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어릴 때부터 굉장히 많이 탄 편이다. 살아왔던 곳이 여러번 바뀌긴 했지만 그동안 살아왔던 곳을 체크해 보니 지하철역에서 아주 동떨어진 곳은 없던거 같다. (그만큼 서울 지하철의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거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동안 가장 많이 애용한 호선을 생각해보니 일산 지역에서 수서를 가로지르는 3호선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그렇고 예전과 예전전 살던 곳이 모두 각각 역은 다르지만 3호선과 인접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노선보다도 3호선에 개인적으로 애정이 더 많이 가는거 같다.
2.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밴드가 '3호선 버터플라이'다. 밴드 이름의 기원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다른 밴드인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냥 단순 단어의 혼합으로 만들어진거처럼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이 아니었을까? (혹시 이 밴드 이름의 기원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름을 지었기에 '3호선'이라는 알고리즘에 걸려 이 밴드를 알게 되었고 그다음 어마어마한 앨범을 알게 된다.
3.
그 앨범이 바로 이 3집 'Dreamtalk'다. 몽환적인 느낌의 곡들이 많은게 이 앨범의 특징인데, 한곡 한곡 그 개성이 무척이나 뛰어난게 또 특징이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을 꼽으면 6번 트랙에 있는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일 것이다. 초반에는 잔잔하게 흐르다가 절규하듯이 보컬이 지르는 스타일이 이 노래 특징인데, 이 노래는 아마 공중파에도 많이 나오고 해서 들으셨던 분들이 많지 않으셨을까 싶다. 아래 한번 링크해 본다.
위의 노래 외에 이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들이 꽤 많은데 그중 두개만 더 꼽아보면 두번째 트랙인 '꿈속으로'와 여덟번째 '향'이다. '꿈속에서'는 가사도 그렇고 꿈속을 거니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이고 뭔가 같은 노래 안에서 음악 스타일이 여러 가지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조용했다가 중간에 질렀다가 다시 조용해지는.. 같은 노래 안에 몇가지 장르가 담겨 있는지 모르겠다.) '향'은 몽환스러움의 정점에 이르는 노래다. 진짜 노래를 듣고 있으며 눈이 스르르 감기고 뭔가 눕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드는데, 앨범 제목인 'Dreamtalk'와 모두 잘 어울리는 곡이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이 앨범의 정보를 찾아보던 차에 이 그룹에 대한 현재 근황들을 찾아보니 '3호선 버터플라이'는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보컬인 남상아님의 근황을 살펴본 글을 우연히 보았는데, 현재는 모든 가수 활동을 접고 프랑스 지역에 정착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룹을 그만둔 이유로 '하고 싶은 노래를 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까지는 힘들었던거 같다.'라고 얘기하신걸 봤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3호선 버터플라이' 정도면 그래도 인디신에서는 인지도를 쌓은 그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정도의 그룹도 대중성의 한계를 느끼는걸 보면 진짜 음악으로 한길을 파는 그룹들은 선택된 상위 1%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매력적인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 이 앨범 전체로 들어보시는걸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