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점, 가독성, 독자타깃 모호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지만 이거 하나 기억하면 한결 나아집니다.
'내가 생략한 것은 무엇인가'
글쓴이인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내가 쓰면서 생략한 걸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의식하여 구체적으로 끄집어내야 합니다. 내용에 있어서도 표현에 있어서도 나는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차마 독자 입장을 인지하지 못한 채 '굳이' 쓰지 않아도 무관하다고 생각해서 생략하게 되거든요.
글은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내 표현도구이지만 그걸 표현하는 궁극의 목적은 '전달'에 있습니다.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글쓴이인 내가 표현하는 건 나에게 머물러 있을 뿐인 거죠. 이건 영상도 음악도 미술도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민하는 작가: 이동영 X 챗gpt4o
다만 글쓰기로만 보면, 문학적 혹은 철학적 깊이가 있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예술의 영역은 존재합니다. 이건 예외로 둬야 합니다. 예술의 기원은 기술이거든요.
예를 들어 이상이나 헤겔의 글은 평범의 수준에선 직관적으로 전달받기가 어렵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전달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시인들의 은유도 시어의 의미 사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그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면 겉보기엔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독자로서 외면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예외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예술의 경지에서 기술을 쓰는 글쓰기를 구사하는 게 아니라면, 그 비범한 영역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면. 대중 독자의 시선에서 생략을 줄여야 맞습니다. 어쩌면 예술의 경지에 있는 이들은 생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이동영이라는 작가의 글은 비범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표현 및 전달 도구가 아닙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수 있는 비문학적 요소가 강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성이 있는 건 모두 얕은수만 쓰는가? 아니죠. 대부분은 지금 현시점에서 직관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기를 바라니까요. 제 독자 타깃 설정은 그걸 따르는 데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상이나 헤겔의 수준만큼 도달하지도 못하겠지만, 그걸 일찌감치 지향하지도 않기에 제 스타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겁니다.
만약 자신이 이상이나 헤겔급의 깊이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아님에도 자신의 글에 독자들의 반응이 없다면?
적절한 비유나 조어력이 있는 어휘, 일상 속 공감이 바로 와닿을 수 있는 사례나 쉬운 근거를 찾아 임팩트 있고 직관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라는 말이죠.
내가 생략하고 있는 걸 의식하고 채워 넣어보세요. 구구절절이 아니라 임팩트를 주는 방향으로. 그렇게 썼을 때 반응이 슬슬 많아지는 걸 보면 자신도 비로소 깨닫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