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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Sep 09. 2024

너의 꽃말

01. 변산바람꽃

"잠시만, 곧 나갈게."


너와 마지막 약속을 잡았다.

엉킨 끈을 풀고 싶었던 걸까.

매번 약속 시간에 늦던 나는 20분을 일찍

너의 집 앞에 도착했다.


초조한 기다림에 요 근래 다시 붙잡은 담배를 꺼냈다. 떨쳐버리겠다고 네게 그렇게나 다짐했던 담배를.


[칙, 칙, 칙...]


'이 씨.. 이거 왜 이렇게 안 붙어..'


아닌 바람이 세게 불어와 라이터에 불이 붙질 않는다. 쓰고 있던 모자로 바람을 막고서 엄지가 새까매지도록 부싯돌을 굴려도 붙질 않는다.

이미 캡슐을 깨어 젖은 담배 끝을 꽉 깨물었다.


'하..'


한숨을 내쉬곤 도로 옆 하수 구멍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된 꽁초를 던진다.


"잘 지냈어?"

"응." (아니)

".. 생각을 해봤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집 센 나에게 맞춰주며 연애해온 너.

지금 눈앞의 넌 여태까지의 복수라는 듯이

차갑게 입술을 움직인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작은 입술.

그 입술로 너는 이별을 말한다.


"잘 지내.... 담배는 끊고. 기관지도 안 좋으면서."

"그래." (아니)


우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별을 고하려던 난,

외려 너의 차가운 입김에 별다른 노력 없이 목적을 이룬다.


너는 뒤돌아 나의 길을 떠난다.

나도 뒤돌아 너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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