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 독립문
지난번 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걷기'의 의미를 찾았고 그래서 '걷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적었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그걸 실행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나 업무들로 인해 피곤이 쌓인 경우 등 걷고자하는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요소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이유 외에도 "그냥 싫어" "우울해서" 같은 심리적인 요소도 '걷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퇴근 후 걷기'는 나름 여러 고민을 이기고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때 개인적으론 집쪽으로 2~3시간 걸어가면 지하철비 2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소소한 팩트(?)가 정말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200원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현실에 '걷기'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그 200원은 정말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걸을 때 그냥 걷는 사람도 있고 무언가를 들으며 가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걷는걸 선호한다. 주로 듣는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탁피디의 여행수다" 등의 컨텐츠가 대략 한편에 1시간이라 에피소드 2~3개를 들으면 거의 대부분 목적지에 도달한다. 요즘 많은 콘텐츠가 유튜브로 옮겨가고 10년 전 화려하게 우리나라에 연착륙한 팟캐스트는 점점 줄면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영상 없이 소리로만 나오는 컨텐츠를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예전에 독서 팟캐스트의 원탑 위치에 있던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채널을 옮기려 하다 실패를 한 아픈 사례가 있다. (물론 팟캐스트 제작 출판사와 이동진님은 관련이 없다고 하시긴 했지만..) 현재 유튜브가 다른 플랫폼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유튜브가 대체하지 못하는 다른 플랫폼들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암튼 서두가 길어졌는데 걷기를 한 이 날은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개인적으로 6월과 9월을 걷기 좋은 달로 꼽는데 일단 해가 길기 때문이고, 날씨가 아주 덥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너무 어둑하면 걷는 맛이 조금 줄어들고 더운 것도 스트레스지수가 금방 쌓이기 때문에 걷기에 좋지 않을거 같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촌역에서 출발해 대략 50분이 걸려 남산이 보이는 삼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 가면 현재 대우월드마크라는 아파트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길건너에는 전쟁기념관이 맞아주고 있는데 예전에는 삼각지 고가차도가 이곳의 랜드마크 건물이었다. 공중애서 빙글빙글 돌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시스템. 어렸을 때는 일부로 이곳에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을정도로 처음에 이곳을 봤을땐 꽤나 큰 문화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제 고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으며 삼각지에는 남산이 쾌적하게 보이는 풍경이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다.
삼각지에서 4호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서울역까지 직선으로 논스톱으로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론 메인 도로 옆에 있는 길인 청파로를 좋아한다. 뭔가 기차길 옆 동네 같은 느낌도 있고 아무래도 큰 메인도로보다는 조용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청파로가 있는 청파동은 주변에 푸른(靑) 야산(坡)이 많아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공덕동의 언덕, 효창동의 언덕 등이 이들 야산인거 같은데 지금은 청파동하면 골목식당에 나왔던 지역으로 더 알려져 있다. '골목식당 최고 빌런'이라 불렸던 피자집 사장이 나왔던 곳이 이곳이고, 백종원씨가 무릎을 꿇고 매우고 싶다는 냉면집도 이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피자집은 문을 닫았고, 냉면집은 근처 다른곳으로 옮겨 현재 청파동에는 모범생이었던 지하 햄버거집만 남은 상태이다. (그 골목을 지나쳤는데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음)
메인도로인 한강대로에서 청파로로 가는 길 (남영역이 있는 다리) 중간에 보면 베팅연습장이 있다. 예전 대학교 시절부터 "참 오래되었네" 할 정도로 시설이 오래되어 보였던 곳인데 대충 지금 기준으론 역사가 어림잡아 50년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교 시절엔 정말 야구를 좋아해서 사회인 야구를 하곤 했었다. 베팅볼도 많이 쳤었는데, 그래서 서울에 있는 베팅연습장은 다 돌아다니며 "여긴 500원에 공 몇개" "구속은 몇킬로" 이런 것들을 분석하곤 했었다. 요즘은 스크린 야구도 생기고 이런 베팅연습장의 유지비 문제로 이런 시설들이 점점 없어지는 분위기 같지만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베팅연습장만의 맛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아래 있는 베팅연습장이 남영역 근처에 있는 그 곳이다. 이번에 걸을때는 사진만 찍고 지나갔는데 보이는 2층에는 야구연습장 외에 힘을 테스트하는 펀치볼 등의 자잘한 놀이기구들이 있고, 더 안쪽에 들어가면 탁구장도 있다. (이날은 사진만 찍고 들어가지 못해 확인을 못했지만 대략 2년전까지는 있었다.) 참 이곳에서 베팅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직도 이곳을 지나갈때면 올라가서 한번 쳐볼까하는 충동이 들곤 한다.
[다음편에 이어서..]
날짜: 7월 3일
걸은 시간: 2시간
날씨 : 흐림
걷기 루트 : 이촌동 ~ 독립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