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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동하 May 09. 2019

뇌, 그 속을 들여다보다

뇌 구조를 보게 된 과정

뇌(Brain)를 떠올리면 아마 다음과 같은 그림이 생각날 것이다.

https://thinkgood.tistory.com/1042

주름 형상의 단순한 형태를 가진 뇌는 인간 몸무게의 2% (1400g ~ 1600g)에 해당하지만, 인간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하는 특이한 기관이다. 뇌가 멈추면 인간은 더 이상 움직임,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모든 생명활동의 기본적이며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러한 신기한 뇌 조직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알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주름 모양의 뇌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어려웠으며 특히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뇌를 살펴보는 것은 아직까지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들여다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며 발전해 왔다.


무엇을 관찰하고자 할 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쪼개서 내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뇌의 단면은 다음과 같다.

https://www.thinglink.com/scene/743879727227338752

지금은 어느 부위가 어느 역할을 담당하는지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이와 같은 단면을 통해서 파악해야 하는 수단밖에 없었다. 하지만 뇌는 단면을 보면 더더욱 알 수 없는 매우 단순한 모형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처럼 현미경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어떠한 과정으로 뇌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을까?


AD 900년경

뇌의 시각계

몇천 년 전, 인간의 시각계(Visual System)를 그린 그림은 다음과 같았다. 두 눈에서 '신경'과 같은 선이 이어져 만나는 이 그림은 꽤 간단하며 명료한 특징을 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각계는 다음과 같은 구조도를 가지고 있다.

시각계 구조도

이처럼 다양하며 복잡한 활동을 모두 제어하는 인간의 뇌는 흔히 컴퓨터와 자주 비교되며 언급된다. 

컴퓨터의 부품 중 하나인 CPU는 대부분의 시스템을 조절하는 '컴퓨터의 뇌'라고 불린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컴퓨터는 구조가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분해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컴퓨터 내부

이는 분명 뇌와 다르다. 우리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뇌의 구조를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없으며,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분해를 하여 살펴보아도 구조를 살펴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장벽들은 여러 기술의 발달로 점차 밝혀지기 시작한다.


19세기

Reticular Theory

과학자 골지(Golgi)는 Golgi Stain(Black reaction이라고도 불림)이라는 염색 방법을 통해 '신경계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Gogi Stain by Golgi

이는 매우 획기적인 방법으로, 전체를 염색하지 않고 신경계만 염색이 되는 방법을 개발하여 신경계를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었다. 즉, TED 연설자의 표현에 따르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방법'을 구현한 것이다. 만약 아래 사진과 같이 염색이 신경계에만 되지 않고 다른 부분과 함께 진행되었다면, 시커먼 사진만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Golgi Stain

1871년, 골지는 "뇌의 구조는 하나의 연결망(Single continuous network)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Reticular Theory를 주장하며 해당 학설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는 오늘날 신경세포인 '뉴런'의 존재를 알기 전으로, 실제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는 '그물망 구조'로 뇌가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었다. 


Neuron Doctrine

Golgi stain by Cajal

뇌과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과학자 카할(Cajal)은 위 사진과 같이 Golgi stain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던 와중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였다. Golgi stain 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신경계의 구조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데, 관찰 결과 '하나의 연결구조'가 아닌 '이음새를 통한 연결구조'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의 Reticular theory 학설이 무너지며 새로운 이론이 정립되었다. 1891년 Heinrich Wilhelm Gottfried von Waldeyer-Hartz에 의해 Neuron Doctrine의 이름으로 이론이 정립되었고 이때 뉴런(Neuron)의 단어가 처음 언급되었다. 또한 연결의 '이음새'는 1897년 셰링턴(Sherrington)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어 시냅스(Synapse)라고 명명되었다.


20세기

기존의 염색(Stain) 방법으로는 신경을 어둡게 관찰하는 방법이 이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반대로, 신경을 밝게 하여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뉴런에 형광물질 부착

이 중 하나의 방법으로 형광단백질이 이용되고 있다. 


인체에 존재하지 않는 형광단백질은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형광 단백질은 신기하게도 합성에 의한 물질이 아닌 실제 생명체에서 발견한 물질을 활용하였다.

해파리는 자신의 몸에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rescent Protein)을 발현하여 어둠 속에서도 녹색 빛을 띠며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해파리의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추출한 후 뉴런에 이를 주입하여 형광을 띄게 하는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형광을 띄는 여러 생물체 또한 탄생하였다.


21세기, 현재

현재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형광단백질을 활용하기 위하여 과학자들은 녹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을 발견 및 개발하였고 이는 더 많은 활용을 가능토록 하였다.

wikipedia
이러한 다양한 색상의 형광단백질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뉴런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던 기존의 기술을 넘어서, 과학자들은 뉴런 각각의 분자 성분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그들은 형광단백질과 함께 항체를 이용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항체(Antibody)는 면역작용에 활용되는 단백질이다. 특정 세포를 인식(표적)하는 항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형광단백질을 부착한다면, 특정 단백질에 특정 색상이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뇌의 뉴런을 각각의 다른 형광단백질을 이용하여 표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뇌의 구조를 조금 더 명확히 세분화하여 나타낼 수 있었고 이를 Brainbow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Brainbow


이러한 방식은 어떤 활용 가치가 있을까?


TED 장면

위 그림은 세로토닌(Serotonine) 수용체를 표시한 쥐 뇌의 단면이다. 세로토닌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분비물이 부족할 때 우울증 및 불안증세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우울증 치료제(ex. SSRI)를 복용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세로토닌 수용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며, 항체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의 사례들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기술의 발전에 활용이 되었던 녹색 형광단백질과 항체는 어디서 발견했는가?


그렇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합성물이 아닌, 생물체에서 발견한 것이다


항체는 침투한 바이러스의 단백질 코드를 탐지하기 위해, 녹색 형광단백질은 해파리의 형광을 띄기 위해 만들어진 물질로서 과학자들은 이를 문제 해결에 활용한 것이다.


실제 연설자 Carl Schoonov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Instead of appying feeble human minds to designing theses tools from scratch, There were these ready made solutions right out there in nature developed and refined steadily for millions of years by the greatest engineer of all.


즉, 이러한 물질들은 수천만 년, 또는 그보다 더 오래된 세월 동안 모든 적자생존의 과정과 진화를 거쳐 발전되고 정교해진 '자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오늘날 실제 뇌의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과정들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뇌의 구조 외에도 실제 생각에 따른 뇌의 활성화된 부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FMRI(Functional MRI)와 이를 바탕으로 Optogenetics와 같은 다양한 기술들 또한 발명되었고 실생활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과 실제 활용사례는 추후 새로운 글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위 글은 TED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추가적인 설명을 더하였습니다. 


참고

"How to look inside the brain" - Carl Schoonover(TED 영상)

Reticular Theory

Neuron Doctrine

Neuron, Synapse, Golgi S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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