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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Feb 13. 2020

믿음이 성장의 시작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X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불안하던 미래에 방황하던 대학생 시절, 영화 포레스트 검프(94년 개봉)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1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불편한 다리,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과 콩깍지 첫사랑 소녀 ‘제니’와의 만남으로 사회의 편견과 괴롭힘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성장한다.
여느 날과 같이 또래들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포레스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늘 달리는 삶을 살아간다. 포레스트의 재능을 발견한 대학에서 그를 미식축구 선수로 발탁하고, 졸업 후에도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군에 들어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둬 무공훈장을 수여받는 등 탄탄한 인생 가도에 오르게 된 포레스트.


 수많은 편견과 유혹에도 우직하게 자기 일을 실천한 포레스트 검프는 성공스토리를 써간다. 정작 검프를 무시하던 사람들은 마약과 술에 빠져든다. 영화를 보고 좌우명이 우공이산( 山,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김. 우직하게 한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둠) 일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 영화를 다시 봤다. 검프의 성실성만 보였던 과거와 다르게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영화 배경은 60~80대인 점을 생각하면 현명한 분이었다. 검프의 어머니는 검프에게 외출하고 들어오면서 검프에게 믿음을 심어주셨다.

"명심해라, 넌 남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그러나 사회의 편견은 달랐다. 교장 선생님은 검프가 낮은 지능 때문에 학교에 입학을 못한다고 한다.

"아드님은 남들과 다릅니다, 부인. 지능 지수가 75예요"

"우린 모두가 달라요. 교장선생님"

"이걸 보세요, 부인. 여기 있어야 정상인데 포레스트는 여기 해당돼요. 아이큐가 80은 돼야 입학이 가능합니다. 아드님은 특수학교로 가야 해요. 그래야 괜찮을 거예요"

"정상이란 의미가 뭐죠? 우리 애가 부진한 면이 좀 있지만 남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게 하겠어요. 재생 타이어나 만들게 특수학교엔 안 보내겠어요. 겨우 지능 지수 5점이 모자라는 거잖아요."


아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 어머니가 없었다면 포레스트 검프는 우직하고 뛰어난 신체 능력을 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명한 어머니를 만나 영화 속 주인공은 재능을 꽃피웠지만, 편견을 가진 부모 아래서 자란 자녀는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방법은 남아있다. 포레스트 검프 어머니가 했던 역할을 학교가 해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믿음을 주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수능 점수가 모자라 꿈을 포기하는 학생처럼,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는 여전하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버드대학교 교수이자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평균주의'라고 말한다. 평균주의란 무엇일까? 개인을 하나의 특성으로 유형화하고(저 사람은 소심해), 계층화하여(나는 평균 이상의 사람이야) 생각하는 것을 평균주의라고 한다. 과거에는 일터와 학교가 평균주의를 받아들여 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번창을 누렸다. 소비자는 더욱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임금이 올랐으며, 그 어떤 경제 발전기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케틀레가 착안해낸 이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바야흐로 평균의 시대를 열었다. 다시 말해 평균은 정상이 되고 개개인이 오류가 되며 과학이 정형화에 정당성을 각인시켜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p.58


 사회에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 평균주의였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포레스트 검프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빼앗아 가려는 교장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진 것이다.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사라지고, 교육은 본래 목적을 잃었으며, 기업은 정체되었다.


 유형화와 계층화가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하고 마땅한 일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이제 우리는 그런 판단이 어떠한 경우든 예외 없이 판단을 받는 사람의 개개 인성을 묵살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더 이상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케틀레 이후 15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19세기의 그 시인들과 의사들이 우려했던 그대로 모두 평균 주의자가 돼버렸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p.67


 많은 사람에게 표준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사회를 부유하게 만들어줬던 평균주의가 이제는 우리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평균 주의자가 되어버린 사회, 교육,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3가지 원칙을 따르면 된다.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다. 그중에 들쭉날쭉의 원칙을 살펴보자.


 들쭉날쭉의 원칙

들쭉날쭉하다는 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다음의 2가지 기준에 부합돼야 한다. 첫 번째, 반드시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을 것. 두 번째, 반드시 이 여러 차원들 사이에 관련성이 낮을 것. 들쭉날쭉성은 단지 인간의 체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이 들쭉날쭉하다. p.126


평균 주의자는 특성 중 하나의 특성이 뛰어나면 관련성이 낮더라도 나머지 특성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검프의 지능이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지냈다. 그렇지만 검프는 지능이 낮은 대신 뛰어난 운동 능력과 성실했으며 용맹했다. 검프의 어머니가 평균 주의자였다면, 포레스트 검프도 스스로 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

 슬프게도 사회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가 없다면, 방황하는 학생을 믿어주는 학교가 없다면, 내 능력을 믿어주는 직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라도 고정형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정형 사고방식이란 능력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말은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평균주의는 고정형 사고방식이다.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유형화시키고, 평균 이하라고 계층화시키는 순간 성장 동기는 사라진다. 스스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믿음은 성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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