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

by 진동철

1. 겸임교수로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최근 AI로 인한 여러 논의를 접하게 된다. 강의과목이 특히 교직과목 <교육평가>라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2. 기존의 리포트나 비대면 시험이 생성형 AI로 인해 무력화되고 있다. AI 사용이 늘면서 학생들의 사고력이 약해진다거나 대학의 평가가 무너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질문 중 하나는 '학생들이 AI로 과제를 쓰는데, 이걸 어떻게 막아야 할까?'이다.


3. 하지만 이 질문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지금의 평가 방식은 옳고, AI가 그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는 전제다. 과연 그럴까? 교수에게는 “AI를 새로운 교수법으로 활용하세요.”라고 하면서 학생에게는 “AI로 과제를 하면 부정행위이다.”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교수설계와 평가는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학생이 AI로 썼는지 안 썼는지 판독하는게 아니라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에 달려있다.


4. 대학의 평가는 오랫동안 결과 중심이었다. 보고서 하나, 시험문항 하나로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판단해왔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잘 작동해온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방식은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AI는 그럴듯한 문장, 정돈된 논리, 풍부한 표현으로 교수들을 헛갈리게 만든다. 이제 결과물만 놓고는 학생이 직접 작성했는지, AI가 쓴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5. AI 시대, 대학은 새로운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AI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대학은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6. 만약 평가 대상이 정보 정리 능력, 문장 완성도, 보고서 구조라면 학생의 AI 사용을 통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평가 대상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기 언어로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판단의 근거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라면 학생의 사고력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AI 사용도 알 수 있게 된다.


7. 어떻게 하면 될까? 사실 해답은 새롭지 않다. 이미 우리는 ‘과정 중심 평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과정 중심 평가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과정 중심 평가라고 해서 결과를 보지 않는 평가가 아니다. 결과와 함께 사고의 과정을 함께 보자는 것이다.


8. AI 시대의 평가는 제대로 된 과정 중심 평가이어야 한다. 최종 결과물만 제출하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초안과 수정 과정, 피드백 반영, 자기 성찰을 함께 요구하는 포트폴리오형 평가, 짧은 구술 설명, 질의응답, 토론과 발표 같은 상호작용 기반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말로 설명하고 질문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AI가 대신 사고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9. 또한 학생에게 주제와 관점을 선택할 권한을 주는 개방형 평가가 필요하다. 학생이 주제, 질문, 관점, 자료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스스로 연구 질문을 설정하도록 하거나, 자신만의 논증을 개발하고 이를 방어하도록 요구하는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학습 내용을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므로 AI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10. 매 학기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음속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아인슈타인에게 기자가 물어봤다. “아니, 음속이 얼마인지 왜 모르세요?"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변했다. “그런 정보는 책에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담고 다니지 않아요. 대학 교육의 가치는 많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마음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11.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컨베이어 벨트 공장이 아니다. 사유와 사고가 범람하는 바다가 되어야 한다. AI를 껴안고 대항해를 시작하는 학생들을 품에 안을 수 있는 바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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