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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28. 2021

내 인생은 귤처럼 달아지지

상처에 굴하지 않고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는 귤처럼

귤을 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어렸을 적 <SBS 호기심 천국>이란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잡상식 중 하나다.

귤은
높은 곳에서 몇 번 떨구면
그 맛이 달아진다

(찾아보니 1999.1.3. 방송분이었는데, 영상으로 찾으신 분 계시면 댓글로 링크 부탁해요) 


귤을 높은 곳에서 몇 차례 떨어뜨리면 '상처'가 생긴다. 상처가 난 귤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귤의 놀라운 대처에 인사이트가 있다.


귤이 스트레스를 받는 그 순간, 성장을 조절하는 '에틸렌'이라는 효소 분비가 '촉진'이 되고, 이 효소 때문에 귤의 당도는 높아진다는 거다. 오호라, 신기하도다. 신맛(산도)은 변화가 없지만 단맛(당도)은 20% 이상 증가된다니.  


여기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귤의 보호본능(?)이라 하겠다. 귤이 달아지는 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장을 촉진하는 에틸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란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말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 없이 까먹던 노란색 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엉뚱한 사색. 귤에게도 정말 보호본능이란 게 있는 것일까.


분명한 건 인간인 나에게는 self-보호본능이 있다.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는 귤처럼 산다. 10대나 20대 때는 멘털 관리가 어려웠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의 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점점 닳아지는 인생보다
점점 달아지는 인생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이 내게 닥쳐와도 다소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면 상처나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 시니컬이나 쿨병과는 개념이 다르다. 세상에 회의적이거나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전제나 목적이 아니기에 그렇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려는 태도가 너털웃음을 짓고 넘기게 하는 비법이다. 빠져들지 않는 태도. 여기에서 내 성장을 조절하는 무엇인가의 분비가 촉진되듯이, 지나고 나면 부쩍 성장한다.  


인생에도 현명한 이슈관리가 필요하다. 무작정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은 뒤부터 때로는 진통제를 써서 통증을 유예하거나 자연치유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나는 내 성장을 위해서, 나를 상처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려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보단 아플 때 잘 대처한 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좋아한다.(내가 한 말이다)


어떤 것도 나를 상처 주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와 자기 성장의 굳은 의지. 귤에게 인생을 배웠다. <호기심 천국> 실험에 따르면, 굳이 귤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손으로 주무르기만 해도 귤은 달아진다고 한다.


날 가만히 두지 않고 떨어뜨리고 주무르려는 이 세상에게 고한다. 이제 난 나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나를 나이지 못하게 하는 상황들은 이제 날 벼랑 끝으로 내몰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쓴맛을 볼 때마다 성장하는 내 인생은 더욱 달콤해질 것이니까.

세상에 치일 때마다 점점 맛있어질 소중한 내 인생을 위하여. 귤~!(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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