가 되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내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쇼핑이었다. 일종의 투자였지. 늘 입던 ‘파란색 패션’을 버리고 친구가 알려준 온라인 사이트에서 봄봄봄 하는 색상의 옷을 주문했다. L(라지) 사이즈를 호기롭게 골랐다. L 사이즈가 뭐 대수냐 하겠지만, 난 본래 XL 사이즈를 입기 시작한 지   된 사람이다.

28살까지 64kg를 유지했던 내가 한 때 체중이 87kg까지 쪘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독립해 살고 지만, 29살 즈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나서부터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었다. 기초대사량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까지, 나름 혹독한 다이어트로 어찌어찌 87kg -> 72kg쭉 뺐는데, 최근 77kg까지 도로 쪄버렸다. 새로 산 전기밥솥이 화근이었다. 아니 신라면 건면의 국물이 화근이었다. 아니 그래- 즐겨 먹는 저 라면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늘 살 안 찌려고 남김없이 싹 버리던 라면 국물을 '굳이' 남겨서 밥을 말아먹기 시작한 것이 절대적인 화근이었다. 그랬다.

      

겨우 5kg이 플러스된 개념이 아니었다. 이 숫자는 XL 사이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체중을 의미했다.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꽤 옷태가 나던 몸매가 어느새 배 나온 30대 중반 남성으로 변모해 버린 거다. 게다가 아직 허리 부분에 코어 근육이 형성되기 전이라 그런지, 배가 나오자 갑자기 디스크 통증이 심해진 것이 아닌가.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저께부터 원푸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삶은 달걀만 하루에 8개씩 먹으면 된다는 걸 구글링으로 알게 되었다. 오늘이 무려 이틀째였는데, 바로 포기했다. 사람이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슬퍼진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우울해지고, 텐션은 낮아지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더니... 결론은 원푸드 다이어트의 성공이 아니라, '다이어트의 성공'이라는 본질적 목표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그것도 인생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결국 오늘 저녁, 물만두를 몇 개 ‘쪄서’ 먹었다. 살 것 같았다. 바로 텐션이 돌아왔다. 근데 이걸로는 텐션 ‘유지’가 될 리 없었다. 그냥 쌀밥을 지어서 먹기로 했다. 역시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사람이 사는 건 몹쓸 짓이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인생이 우울해지는 건 정말이지 아니다 싶었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도 분명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인데 말이다.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L사이즈를 멋지게 차려 입고 허리디스크 통증이 없는 컨디션으로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여유 있는 미소를 유지할 수 있을까?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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