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곧 나갈게."
너와 마지막 약속을 잡았다.
엉킨 끈을 풀고 싶었던 걸까.
매번 약속 시간에 늦던 나는 20분을 일찍
너의 집 앞에 도착했다.
초조한 기다림에 요 근래 다시 붙잡은 담배를 꺼냈다. 떨쳐버리겠다고 네게 그렇게나 다짐했던 담배를.
[칙, 칙, 칙...]
'이 씨.. 이거 왜 이렇게 안 붙어..'
때아닌 바람이 세게 불어와 라이터에 불이 붙질 않는다. 쓰고 있던 모자로 바람을 막고서 엄지가 새까매지도록 부싯돌을 굴려도 붙질 않는다.
이미 캡슐을 깨어 젖은 담배 끝을 꽉 깨물었다.
'하..'
한숨을 내쉬곤 도로 옆 하수 구멍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된 꽁초를 던진다.
"잘 지냈어?"
"응." (아니)
".. 생각을 해봤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집 센 나에게 맞춰주며 연애해온 너.
지금 눈앞의 넌 여태까지의 복수라는 듯이
차갑게 입술을 움직인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작은 입술.
그 입술로 너는 이별을 말한다.
"잘 지내.... 담배는 끊고. 기관지도 안 좋으면서."
"그래." (아니)
우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별을 고하려던 난,
외려 너의 차가운 입김에 별다른 노력 없이 목적을 이룬다.
너는 뒤돌아 나의 길을 떠난다.
나도 뒤돌아 너의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