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3~19, @밀리의 서재
"글쎄, 뭘까······. 최소한 물이나 공기처럼 없으면 죽을 정도의 것은 아니지."
멋지고도 자율적이고 기능적일 것. 그건 한마디로, 건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매혹시켜 마지않는 육체의 또 하나의 비밀은, 오히려 그 이면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듯한 천진하고도 무익하며 무목적인 곳에 있었다.
부드러운 골격을 감싼 살집을 만져보고 그는 인간의 항온성이라는 기능의 성실함을 비로소 실감했다.
'연애(戀愛)'는 참으로 잘 만들어진 단어라고 그는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감정에 전후가 있다고 한다면 역시나 전반은 '연애(戀)'이고 후반은 '사랑(愛)'인 것이리라. '연애'가 찰나적으로 강렬하게 타오르면서 상대를 원하는 감정이라고 한다면 '사랑'은 서로 받아들인 상대와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감정임에 틀림없다.
나는 나 자신을 비굴하게 하는 그 첫 번째 생각도, 어머니를 깎아내리는 두 번째 생각도, 둘 다 싫었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나는 어머니를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어느 틈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 사랑이란 것은 좀더 우연한 것이다, 선택된 인간에 우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하는 인간이 현명하거나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가 누군가와 누군가가 만나 잘 풀리기도 하고 잘 풀리지 않기도 하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가족은 아무도 상처 입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 불행한 조합이라는 걸로 치고. 하지만 그런 게 사랑일까······. 헤어진 아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했던 게 바로 그런 내 생각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