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10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개와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어야만 하는 반려견의 늙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 귀여운 강아지 사진과 영상이 넘쳐나고, 공원에는 에너지 넘치는 개가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내 개만 느릿느릿 걷는다고 마음 한쪽이 아릿한 반려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손 내미는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오후는 평화로울 것이다]를 쓴 최경화 작가는 남편과 포르투갈 거주 중이며 이번 여행이 반려견 연두를 위한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을 한다. 그녀는 반려견 가족이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과하지 않게 담담히 써 내려가며 감당하지 못할 슬픔에 빠져 상상하지 않았다. 물론 연두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그녀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두의 노년이 편안하기 바라는 것 뿐이었다. 연두의 여행은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해야 했는데 고된 치료과정을 견디게 하는 것도 간이 좋지 않은 연두가 낯선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연두는 낯선 곳을 탐색하며 편안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도착한 프랑스 시골저택은 넓은 앞마당이 있는 고풍스러운 곳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일층 현관에 연두 방석을 하나 깔아놓고 그 옆에 자리 잡는다. 연두는 냄새 맡고 싶을 때 냄새 맡고 걷고 싶을 때 걷고 자고 싶을 때 잔다. 그녀는 멍하니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며 연두와 있는 시간이 평온했다. 연두의 종양과 푸석거리는 털을 보면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연두 앞에서 슬퍼하고 싶지 않았다. 울고 짜고 하지 않으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두와 최대한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3 주간 머물렀던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일상은 평범했고 평화로웠다. 기력이 떨어져 오래 걷지 못하기 때문에 산책의 시간은 짧아졌지만, 워낙 밖에 나가 냄새 맡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 걷지 못하더라도 자주 나간다. 점잖은 여행자 연두는 강가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고 영역표시도 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남의 집 처마 밑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연두는 완벽한 개였고 즐거웠고 사랑했다. 이별이 가까이 왔다는 걸 알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개가 인간보다 훌륭한 점은 그런 걱정마저 안 하고 현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연두는 그저 즐거운 표정을 하고 강가의 공기 냄새를 맡고 다리에 기대어 잠이 든다. 어차피 예상하는 대로 삶이 흘러가진 않으니 오늘 오후의 날씨 정도만 예상하기로 한다. 연두의 질병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연두가 푹신한 방석에 누워 잠이 들면 그 옆에서 책을 들춰보고 저녁 시간이 되면 연두에게 닭고기와 약을 먹인다. 예상 가능한 평화로운 오후가 여행 내내 지속됬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연두는 밤새 아프고 음식을 거부했고 그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연두는 집에 돌아가기 전 바닷가 풀밭에 누워 평온한 낮잠을 자고 휴식을 취했고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는 연두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이제 남은 가족의 몫이 되었다.
글쓴이. 김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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