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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24. 2021

게이지 보존 법칙

통일을 향하여

여태까지 보았다시피, 입자들의 붕괴 반응은 철저한 규칙성에 근거한다. 마찬가지로 입자들의 힘에 의한 상호작용 또한 매우 규칙적인데 대칭성으로 표현된다. 어떤 물리량이 대칭적이라면 그 양은 어떤 조건 하에서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간과 무관하게 측정되는 물리량은 에너지로서 에너지 보존의 준거를 가지며, 위치와 무관하게 측정되는 물리량은 운동량이다. 이처럼 에너지와 운동량의 보존처럼 양자전기역학에서 전자기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에도 반드시 보존되는 법칙이 있다. 게이지 보존 법칙이다. 일반적으로 양자역학과 상대론적 양자방정식이 게이지 대칭성을 가지므로 양자전기역학에도 게이지 대칭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게이지 대칭성으로 전자기력의 매개입자가 광자라는 것이 설명된다. 양자전기역학에서 전자기 상호작용에 광자가 매개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게이지 불변이 요구된다. 기본입자가 전자기력에 의한 상호작용에 광자가 있어야 게이지에 대해 불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이지 대칭성은 전자기력이 광자에 의해 매개되어 기본 입자들이 전하를 교환하므로 일어나게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양자전기역학의 성공으로 강력과 약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에 게이지 보존 법칙이 성립해야 할 것이라는 추론은 당연하다. 광자가 매개 역할의 게이지 보손이라면 약력과 강력에 관여하는 게이지 보손이 존재하면 게이지 보존 법칙이 성립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강력, 약력 및 전자기력에 의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은 게이지 불변의 법칙을 근저로 한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게이지 대칭성은 입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법칙이다.


기본입자와 매개입자 그리고 힘에 따른 상호 작용을 게이지 보존에 준거하여 규정짓는 데 수학의 집합이 절대적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입자들을 그 성질에 따라 고르고 묶어 내는 데 사용되는 수학의 군론 group theory은 명확하고 아름답게 기본입자와 매개입자 그리고 힘의 관계를 제시해 준다. 이론적으로 가장 먼저 구축된 양자전기역학의 전자기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은 1차원 유니타리군 Unitary(U(1))으로 표현될 수 있음이 알려졌다. 약력과 강력에 대해서도 군으로 표현하여야 했는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우선 강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에 쿼크 개념이 나오기 전, 파이온에 의한 모형을 들여다보자. 파이온 입자는 핵자들이 강력에 의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매개시켜 주는 입자로 핵 안에서 핵자들이 강하게 뭉쳐 있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1차원 U(1)군인 양자전기역학으로는 풀 수가 없다. 광자는 하나의 입자로서 유니타리Unitary 1차원 U(1)군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파이온은 세 개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핵자들 사이의 강력은 2차원 특수 유니타리 Special Unitary 변환군인 SU(2) 아이소스핀 Isospin에 대해 대칭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입자의 상호작용은 게이지 불변이 반드시 요구되므로 발견된 SU(2) 군이 게이지 대칭성을 가지고 있는지 관건이었다. SU(2) 게이지에 대해 불변인 이론으로 양-밀스 양자장 이론 Yang-Mills theory이 개발되었다. 이론은 역사적으로 최초의 비가환 non-commutative 게이지 이론이자 전자기학 다음으로 두 번째의 게이지 이론이다. 양자전기역학이 1차원 유니타리 변환군 U(1)에 대해 게이지 불변의 결과로써 광자가 존재하듯이, SU(2)에 대해서 게이지 대칭을 만족하는 결과로써 세 종류의 광자 같은 것들이 존재하여 약력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전자기력이 U(1)으로 표현되듯이 약력이 SU(2)로 표현되는 기틀이 세워졌다. 입자의 강력을 설명하는 아이소스핀 SU(2) 대칭 군에서 힌트를 얻어 양자전기역학의 U(1) 게이지 대칭성을 SU(2)로 확장하여 약력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둘은 같은 게이지 이론이므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통합될 수 있는 기반 또한 이론적으로 마련되었다. 


전자기력과 약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양자장론은 50년대에 엄청난 진보를 보인데 반해 이 시기에 수많은 중입자가 발견되어 강력은 오히려 더욱더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새로운 입자들의 발견은 여태까지 해왔던 입자와 그에 해당하는 장의 일대일 대응으로의 해석하는 방식을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입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방식도 대책 없이 증가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아이소스핀 SU(2) 대칭군으로 표현했듯이 다른 입자들도 대칭성을 포함하도록 대칭을 일반화하는 연구가 시도되었다. 새로이 발견된 입자들을 3차원 특수 유니타리 변환군인 SU(3)로 표현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발견된 입자들은 SU(3) 군 안에서 정확하게 대응되고 심지어 군의 조건 상, 한 개의 입자가 더 존재해야 하므로 이론은 오메가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다. 입자는 실험적으로 발견되어 강력에 의한 상호작용도 전자기력과 약력과 마찬가지로 군으로 표현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입자가 발견되면서 이들을 각각의 장과 일대일 대응하여 설명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이들 입자들이 쿼크로 이루어졌다는 추론이 제시된다.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 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에서의 깊은 비탄성 산란 deep inelastic scattering 실험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들이 크기를 가지지 않는 하전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쿼크 존재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이들 입자 사이의 힘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약해져 상호작용의 강도가 약해지는데 이를 점근적 자유도 asymptotic freedom라 한다. 점근적 자유도로 강력에 대한 과학 탐구의 방법론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다. 쿼크 사이의 상호작용은 먼 거리에서 강하고 가까울수록 더 약해진다는 강력을 기술하는 양자장이론이 개발된 것이다. 쿼크를 결합시키는 양-밀스 이론으로서 세 종류의 색깔 전하에 게이지의 대칭을 적용하면 SU(3)군이 얻어지는데 양자색소역학 QCD(Quantum ChromoDynamics)이라 이른다. QCD의 이론적 계산 값 들은 실험 결과와 일치를 보여 이로서 강력에 의해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이론적 모형도 원리적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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