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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램 donggram May 28. 2024

이기적인 여자의 사랑

자기는 나 얼마나 사랑해?

“자기는 나 얼마나 사랑해?”


연애 시절, 신랑에게 자주 하던 단골 질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말에도 뭔가 부족하다는 듯 투정을 부린다. 그런 나를 꼭 안아주며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어”라는 그를 보면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비가 대차게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동네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다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됐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우산을 가진 그를 기다리기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뱉어버린 후였다. 빗속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발짝, 두 발짝, 내가 가는 걸음마다 비가 멎기 시작해 뒤를 돌아 보니 머리 위로 커다란 우산이 펼쳐져 있었다. 뼛속까지 이기적인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신랑은 곧장 베란다로 향했다. 무슨 일일까 슬쩍 들여다본 그는은 온통 차가운 빗물로 적셔져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 젖은 옷을 너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함에 말문이 막혔다.


그 사람은 늘 그런식이었다. 너무 고요하고 잔잔해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분명하다’며 애간장을 태우다가도 한 순간에 무언가 깨닫게 하는 사람. 그 부드럽고 어른스러운 사랑에 나를 절로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


그에 비해 내 사랑은 고작 그 정도였다. 제 기분이 상하면 멋대로 소리치고, 뒤돌아서는. 그 사람이 비에 쫄딱 젖어 축 처진 어깨를 보여 내야만 겨우 정신이 드는 딱 그 정도 수준. 그렇게 사랑한다더니, 그렇게 네 사랑은 턱없이 부족하다더니, 정작 사랑받는 건 나뿐이었다.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럼에도 난 얼마나 더 많은 걸 확인받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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