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총 3번이나 본 라라랜드. 가장 먼저 이 영화를 보았던 날이 기억난다.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내년에는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예매를 했던 날이 하필 겨울 점심에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난 대낮이라 그런지 극장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기도 이 영화가 한창 인기를 얻은 후 극장에서 내리기 직전이라 극장 안은 더 휑한 느낌이었다.
2.
박평식님과 이동진님 등 이 영화에 대한 평단의 평가들이 너무 좋아 이 영화는 꼭 봐야될거 같아 예매했건만 대한극장에서의 첫번째 단관은 졸음과의 사투 그 연속이었다. 처음부터 뮤지컬 스타일로 시작하는 영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연이어 나오는 노래들은 영화 스토리를 기억 안 나게끔 했다. 그리고 영화 중간까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전개되는 영화 내용도 그 졸았던 원인이 된거 같다.
하지만, 두번째 특선영화를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세번째 넷플릭스로 한번 더 보니 그 깊은 내용들이 조금씩 느껴졌는데, 그 맛들이 영화 속 OST들과 함께 버무려져 감동이 더 찾아왔던거 같다. 그 이후 이 라라랜드 OST들을 플레이리스트에 정렬해 한동안 습관처럼 키고 들었다.
4.
기억에 남는 노래들이 꽤 여러 곡이 있는데, 꼽아보라면 한 세 개 정도 꼽을 수 있을거 같다. 일단 제일 먼저 LA의 한 도로에서 시작하는 'Another Day Of Sun'. 처음 영화를 봤을때 이 노래를 보고 무슨 상황이지? 왜? 하면서 노래를 들었던거 같은데, 나중에 들으면 들을수록 활력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가사도 찾아보니 너무 긍정적이고 좋은 내용이라 더 좋았던 느낌. 두번째 'City Of Stars'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라이언 고슬링 버전이 좋았다. 뭔가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거 같다. 마지막 'Audition'은 여주인공인 엠마 스톤이 영화 속 오디션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인데, 꿈을 향해 나아가고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을 때마다 듣는다. (하지만 뒤에 두 노래들 모두 다 영화 속 스토리가 그런지는 몰라도 착잡하고 쓸쓸함이 왜 드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곡들이 많은 라라랜드. 처음엔 '왜 이게 명작이지?' 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와닿는게 많았던거 같다. 흔히 여러번 볼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를 굳이 안보셨더라도 노래들이 좋으니 (특히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한번 OST를 전체듣기 해보셔서 노래를 한번 쭉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위플래쉬'에 이어 나온 이 영화의 성공으로 명장의 반열에 시작한 데미언 셔젤 감독의 기대치는 무척이나 높아졌다. 하지만 '라라랜드'에 이어 '퍼스트맨'과 '바빌론'이라는 영화를 연이어 제작했지만 앞의 두 영화보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은거 같다. 아직도 위플래쉬의 그 충격과 라라랜드의 여운이 남아있는게 사실인데, 데미언 셔젤 감독이 새로 제작할 영화는 앞 두 영화의 감동을 조금씩이라도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