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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Oct 22. 2021

생각의 시대

동양과 서양 사람들은 생각하는 형태가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풍경 안에 사람들이 있는 사진을 분다고 하자. 동양 사람은 풍경에 관심이 가고 서양사람은 풍경 앞의 개개인에 관심을 둔다고 한다. 전자는 전체를 조망하여 어떤 판단을 내리려 하고 후자에게는 전체라는 개념보다는 개체의 개념을 중시하여 판단한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비단 무엇을 볼 때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일반적으로 생각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논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서양인들이 논리에 강하다는 뜻이 된다. 동양인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그 문제에 해당되는 구성원 전체의 상황, 환경 등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린다. 설령 그것이 논리적으로 어패가 있더라도 그렇게 한다. 아니 논리적으로 어패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맞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추론이 꽤 있으나 생략한다.


그럼 왜 서양인은 논리적으로 따져 판단을 내리고 동양인은 그렇지 않을까? 선천적일 수는 없겠다.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 여기서 교육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 개인이 성장하며 배우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동양적 전통, 관습에 익숙한 부모는 논리가 중요한 지 모를 테고 이러한 환경을 아이에게 조성할 것이다. 이게 사회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사회의 주 구성원이 그렇게 훈육받고 또 대를 이어가므로 많은 동양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한다.  더 나아가 과학이란 논리를 기반의 한 축으로 이루어진 학문이므로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는 과학에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과학뿐만이 아니다.

    

이쯤 되면 생각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 생각의 시대는 생각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진화하였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우선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여 생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를 서양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저자는 지식 팽창의 관점에서 서양, 특히 그리스를 택하였다. 고대 그리스는 지식의 혁명적 팽창이 처음으로 인류사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일어난 일은 여러모로 생각의 기원을 밝히는데 적합하다. 무언가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할 때 고대 그리스의 시, 희곡, 철학 등의 작품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철학의 인식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물론 플라톤이 구실을 제공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좀 더 구체적인 인식론이 나온 것은 17세기에 존 로크에 의해 이루어졌다. 칸트의 순수이성이라는 보물 같은 인식론도 있고 헤겔의 정신현상의 관점에서의 인식론도 있다. 물론 20세기 들어서 여러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구축된 인식론도 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는 오늘날의 인식론이 정확하겠지만 전체 골격은 시대를 막론하고 같다. 얘기인즉슨, 인식은 크게 두 단계로 감각과 이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오늘날은 1차적 의식, 고차적 의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생각이란 것은 감각으로 들어온 무엇을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무엇을 조합하여 추론하는 것을 뜻하므로 고차적 의식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어 문명을 이루게 되었는지 뿐만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고차적 의식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를 대비시켜 생각이 어떻게 얻어지고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 생각의 정수는 은유, 윈리, 문장, 넘버, 수사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연원은 고대 그리스이다. 은유는 인간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표현이다. 우리가 은유란 시나 어떤 특수한 경우에만 쓰이는 것으로 단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우리들 일상생활에 은유 기법으로 사용되는 말은 너무나도 많다. 원리는 과학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기원전 6세기에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려고 한 그리스인들의 시도는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자연 원리에 국한해서는 탈레스가 원조이기는 하지만 그 연원을 뚫고 올라가면 200여 년 전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추구한 보편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원리가 만들어지는 방법론으로 가추법(귀추법)을 많이 얘기하는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편화 가설을 내세우는 것을 이른다. 고대 그리스에서 빼놓을 수없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로고스이다. 어려 가지로 해석되어 쓰이긴 했지만 운문에서 산문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은 뮈토스에서 로고스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장은 학문을 만들었고 오늘날의 서양 문명에 큰 축이 되었다.  그리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를 보면 문장의 중요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들의 글이 수백 년 동안 어떻게 변화한 역사적 사실은 바로 글의 진화를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철학에 이르는 필연적인 사고 발전의 형태를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문장의 첫 단추를 꿴 헤라클레이토스는 중요하다. 수학의 발전 또한 인간 사고의 체계화에 커다란 공헌이었고 수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수사학은 중세까지 중요하였고 잊히다가 20세기 들어 다시 부활의 조짐은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리스에서 일어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자라나는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생각이 발전하는 과정과 대비할 수 있다. 문맹이 고차적 의식의 사고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알려진 바이다. 새로운 무거운 책들을 읽는 행위 또한 고차적 의식을 발전시키는 데 적합할 것이다. 이는 꼭 어린아이에 국한되지 않는 것은 다행스럽다. 책을 또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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