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부터 라디오키즈로서 각각 다른 사연으로 M사, K사, S사, 지역 라디오까지 경품을 싹쓸이하곤 했다. 또 마트에서 엽서 경품 응모를 밥먹듯이 하던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경품으로 받는 등 글 쓰는 것 외에도 당첨 행운이 유독 많았다.
그때마다 5만 원을 초과하는 경품엔 22% 제세공과금이 붙곤 했다. 그걸 부담하는 일은 불만이 없었다. 있을 리가. (문화상품권 10만 원권 같은 경우엔 별도로 제세공과금을 방송국 자체에서 부담한 듯했다) 어렸을 적 돈이 없어서 문제였던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청하면 당첨된 경품으로 부모님은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그때 깨달은 바가 있다.
모든 큰 행운에는 제세공과금 같은 부담이 최소 22% 정도는 부과된다는 것을.
꼭 경품이 아니더라도. 내 이상형을 만나도 22%는 최소한 부담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연애를 했다던가 하는 식 말이다. 내게 행운이 오면 22%의 각오를 한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녕>
훨씬 더 큰 행운은 33% 정도라고 생각하면 그 부담이 결코 불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내게 온 행운이 공짜는 없다는 걸 알기에 기회가 오면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라 해도 33%는 응당 부담할 각오를 하고 임한다. 33%는 럭키비키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내 역량을 해내는 것 이상의 '추가 부담'이다.
작년에 교육대학원을 휴학하고 강의에만 열중하겠다고 다짐한 후, '일주일에 5회 이상 강의만 하고 싶다'라고 소망을 품었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이건 행운이었다. 몇 개월 연속으로 영업도 안 하는 나를 강사로 먼저 찾아주는 곳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행운 중에서도 거대한 행운이다.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었고,똑같은 강의안 레퍼토리로는 다시 반복 강의 하지 않는 내 교육 철학 덕분에(!) 몸이 부대끼기 시작했다. 한 달 평균 스물 일곱 건 이상 출강을 소화하던 나는 두 달째 급기야 쉬는 날에 긴장이 풀렸는지 앓아누웠다. 33%를 부담하기 위해선 미리미리 체력을 키워놓고 준비했어야 하는 거였다. 행운이 온다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그것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데 또 잡았다고 그것이 모두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또한 행운이다. 강의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집에 오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급체를 하는 등 일전엔 쉬엄쉬엄 했던 출강 패턴이 빡빡해지자 무리가 됐었나 보다.
장거리를 하루에 2건~3건씩 대중교통으로 다니는데 잠도 안 자고 이동 중엔 글을 쓰거나 강의안을 수정하다 보니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이 제세공과금의 부담은 미리미리 준비해놓아야 하는 여유자금이구나. 그것은 현실에서 체력이구나. 실력과 매력만 있다고 기회를 잡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또 강의 이외에 출판사 두 곳으로부터 에세이 청탁을 받고 계약을 하게 됐는데, 이번만은 이 크나큰 행운을 잘 '운용'해보고자 한다. 실력과 매력 그리고 '체력'을 잘 관리하고자 한다. 제세공과금 33%는 시쳇말로 '빡센' 자기 관리를 의미한다. 규칙적으로 밤 10시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구독하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국민 MC 유재석 씨의 루틴이 떠올랐다. 내가 더 큰 성장과 롱런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는 게 다 그렇다. 불규칙하거나 일시적인 행운이 기회로 찾아오면 기꺼이 부담해야 한다.33%의 준비는 각자에게 다를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체력이었다.실전을 감당해 내려거든 행운이 오기 전에 대비해둬야만 하는 자신만의 미션을 잊지 말자.행운은 반드시 불현듯 당신을 찾아올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