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보다는 너와 나의 거리 유지, 너와 나의 다름 인지, 너와 나의 코드 일치와인정(존중)을 따지기 위해 MBTI, 혈액형, 궁합 등을 우리는 속는 셈 치고 믿곤 한다.
제일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에 딱 기분 좋은 사이 아니 그 거리감이 무관한 사이, 더 가까워지지 못해도 아무래도 괜찮은 사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엔 타이밍이 우선순위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게 핀트가 안 맞아 한쪽에서 서운해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면 사랑(우정)이라 믿었던 감정은 위험한 지옥불과 같아진다.
가끔 연락해도 영혼의 베프라고 느껴지는 사이가 있다. 집에 함께 있어도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이가 있다. 관계라는 건 어디까지 허용하느냐가 아닌 어디까지 지키고 지켜주느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선을 넘어도 좋다는 기준 말고 선을 넘거나 넘지 않을 때마저 떠날까 불안하지 않은 사이.회복하는 데 서슴댐이 없는 사이.
TMI가 가능해야 친한 사이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침묵이 자연스러울수록 친한 사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난 많이 친해져야 온도가 겨우 올라가는 유형의 인간이라 선뜻 가까이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솔직히 말하면 혼자가 편하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건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는 일이니까. 이게 내 방어기제의 발현이라 내가 여태껏 살아오며 완성한 최선의 모습이다.
문뜩 문득 이런 나를 기꺼이 감당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중보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축복을 빈다.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감당해 주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가족과 친척은 더 깊은 감정이 든다. 사랑한다는 것까진 모르겠고 미안한 건 확실하다. 고마움도 명백하다.
인생을 나 잘난 맛에 사는 나 같은 차가운 인간도 관계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당신처럼 늘 겸손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인간은 오죽할까. 숱한 관계의 갈등을 두고 그 밤들을 건너가는 일이 멀고 멀어서 그렇게도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것이다.
좀 무딘 것도 필요하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동력이 아니라면 거두고 신경 쓰지 않는 게 관계에선 가장 바람직한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