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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pr 13. 2021

헤겔 논리학

헤겔의 이성

헤겔에게 사유는 곧 실재이고 이성은 곧 현실이다. 이러한 등식은 이성 자체가 현실적 지식으로서 현실 그 자체를 함의한다. 이성이 곧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도 매우 어려운 작업처럼 느껴지며 가능한지도 모를 지경이다. 여하튼 헤겔은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개체, 사회 또는 국가, 역사성에 드리워져 있는 수많은 차이로 구성된 사태 자체에 내재한 관계성을 포착하여, 세계를 구체적인 앎과 정신 자체의 앎으로 전개해 나가는 정신의 운동을 그린다. 변증법은 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데 이성적 주체가 보편자인 절대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 과정을 설명하는데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주체는 개인, 사회, 문화 및 역사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헤겔은 세계의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자이면서 목적론적 역사주의자이다. 그러므로 그의 체계는 논리적으로 완결된 필연적으로 닫힌 체계이다. 


이성이 곧 현실이 되기 위한 여정은 <정신현상학>에서 밝혔다. 정신현상학은 모든 존재를 주체와 실체의 통일로 파악하여 주관의식에서 절대지(絶代知)의 단계로 이르는 운동의 과정을 설명한다. 절대지에 이르는 운동의 원리는 이성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헤겔에게 이성은 사유의 형식이자 자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운동하고 있는 모든 존재의 형식이다. 최상위 단계인 절대지에 이르면 로고스 자체의 체계적 전개가 가능해지므로 개념에서 순수 존재로의 이행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유한한 이성과 절대적 이성 사이의 대립이 극복되었으므로 의식의 대립이 해방된 사물 자체의 본질에 관해 논리학에서 서술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헤겔의 논리학은 기존의 논리학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주관적 사유 형식의 단순한 논리학이 아니라 객관적 세계의 자연, 역사 및 정신의 일반적 법칙 하에서의 논리학이어야 한다. 헤겔 이전의 논리학은 형식 논리학으로서 당연히 역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시대적으로도 균질하다. 기존 논리학은 규정이 고정되어 서로 외적 관계만 맺게 된다. 그래서 판단이나 추론 등이 주로 규정들의 양으로 소급되어 근거 짓게 되므로 외적 차이나 단순한 비교만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주체와 객체의 상호 관계에 대한 질료와 형식, 대상과 사유의 구별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헤겔은 <논리의 학>의 서문에서 플라톤 이래 기술되는 기존의 변증법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칸트의 초월적 변증법 또한 비판하며 왜 기존의 논리학이 문제인지를 밝힌다. 헤겔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아낙사고라스의 누스 개념에서 자신의 관념론이 시작됨을 강조하면서 정신이 논리학을 통해 자신을 진리로 이끄는 힘을 받아들이도록 기술한다. 이 힘에 의한 체계는 감각적 제한성에서 해방된 본질적 세계이다. 힘은 모든 지식을 이성으로 받아들이고 본질을 포착하며 유지하고 논리를 끌어내서 보편자의 가치를 드러낸다. 보편자는 절대지이다. 그러므로 논리학의 개념은 정신현상학을 전제로 한다. 


새로운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을 전면적으로 바꾸고, 물자체를 규정밖에 두어 형이상학을 논리학으로 만들어버린 비판철학을 넘어서야 했다. 물자체가 필요 없도록 객체에 대한 고려가 전혀 필요 없이 순수 이성적인 것으로 사유의 규정 고찰이 요구되었다.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본 헤겔 논리학은 칸트의 초월 논리학을 관통하고 고대의 존재론을 비판하며 기술한 작품이다. 범주 체계 아래에 포괄적인 존재론이 기술되며 형이상학의 전 역사를 보여준다. 운동을 설명하기 위하여 헤겔 논리학의 명제는 당연히 변증법적이어야 한다. 1) 해체가 자기모순적이 아니라 본질에서 자신의 특수한 내용의 부정으로 해체되므로, 부정적인 것은 또한 긍정적이며, 2) 부정은 규정된 부정이므로 무(無)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내포하여 이전의 것보다 고차원적으로 풍부한 개념을 가진다. 이처럼 사태 자체의 진행을 논해야 하므로 자신의 대상과 내용이 구분되지 않아 내용이 자기 자신에 따라서 가지고 있는 변증법이다.


논리학의 구조는 헤겔의 통일 개념에 따라 분류된다. 통일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주관적인 것과 존재하는 다른 객관적인 것 사이의 의식 대립이 극복된 것이다. 존재는 자신이 의거해 있는 순수 개념으로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통일로서 참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주관과 객관, 개념과 존재는 헤겔 논리학에서 불가분으로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논리학은 존재론, 본질론 및 개념론으로 나누어지고 각각은 또 셋으로 분류되며 이들 또한 셋으로 분류된다. 핵심은 존재에서 개념으로 정착되는 논증이다. 본질은 존재와 개념 간의 규정들이 구분되고 이 차이에서 개념이 세워지면 이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존재하므로 이 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본질 논리학이 존재와 개념 사이에 들어가 존재에서 본질로, 본질에서 개념으로 심화하는 논리학이 구성된다.

존재와 본질 및 개념에 각각 범주의 형식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범주가 정지를 기술하는 형식이라면 헤겔의 범주는 변화를 기술하는 형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열 개 범주는 무작위 분류인 데 비해, 칸트의 오성 안의 범주는 조직적이다. 기존의 범주는 범주들이 절대적이고 독립적이므로 상호 이행이 없다. 헤겔은 범주를 유동적으로 상호 이행이 가능하고 범주 전체가 하나의 발전적 체계 안에서 조직을 이루어 양에서 질로, 질에서 양으로 변하는 등 전면적으로 유동적이다.


가장 낮은 단계로서 양, 질, 질량은 직접적 경험의 범주로서 이들은 상호작용을 한다. 즉, 양이 질이 되며 또한 질이 양이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호작용은 그저 단순한 연관을 보여줄 뿐이어서 객관은 추상적이며 외적인 해석일 뿐이다. 다음 단계인 관계에서의 범주는 추상적이고 불완전한 실체를 나타내지 않고 현실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실체성, 인과성 및 상호성이 그들로서 존재의 관계이다. 이들 또한 상호 관계에서 존재하며 이 단계에서의 실체는 결과에 대한 일정 지배력을 가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확립함으로 지기의 잠재적 가능성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 그러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 자기실현의 자유는 없다. 예를 들어 범주 중 실체성은 대상의 관계, 존재의 관계를 지칭할 뿐 세계를 자유의 범주에서 파악하지 않으므로 사유하는 주체의 영역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범주의 단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존재 관계에서 사유 관계로 넘어가야 한다.


사유의 관계는 개념, 판단 및 추리의 범주로서 보편자와 특수자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헤겔은 단순한 형식 논리학을 넘어 존재론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다. 보편자와 특수자의 관계는 존재론적이자 현실의 진정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개체를 넘어 역사 및 자연의 실체도 특수를 통하여 자신을 전개하는 보편이다. 보편자는 개별자를 통해서 의미를 얻으며 역사의 보편은 발전의 실체이다. 모든 존재가 한정되고 개별적이므로 보편성은 존재의 관계가 아니고 사유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보편성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주체로서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헤겔의 논리학은 전통적 형식 논리학을 뛰어넘어 현실의 실제 형식과 과정을 담고 있다. 사유는 사물의 본디 모습을 우리에게 제공함으로 모든 대상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존재의 실존적 속성이다. 그러므로 객관 세계는 자유 주체의 세계에서 진정한 형식에 도달하게 되어 객관적 논리학이 주관적 논리학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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