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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05. 2023

계속해보겠다는 결심

대학원의 지난한 과정을 견뎌 보기로 마음먹었다

며칠을 앓았다.

https://brunch.co.kr/@dong02/2358

이 글에 나온 고민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지루한 반복이 뻔해 보이는데, 1학기 등록금 700여 만원을 낸 사실과 대학원 네임밸류가 좋다는 이유로 졸업까지 (이르지 않은 30대 후반에)사서 고생을 더 해야 할까? 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교육대학원 석사 졸업 목표 이외에 내가 계속 학원을 다녀야 하는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


며칠째 먹는 대로 체하고 편두통은 심한데 허리까지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침대에서 낮을 보내고 밤엔 말똥말똥하니 춥더라도 어떻게든 움직이려 진통제와 소화제를 몇 알씩 먹고 밖에 잠깐씩 나왔다. 그리고 어제, 가장 컨디션이 좋아진 걸 느끼고 잘 모르는 동네의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안암동 부근에 사는 나는 경희대 쪽으로 가본 적이 없었는데, 그쪽으로 그냥 향했다. 오, 모르던 건물·시설들도 보이고 나라에서 아주 잘 정비해놓은 산책길도 보였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 볼 생각을 못했지? 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인생에 대입했다.

역시 가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야


처음엔 이제(자퇴하면) 곧 떠날지도 모르는 동네니까.. 하고 그냥 출발했던 건데 막상 새로운 풍경을 보고 나니 뿌듯했다. 그때 잠시 인스타그램을 켰다. 이 감정과 풍경을 '*스토리'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게시 24시간 후 사라. 나중에 '과거의 오늘' 기능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데 인스타그램 친구(모 대표님) 스토리 테두리가 유독(!) 반짝이는 게 아닌가. 사진을 올리기 전 클릭해 봤다.

«일의 격»이라는 책을 필사해서 올린 스토리였다. 난 "유레카!"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원출처

지루함을 견디는 것... 지루함을 견디는 것.. 나는 걸으며 되뇌었다. 모든 고민을 초월하여 대학원을 계속 다녀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하는 훈련에서 오는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최고선수들만의 차별점이라니.


성공의 가장 큰 적은
실패가 아니라 지루함


또한 그 대표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필사본 가장 하단에는 이 문장도 적혀 있었는데, 나에겐 질문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문장이다.

원출처는 «신경 끄기의 기술»
목표는 멋지지만 목표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가 가득하다. 지루한 길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이다.


유레카!!! 바로 이거다 생각했다.


나는 목표한 석사 졸업의 성공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싶은가?로 행복을 꿈꿀 일이 아니었다. 답답다는 건 연신 답만 외치기 때문이 아니던가. 질문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거다. 그게 바로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의 대전환이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구나. 아 이거구나. 나는 행복하지 않은데 왜 해? 내가 하고 싶은 건 졸업 말고 모르겠는데 계속해야 해?라고만 질문했었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딜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대로 던져본 적이 없던 것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자, 다시 대학원 동기샘들께 공개선언을 했다.

결심했습니다. 계속해보기로요. 저는 이제 자퇴에 '자'자도 꺼내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 위 문장들을 공유했다. 내가 단순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질문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난 평범한 플레이어로 남고 싶지 않다. 비범한 플레이어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성인 기준 성인교육, 직장인 대상 기업교육계에서 내가 연구하고 실행하는 교육이 길이 남기를 바란다.


교수가 되면 오래 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뛰어든 대학원 석사졸업 도전의 지난한 과정에, 한 번의 깊은 방황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Finish는 성취와 몰입과 의미와 즐거움이 있는 행복이라 믿으며. 견딜 것이다. 고통을. 매일 반복하는 훈련의 지루함을. 기어이, 해내고야 말 것이다.


잠시 방황하며 아팠던 지난 며칠은, 새해·학기 초 '액땜'이었던 걸로.


Lhh2025@naver.com(이동영 작가, 글쓰기 강사)



+이후 이야기 4학기 다니고 현재는 강의와 집필 본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휴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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