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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램 donggram Oct 20. 2021

하늘이 보내준 천사

'아 할 말 있으면 빨리해! 그래서 뭐! 사귀자고?'

우물쭈물 대는 그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나의 재촉에 그는 수줍은 고백을 했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던 어느 날 밤 우리는 연인이 됐다.


까칠해 보이던 첫인상과는 달리 귀여운 눈웃음, 천진난만하게 던진 질문들에 척척 내놓는 답변들,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 한마디를 해도 어쩜 그렇게 다정하게 하던지. 스쳐가는 인연 중 하나이지 않을까? 했던 남자에게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를 많이 사랑했지만, 많이 지치게 하기도 했었다.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해 쉽게 흥분하는 날이 많았고, 누가 봐도 많이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이 부족하다며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런 나를 가만히 기다려 주는 그에게 '너는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냐'며 '내가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이건 내가 더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가끔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내 모습을 그는 이상하리만큼 이해해 주었다. 매일이 불안한 사춘기 소녀 같은 나와 달리, 묵묵히 같은 자리에 있어주던 그는 어느새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태어났다.




2023년 10월, 그와 내가 만난 지 만으로 9년이 되었다. 9년의 시간 속에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되기 전에 했던 결혼이라,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다. 눈꼴시게도 그 이유를 말하라면 밤도 새울 자신이 있다. 가끔은 '내가 신랑과 왜 결혼을 결심했더라'하고 생각에 잠겼다가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가도 '배고프다'는 내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 요리를 시작하는 이 남자를, 유난히 잠이 많아 깨기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아침마다 손발을 주물러주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하면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한다는 이 남자를, 나를 너무 사랑해 줘서 고맙다는 말에 '고마워해 줘서 고맙다'라고 눈물을 흘리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긴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사랑도 조금은 미적지근해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매일 내 입에 먼저 음식을 넣어주고서야 식사를 시작하는 그의 따뜻함도,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며 그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키는 나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을 깔깔거리는 우리의 모습까지. 놀라우리만큼 여전하다. 


가끔은 신랑에게 '자기는 하늘에서 나한테 보내준 천사 같아.'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정말 그렇지 않고서 이렇게까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를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루의 시작은 너와 눈을 마주 보며 미소 짓는 일. 어느새 닮아 있는 너와 나. 괜스레 눈물이 나. 너라는 사람이 내게 선물해 준 모든 순간순간이 벅차도록 너무 소중해서, 사랑을 알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 케이시, 진심이 담긴 노래


이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신랑 생각이 난다.

너무 고마워서,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준 사람.


신랑은 하늘이 내게 보내준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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