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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Nov 29. 2022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내가 소설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건, 지금으로부터 6년전이었다. 친구들은 졸업 걱정과 더불어 각종 시험들을 준비했다. 대학원, 행정고시, 임용고시 등등. 일 년 정도 학교를 다닐 기간이 남았는데, 무사히 마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은 많았고,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사회로 뛰쳐 나올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휴학을 신청했다. 그것도 1년이라는 긴 기간을. 

 휴학을 했던 1년의 기간 동안 나는 많은 책들을 읽었다. 과외로 대략 500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그 돈을 전부 책을 사는데 투자를 했다. 닭장같이 좁은 내 방은 세계문학 책들과 철학, 종교, 각종 에세이 서적들로 가득 채워졌다. 서울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남들보다 늘 부족했다고 느꼈던 나는, 내면의 양식을 쌓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읽게 된 책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란 책이었다. 누나의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어디선가 친숙한 제목에 끌려 나도 모르게 책을 집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귀신에 홀린 듯 책을 읽어댔다. 

 죄와 벌을 읽고 나니, 내 인생이 이전과 조금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그전까지 내 인생의 주요 테마들은 술, 약속, 어떻게 하면 이성에게 인기를 많이 얻을 수 있나의 여부, 외모, 등등. 굉장히 세속적인 것들에 초점을 뒀었다. 하지만 죄와 벌을 읽고 난 이후로, 인간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간의 깊은 내면, 나를 둘러싼 세상, 사회, 고뇌와 사고 등 추상적인 주제들이 점차 내 흥미를 돋구었다. 그때부터, 내 MBTI는 ENFP에서 INFP로 변하기 시작했다.

 죄와 벌을 시작으로, 나는 여러 도서들을 읽었다. 우선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들을 거의 다 읽었다. 더 나아가 톨스토이에서부터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단테 등 각종 세계 문학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미친 듯이 읽어댔다. 사실 그 전까지는 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문학을 접했던 건 수능 공부를 할 때와, 전공 교양을 들을 때를 제외하곤 따로 찾아서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학 책들을 계속해서 읽어 나가니, 여러 인생사들을 경험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러시아 제정 시대를 살아보기도 하고, 저 먼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까지 세계 이곳저곳을 두루 경험했다. 그러면서 내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 

 사실 그 전 까지는 돈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서울대학교를 온 이유도, 돈, 명예, 사회적 지위와 연관이 있었다. 잘하는게 공부 밖에 없었던 나는, 매번 부모님께 너는 커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쓸데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나 스스로 ‘비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이었으니까, TV에 나오는 국회의원, 대통령, 판사 등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오로지 성공만을 목표로 공부를 해왔다. 뭐, 대부분의 서울대생들도 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물질적 가치를 우선으로 두고 살았던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내 세계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조금 더 본질적인 것들에 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종교와 관련된 여러 책들도 읽어보고,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도 읽어 보면서 나란 인간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품어봤다. 그때부터 조금씩 소설을 써나갔다. 이때의 주제는 주로 ‘자존감’에 관련된 것이었다. 뭐, 나름 괜찮은 스펙(?)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 나였지만, 내 내면 깊은 곳에는 항상 강한 열등감이 있었다. 돈에 쪼들려 살았으며, 나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지면 우울해지는 관심종자의 성향도 있었고, 대인관계도 원만치가 않았다. 학교를 휴학했던지라, 하는 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게 전부였으므로 글을 쓸 시간은 많았다. 우선 나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한 편의 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히키코모리 청년이 나오는 이야기의 소설이었다. 내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내 인생이 일정 부분 반영되었으며, 글을 쓰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내 무의식 속에, 내가 몰랐던 지점 속에 나에게 이런 상처들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들이 글을 쓰면서 본능적으로 흘러 나왔다. 사실 글을 쓰는 게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누군가 소설을 쓰라고 권유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소설의 소재를 던져준 것도 아니었다. 내가 혼자 기획하고, 혼자 스트레스 받고, 혼자 쓰고, 혼자서 1인극을 진행한 나의 쇼였던 것이다. 처음으로 내가 쓴 소설을 완성시켰을 때, 나는 하늘이 날아갈 듯이 기뻤다. 내가 죽더라도 이 작품 하나는 남기고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먼 훗날, 만약 누군가 내 인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내가 쓴 작품을 물려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쓴 소설의 1호팬이었다. 그렇게 쓴 작품을 USB에 파일로 넣어서 간직했다.


 1년이라는 휴학 기간이 끝나고, 나는 다시 학교에 복학했다. 동기들은 졸업을 한지 오래였고, 소수의 몇 명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거기서 좋지 못한 경험을 하고 온다. 소설을 쓸 동안, 너무 몰입을 했던 나머지, 아니면 내 삶의 균형이 깨져서 그랬던건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교생 실습에 나갔는데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해가 도무지 가질 않았고, 내가 맡은 담임 학생들과의 소통도 어려웠다. 짝교생과의 사이도 좋지가 않아서,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어찌저찌 4학년 1학기를 마쳤다. 물론 성적도 좋지 않았고, 그 학기마저도 휴학을 할까 깊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졸업을 늦출 수 없었던 나는 이를 악 물고 학교를 다니기로 결심했다. 

 어느덧 2학기가 되었고, 나는 본격적으로 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시험에 합격을 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조금씩 글을 끄적거리는 것 빼고는 나의 흥미를 유발 시키는 게 없었다. 대학원을 가서 공부할 엄두는 나질 않았고,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그 길고 긴 과정을 극복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서, 취업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취업 준비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이지만 다른 길들 보다는 비교적 쉽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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