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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Mar 01. 2021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사학을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ㆍ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설이나 웅변 등을 할 때 필요한 글과 말이 곧 수사학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수사학은 통치자를 준비시키는 완벽한 교육 체계로 간주하기도 하나 또한 대중을 속이는 기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등의 대화편에서 수사학을 논리적 대화의 적이라고 비난할 만큼 비판해 마지않는데, 주된 이유는 수사학이 철학과 변증술에 배치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사학은 테크네(기술)가 아니라 잔재주에 불과하다고까지 혹평했다. 그래서 수사학 대신에 논리적 논의를 통해 스스로 진리를 찾는 방법인 변증술을 옹호하였다. 물론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영향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은 수사학에서도 플라톤과는 달랐다. 수사학을 학문의 총체로 여기지는 않았으나 수사학을 옹호하여 수사학이 테크네라는 견해를 밝히고 수사술과 변증술은 짝이라고 변호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형식 논리학을 이해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으로서 수사학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어떤 경우에든 가능한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묘사하고 처음으로 사법적, 제시적(추도사 같은 것), 토론적 수사학(선포문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 에토스(성품), 파토스(감정), 로고스(논리)에 기반한 수사로서 나누었다. 그러므로 웅변술은 사법적, 제시적 및 토론적 연설로 나누어진다. 세 연설의 형태는 뚜렷이 구분되는 거처럼 여겨지나 그렇지는 않다. 예로 법정에서의 사법적 연설의 대상은 법정 밖의 사람들을 향하는 것일 수가 있고 제시적 연설 또한 추도의 목적이지만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한 경우가 많다.


수사학은 다섯 가지의 순서상 규범이 있다. 상황에 알맞은 논증을 떠올리는 ‘발상’이 이루어지고 이를 연설의 순서를 매기는 ‘배열’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엔 언어와 관계있는 ‘표현’으로 단어의 선택과 문체로 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적절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비록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이 있을지라도 기억은 매우 유익한 연설의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억양, 자세, 몸짓, 어조 등을 다 포함하는 ‘발표’는 수사술의 핵심이다.


수사학은 글이 가지는 모호성처럼 의도와 해석에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정치 연설에서 많이 나타나는 완곡 어법이나 논점 회피, 매우 모호한 표현 등은 언어 남용으로 규탄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거짓말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무언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말들이 때로는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미를 창조하는 것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또는 청자)이며 이러한 다른 해석들 모두가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학 작품의 이러한 타자 해석이 중요하듯이 수사학에서도 또한 청자의 해석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이러한 분분한 해석을 두루 살펴보면 최소한 화자의 예상 또는 바라는 것과 바라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정치적 화자에 대해 청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일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의 거짓말을 단호히 심판을 내려야 더욱더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수사학은 말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 말을 잘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의 판단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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