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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05. 2022

때문인 듯 덕분인 것들

너 때문이야 아 아니 너 덕분이야

말이 허리디스크지, 스무 살 적 군대에서 처음 터진 디스크가 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3회의 수술에 걸쳐 날 이토록 괴롭히 줄은, 무거운 걸 드는 일이 귀신보다 무서운 일상을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때문에? 모르겠고요

근데 그 덕분에.. 때문에? 덕분에... 그래, 덕분에 다리 꼬는 습관, 짝다리 짚는 습관, 엎드려 자는 습관 등 평소 자세를 스스로 신경 쓰며 교정하기에 이르렀다. 아마 키가 3cm 정도는 더 커졌을 거다. 구부정한 자세에서 꼿꼿한 자세로 많이 바뀌었으니까.

다리꼬지말라는노래를다리꼬고부르는악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이런 이동영 작가 덕분에 자세를 바로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허리 펴고 어깨 펴고 목 집어넣으시길.

거꾸로 봐도 허리피라우

허리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틀어진 자세가 많이 고쳐졌다. 다이어트의 절박함 역시 남다르다. 그렇다고 이걸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참 모호하지만 어쨌든 전화위복이란 말이 적절하긴 하겠다. 모든 경험에 있어 가장 핵심은 '무얼 남기느냐'다. 그 경험을 할 때는 '무엇을 남겨야지!'라는 압박에 시달릴 것까진 없겠지만. 결국 뒤에 자연스럽게 남는 것을 보면 그 경험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마치 전쟁통에 많은 발명품이 지금 평화로운 일상 중 편리함을 더해주는 것과 같겠다. 1차 세계대전 때 헝가리의 신문기자 라슬로가 잉크 리필 만년필이 불편해서 발명한 둥근 볼펜이 작가의 필수품이 된 것처럼.


자취생에겐 필수품인 전자레인지 역시 레이더 장비에 쓰일 마그네트론 연구를 하다가 우연한 발견으로 전쟁통에 발명한 것이니 때문인 듯 덕분인 것들에 포함할 만하다. GPS, 선글라스, 손목시계, 티슈, 마가린, 카디건 등도 다 전쟁통에 처음 고안되었다고 한다.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전쟁 같은 코로나 시국에 메타버스나 모빌리티,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는 그냥 무너지는 법이 없다. 다시 돌아갈 일상을 꿈꾸며 초토화된 중에도 많은 걸 진보하게 한다. 인간 만세다. 또 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커플을 볼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만나려고 수많은 이별을 했었나 보다'


노래 가사로도 손색없는 이 희대의 구라는, 때문인 듯 덕분인 듯 아무튼 구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만남과 이별은 더 좋은 만남, 더 좋은 이별, 더 좋은 사랑을 하도록 돕는 기반임엔 틀림없겠다. 다시 사랑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성장하게 만든 것은 그 X 같은 사랑이 분명하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 졸작을 냈던 덕에 역전의 기회가 있다. '졸작만 내는 작가'라는 오명을 씻을 기회의 여지는 늘 '대작'만 내는 작가보다 더 많고, 부담은 훨씬 적다. 지금까지 무명이었다면, 앞으론 유명해질 일만 남아있는 거다. 우린 이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새삼 우주에서 우리를 바라보면 이 모든 게 다 부질없는 먼지들의 발악이다. 일희일비도 그렇고, 인정투쟁도 그러하며, 내가 살아있는 한은 당장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는데 모든 게 다 끝난 듯이 사는 어리석음은 이제 거두어도 좋을 때라고 생각해보자.

때문인 것만도 아니고
덕분인 것만도 아니다.

자책만 할 것도 아니고
외부 탓으로 돌릴 것만도 아니다.


그저 살아가야 하는 삶에 감사함으로 정신 차리고 계속 살아가야 하겠다. 삶은 긴장과 이완, 원칙과 타협 속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균형을 찾는 일이지, 꼭짓점에 이르면 끝나는 무엇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분하거나 슬퍼서 눈물나는 일에도 지나고 보면 다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숙한 만큼 지혜로운 만큼 삶을 감사와 다행함으로 바라보는 괜찮은 시선만큼. 한동안 '때문'이라 생각했어도 결국엔 '덕분'으로 남으리라.


강연문의: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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