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발견
7년 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프랑스길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레온(Leon)부터 시작하는 14~15일정도 걸리는 코스였다. 15일을 걸어 마침내 순례길 최종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사람들을 보니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다.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향해 자신도 걸었다는 종교적 희열감을 표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행이 끝난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기뻤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를 절반 코스이긴 하지만 달성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산티아고 순례길'하면 '걷기에 대한 믿음'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애초에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을 보고 즉흥적으로 '산티아고 가보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한 것이었고 순례길 본래의 종교적인 의미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당시 종착지에 도착한 순간 5kg 정도가 빠져 가벼워진 몸은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이제는 이게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절반코스이긴 하지만..)의 가장 큰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 이후로 운동과 몸무게를 줄이는데는 '걷기가 제일 효율적'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꿈 같은 시간들을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와 매번 지하철로 한시간을 왔다갔다 출퇴근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 운동은 부족해져 점점 차오르는 뱃살, 이것들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강한 기억을 살려 퇴근할때 조금 걸어보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직장은 서울 가운데 부근에 있는 이촌동, 집은 은평구 쪽이라 풀로 걸어서 집에 가는건 무리고 어느정도 걷다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집에 가보는건 가능할거 같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이어트가 주는 건강함도 다시 느껴보고 싶고, 일상에선 그냥 지나쳐 버리는 서울의 아름다움도 함께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일단 결심하고 처음으로 걸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생각보다도 많은 사람이 걷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걷기'의 매력을 이미 알고 있는듯 보였다. 걷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난 뒤 지금까지 대략 3~4개의 루트로 퇴근 후 2~3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걸을때마다 느꼈던게 그 날의 날씨나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르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배가 고플때는 지나갈 때 있는 음식점들만 보이고, 날씨가 화창할땐 하늘만 보면서 걸어 나도 모르게 주요장소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는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 걸으면서는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단순한 배경으로 여겨지던 일상이 무척이나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다. '건강'이라는 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지만 걸으면서 느꼈던 생각을 글로 한번 적어볼까하고 생각한것도 이 때문이었다.
첫 코스는 위에 사진에도 첨부한 이촌에서 독립문까지 이어지는 약 두시간 코스였다. 이 코스의 주요 지점으로는 용산과, 남영, 서울역, 서대문 등이 있는데 퇴근 후 길거리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활기찬(?) 일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도착지 마지막 부근에 있던 서대문 근처에 있는 영천시장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롤 이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다음 편부터는 일주일에 최소 1~2번을 걸으며 느껴지는 몸의 변화를 체크해봄과 동시에 서울의 거리를 걸으면서 느끼는 점들과(일상의 모습) 서울의 눈에 띄는 장소들을 보며 느끼는 점들을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내 자신도 건강해지고 동시에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번 더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