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X 몬티 라이먼 <피부는 인생이다>
호모 사피엔스를 이 수준으로 밀어붙인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늘어난 장기 기억, 특히 꺼내어 작업 기억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장기 기억과 단기간에 시나리오를 짜고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아프리카를 탈출하기 직전과 이후에 유럽을 비롯한 각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정복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데에 동의한다. 복잡한 문화의 문턱까지 밀고 간 추진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집단 선택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의도를 읽고 협력하는 한편, 경쟁하는 집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지닌 집단은 그것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보다 엄청난 이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집단 구성원 사이의 경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 경쟁은 한 개인을 남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형질의 자연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 환경으로 진출하고 강력한 적수와 경쟁하는 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집단 내의 단결과 협동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 지도자에 대한 복종, 종교적 열정, 전투 능력이 상상력 및 기억과 결합됨으로써 승자를 낳았다.
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p.273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인류는 늘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겨 왔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몸에 영구적으로 무언가를 표시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런 자국을 남기기 위해서는 너무나 멋지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피부의 복잡한 특성을 알아야 한다. 그 속에는 물리적 피부와 사회적 피부가 때로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일체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몬티 라이먼 <피부는 인생이다> p.276-277
피부를 책에 비유하여 한 사람의 인생이 연대기처럼 담겨 있다고 보는 것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은유 중 하나다. 피부색과 흉터, 주름이 우리 역사가 기록된 양피지 같다는 느낌은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받는다. (...) 피부라는 표면에 적힌 이야기는 혈통과 나이, 건강, 질병이 그대로 드러나므로 부분적으로는 전기 같기도 하다.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흘리면서 감추어 둔 비밀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몬티 라이먼 <피부는 인생이다> p.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