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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한 Dec 21. 2020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나의 가장 경이로운 집

오늘날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삶을 찾기 위해 사람은 공간을 계속해서 창조해 왔다. 가장 알맞은 크기와 기능을 하는 실이 사용자에겐 가장 큰 우주가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이며, 그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이라는 프로가 있다. 그곳에 등장하는 집을 보고 있으면 정말 ‘굉장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집에는 수영장과 각종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 뿐 아니라, 건축가의 건물에 대한 철학을 포함하여 누구나라도 한 번쯤은 꿈에 그렸을 법한 공간과 집들이 등장한다.
 
나 또한 1차원적인 생각으로 '아! 저런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내게 알맞은 공간이 어떤 것 일지를 생각해 본다.
 
프랑스 친구와 함께 팟캐스트에서 한국의 건축과 프랑스의 건축에 대하여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방송에서 내가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타인을 통해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설명보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집을 짓는다면 어떠한 집을 짓고 싶은지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었다.
 
생각해보면 건축이란 분야에서 일을 하며 여태껏 남이 사용할 공간만을 생각하며 산거 같다. 실제로 내 공간은 그때그때 나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변해왔고, 나중에는 막연히 넷플릭스의 프로그램을 통해 본 것 같은 으리으리한 집을 마음속 한편으로 추구하며 산 것 같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정말 크고 웅장하며 거대한 호화로운 집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봤다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라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신의 집을 통해서도 본능적으로 권위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 또한 그런 권위적인 공간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생각해보면 여태껏 5평 남짓한 나의 방이 나에게 주었던 것들의 양은 너무나도 큰 우주였다.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히 들어와 쉴 수 있었던 나의 공간들, 그곳에 있던 삶의 냄새…
 
현대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지에 또한 그의 말년을 4평짜리 집에서 15년가량이나 보냈었다. 어마어마한 건물을 창조하던 그가 정말 그를 또는 인간을 위하여 만든 집인 3.66 x 3.66m의 집… 그가 그의 이러한 공간에서 느낀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인간의 행복과 비례하는 공간은 공간의 크기도 아니고 호화로운 각종 건축재료도 아니며, 공간을 통해 얻는 자신의 삶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공유하며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일지는 건축가가 아닌 자신이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할 일이라고 보인다.
 
나 또한, 이러한 나만의 공간을 만나고자 하는 생각을 배제해온 나를 이 글을 쓰며 반성하며, 동시에 '나의 가장 경이로운 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Untitled (Frank Lloyd Wright) Jean Michel Basqu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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