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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28. 2021

거대과학

통일장 이론

오늘날의 입자물리 실험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에 있는 거대 시설처럼 첨단 기술의 장비와 방대한 조직을 필요로 한다. 거대 시설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서 수천 명의 물리학자 외에 공학자, 기술자와 근로자 및 행정 인력이 배 이상 필요하다. 원자 실험의 초창기인 20세기 초의 실험은 과제, 인력 및 비용 면에서 소규모였고 이론과 실험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입사 입자의 에너지와 양들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속기가 발명되고부터 규모는 괄목할만하게 커졌다.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은 가속기의 건설, 가동 및 운영이 더해지므로 기존의 방사선 입자를 이용하거나 우주선 실험 등에 비해서 고비용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2세대 가속기인 싱크로사이클로트론에서부터 이미 대규모의 조짐을 보였다. 실험은 주로 대학 내의 큰 실험실에서 수행되었고 인력의 규모가 수십여 명에 이르러 당시의 여타 다른 실험과는 규모면에서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규모는 점점 더 커져 오늘날의 실험 연구는 방대한 설비와 광대한 조직이 필요하게 되어 기술, 경제 및 행정이 거대 연구의 통합적 요소로서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더불어 학제 간 공동 연구는 당연히 요구되며 연구에 대한 정책적 경영이 필수적이 되었다. 더군다나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초거대 시설로서 가속기 및 검출기, 연구 대상 사이에 기술의 벽이 점점 더 거대하게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장기간의 수련 또한 요구되며 매우 복잡한 기술과 어려운 이론적 전제들을 근간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실험의 대형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본 입자의 상호작용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면 할수록 에너지 등이 더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속기 시설 및 검출기 등이 가속 에너지에 편승하여 더욱더 거대화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70년 대 중반부터 시작된 충돌 물리 실험은 대형화가 가속화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충돌물리 실험은 이전의 고정 표적 실험과 비교하여 훨씬 더 정교하고 대형의 검출기가 필요하였다. 고정 표적 실험이 어느 특정의 물리 현상을 탐구하도록 설계되는 것에 비해 충돌물리는 포괄적으로 많은 물리 현상을 탐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많은 토픽의 물리를 연구할 수 있도록 설계되므로 규모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참여하는 인원, 검출기와 가속기의 크기, 검출기의 복잡도 등은 가속 대상 입자의 에너지의 크기와 단순히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참여하는 인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30년 대 까지의 불과 수명에서 오늘날은 수천 명에 이르게 되었다. 자연히 구성원 간의 소통이 중요시되어 e-mail이 물리학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90년대에는 테라급의 에너지 가속기가 건설되므로 수백 명에 달하는 실험 그룹이 처음으로 생겨나게 되어 e-mail보다 실시간으로 자료를 올리는 등 좀 더 상호 교환적이고 다수의 참여가 가능케끔 인터넷이 개발되었다. 20세기 말부터는 실험 집단에 속하는 사람의 수가 전문 경영 조직이 필요할 만큼 방대해졌으며 같은 목적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실험에 참여하는 인력의 규모는 에너지 중가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했다. 가속기의 크기 또한 반경이 수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로, 검출기의 무게가 수 킬로그램에서 수천 톤에 이르는 구조물로 바뀌었다. 공동 연구 또한 한 개의 학교의 구성원에서 여러 대학의 구성원으로 더 나아가 여러 나라의 여러 대학의 구성원으로 국제 공동 연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제작에 드는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게 되어 어느 한 나라가 부담하기에 벅찬 상태가 되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유럽의 EU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가속기를 건설하는 다국적 투자이다. 한 나라의 부담에서 여러 나라가 분담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기가 작동하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LHC 실험은 규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초거대과학의 전형적인 예이다.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의 결과 기록을 위해서 역사상 가장 정밀하게 입자의 성질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초거대 검출기는 초당 3천만 번의 충돌을 각각 구별해내기 위해서 수십억 분의 1초를 분간해낼 수 있으며 1만 분의 1 cm를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엄청난 양의 충돌을 기록해야 하는 것에서 암시되듯이 기록되는 데이터의 양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LHC의 네 개의 실험 그룹이 데이터 획득한 양은 초당 약 700MB로서 연간 1천5백만 GB(15 PetaByte)이다. 개인용 PC가 1 테라바이트의 저장장치를 가졌음을 비추면 1만 5천 테라바이트의 엄청난 용량으로 CD를 수십 km 되게 쌓아놓은 양이다. 인류 역사상 어떤 단일 목적으로 이처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예는 LHC가 처음이다. 이처럼 엄청난 데이터의 핸들링 및 분석을 위해서 수백만 대의 컴퓨터가 전 세계에 설치되어 공용으로 이용되도록 그리드(GRID)라 불리는 특수 계산 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리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천 명의 과학자가 기록된 데이터의 물리현상을 찾아내기 위해 컴퓨터가 지구 상 다른 나라 여러 곳에 존재하고 있어도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이용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적용한 데이터 분석의 기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향후 인공 지능 시스템을 적용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론 또한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한 사람이 상대성 이론을 구축했던 시대는 지났다. 같은 시기에 완성된 양자역학은 다수의 물리학자에 의해 완성을 보았고 이후 기본입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노력은 수많은 이론 물리학자의 공헌이 있었다. 통일장 이론을 향한 노력은 가속기 실험이라는 거대과학을 낳았고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축적되어 구축되었다. 자연의 비밀 커튼을 벗기는 작업은 이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실험으로서만 지산을 드러내는 불규칙한 적으로만 규정된 자연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이해하였다. 거굿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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