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 독립문
[2편에 이어서..]
청파동에서 조금만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울역이 나온다. 청파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울역의 반대편으로 연결되는데 상대적으로 서울역 메인 입구쪽보다 이쪽은 조금 쾌적한 분위기다.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서울역 메인 입구 쪽은 뭔지 모르는 어두움이 느껴져서 매번 지나가는게 꺼려진다. 거리에 보면 술 한잔 거하게 하신 분들도 계시고, 집단 종교단체들도 많고, 거리도 깨끗한 편이 아니고... 그래서 서울역을 지날때는 이 날처럼 반대편으로 청파동쪽에서 가거나 시청쪽으로 돌아서 지나가는 편이다.
구 서울역 건물을 개조한 '문화역 서울 284' 와 서울역 고가도로를 개조한 '서울로 7017' 건설로 이쪽 동네가 조금 쾌적한 분위기로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은 그 쪽 거리를 산뜻한 마음으로 지나가기가 쉽지 않다. 조금은 더 쾌적한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걷다보니 슬슬 시간이 이제 7시 반을 향해가고.. 음식점이 사람들로 점점 채워지는 시간대다.
서울역 근처를 지나 서대문쪽으로 가는길 중간에 '호수집'이라는 가게가 있다. 닭볶음탕과 닭꼬치가 메인인 가게인데 항상 지날때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매번 있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다. (최자님이 나오는 방송 최자로드에도 나왔다고 함) 닭꼬치와 함께라면 맥주 몇잔정도는 쭉쭉 넘어가지 않을까? 언젠간 이곳에 친구들과 꼭 한번 가서 한잔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이곳을 지나갔다.
'호수집'을 지나 경의선이 지나가는 철길을 지나가면 낡은 아파트가 하나 등장한다. 이 아파트는 찾아보니 1971년에 지어진 서소문아파트로 올해로 50년차에 접어드는 역사가 깊은 건물이다. 건물을 보면 당장 허물어져도 할말이 없는 모양새이긴 한데 1층에는 나름 근사한 분위기의 술집과 밥집들이 있어 나름 운치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근처 경희궁이 있던 지역까지 재개발의 칼날에 다가오고 있는 마당에 서울 한복판에 이런 아파트가 건재하고 있는게 놀라웠다. 그 이유가 뭘까해서 한번 찾아보니 이 아파트 밑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어 재개발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건물이 서울 중심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본의 아니게 재개발이 어렵다는이유로 서소문아파트는 자신의 존재감을 본인의 자리에서 50년째 보여주고 있다.
'걷기'를 하면 항상 하는 일이 있는데 로또를 사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대략 4~5군데 로또를 판매하는 판매점을 보게 되는데 이날은 서대문 쪽에 있는 로또판매점에 방문했다.
복권을 사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판매점에 들어가니 주인분이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당첨 가능성도 높아지는거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상관관계가 있나 싶지만... 하지만 역시 결과는 낙첨. ㅠ) 로또는 매번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맥주 한잔 안하면 되는데'라는 정신승리를 하며 매주 지르게 된다.
그래도 로또를 사는 과정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여러 if들..
- 로또가 되면 회사 바로 퇴사
- 로또가 되면 한강 뷰 보이는 집으로 이사
- 로또가 되면 친구들에게 그 동안 안사던 밥을 사
(나름의 라임을 맞쳐본건데... 죄송 ㅠ)
을 상상할 수 있는걸 생각하면 5000원이 저렴한거 같은 생각도 들고 이런걸 보면 평생 로또는 끊을 수 없을 느낌이다.
이곳을 지나면 독립문 근처의 핫플레이스(?)인 영천시장이 등장한다. 영천시장은 서대문과 독립문 사이에 있는 영천동에 있으며 개인적으로 이 근처에서 학교를 나와 이곳이 매우 익숙하다.
이곳에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건 꽈배기집이다. 이날은 7시 반이 넘어 도착해 문을 닫은 상황이었는데 항상 장사가 잘되서 낮에 조기마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릴때는 시장 길 건너 현재 독립문이 있는 곳 밑 쪽에 있었던거 같은데 영천시장 안으로 옮겨온듯 싶다. (꽈배기 4개 천원, 도너츠 2개 천원, 도너츠 6개 천원)
영천시장 내에서 개인적인 최애 가게는 영천시장 떡볶이 집이다. 중고딩때 자주 가던 집은 현재 사라졌는데 그래도 맛이 비슷한 다른 가게들이 아직 몇몇 있다. 영천시장 떡볶이는 무언가 그 슴슴한 맛과 자극적이지 않은 시장 떡볶이의 느낌으로 참 좋다. 이날도 밥을 먹지 않고 가서 혼자 떡볶이를 먹을까도 생각했는데 다이어트의 압박때문에 눈으로만 보는걸로 만족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독립문.
시간을 보니 7시 50분 무렵이 되었는데 아직도 해는 무척이나 밝았다.
이 코스는 여러번 걷던 코스라 익숙함이 있어 더 금방 도착한 것 같다. 그래도 매번 걸을때마다 전에는 안보이는 것들도 보이고 풍경도 달리 보이는데 이런게 걷기의 참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주체적으로(?) 해볼 수 있다는 점도 걷기의 장점이고.. 여기서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가니 8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지하철로 퇴근할때와 대략 1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200원도 벌었고 ^^) 이런게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한번도 안걸어본 새로운 루트를 걸으며 몰랐던 서울의 매력을 찾고 새로운 '걷기'의 즐거움도 느껴보고 싶다.
[다음 편에는 새로운 루트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날짜: 7월 3일
걸은 시간: 2시간
날씨 : 흐림
걷기 루트 : 이촌동 - 용산 - 삼각지 - 서울역 - 서대문 - 독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