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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pr 17. 2021

역사 철학

헤겔의 역사 및 국가

헤겔 철학은 기존의 철학과는 달리 역사적 의식이 거대한 줄기를 형성한다. 운동을 중시한 헤겔이 역사를 그의 영역에 포함시킨 것은 당연하다. 헤겔은 헤르더와 몽테스키외의 영향으로 역사를 통틀어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의 역사 철학은 중국, 인도, 페르시아에서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세계사를 개관하고 봉건주의에서 종교개혁까지,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 등의 유럽사를 다룬다. 역사 철학은 헤르더의 <새로운 역사 철학>과 구성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헤르더가 자연의 역사를 전제 조건으로 역사를 관조하지만, 헤겔은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역사로 정의하고 인류 이성이 현실로 드러난 시점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발전을 역사의 근본적 법칙 하에 방법론을 동원하여 이해한 것은 헤겔이 처음이었고 이성은 역사에서도 주요 원리로써 작용한다.


헤겔에 의하면 세계사는 자유에 대한 의식에서의 진보이다.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므로 진보는 이성적 과정으로 이루어지므로 역사는 곧 정신의 발전이다. 이성에 의한 정신의 발전 구도는 정신현상학에서 정신이 발전해야 하는 필연성을 입증하므로 이미 구축되었다. 정신 의식이 발전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의식의 형태는 자신이 참된 앎을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한정된 부정의 상태가 된다. 연이어 미흡의 형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의식이 연이어 자리 잡으므로 의식의 형태를 바꿔가며 참된 앎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사 또한 정신으로서 자유 관념 의식이 발전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진행 또한 변증법적 논리의 과정으로 역사는 자유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은 부정의 부정을 통하여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필연적 소멸과 탄생이다. 이는 인간 조건 자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개념이다. 헤겔은 중국, 인도, 페르시아를 초기 문명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한 축으로, 봉건제에서 종교개혁까지 그리고 계몽과 프랑스혁명까지의 유럽사의 경로를 살펴 가며 세계사는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헤겔은 최고의 자유를 개인이 전체 사회의 보편적이고 이성적인 의지에 따라 행동할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시대는 자유를 쟁취하며 변화하는데 중국과 인도는 통치자 한 사람만이 자유롭다는 개념을 내세워 자유 의식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세계사에 논의에 비켜나 있다. 군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민 모두의 자유가 빠져 있고 이를 판단하지 못하는 무의지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선악의 도덕적 판단이 없으며 이에 관한 견해는 오직 바깥으로부터 온다. 동양 사회가 부모 공경과 복종을 강하게 강조하는 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도는 상황이 다르지만 개인 자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카스트라는 사회제도가 정치적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간주하여 자연이 군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오직 다를 뿐이다. 진정한 역사가 시작되는 페르시아는 법에 근거한 통치로 자유 의식의 성장이 시작되었다. 페르시아가 군주제로 중국과 비슷하나 국가의 토대가 법이라는 일반 원칙에 의해 통치된다. 이처럼 자연에 의존치 않고 법에 따른 통치는 자유 의식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페르시아는 자유 의식이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므로 진정한 역사의 시작이다.


그리스와 로마인은 시민의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소수로 제한적이었다. 그리스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에 승리를 거둠으로 세계사의 주류는 그리스가 되었다. 전쟁은 동양 전제 군주와 개인의 자유를 인식한 도시국가들의 경쟁이었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그리스는 세계사에 획기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자유는 일반 시민에게만 주어질 뿐으로 노예는 제외되어 일부만이 자유로운 단계의 발전을 만들 뿐이었다. 더 나아가 행동이 자신의 의지 밖의 힘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시민이라도 온전한 자유를 구가하지는 못했다. 그리스가 중요한 일에 신탁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자신 자체의 의지가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의 발전과정에 자신의 비판적 사유와 성찰은 필수적이다. 로마제국은 무력에 의한 엄격한 규율로 다스리므로 페르시아와 비슷한 것처럼 여겨지나 개인의 자유를 인식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 원칙은 달랐다고 본다. 시대가 흐르면서 개인 자유의 개념은 확정적으로 변하며 그가 살던 19세기 초의 게르만 민족의 시대는 만인이 자유로워 자유 개념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변증법적 역사적 과정은 국가 간의 대립이다. 개개 국가는 고유의 민족정신을 집단의식 안에서 표현한다. 각각의 민족정신은 세계정신의 발전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며 민족정신 간의 상호작용은 역사에서 변증법을 나타낸다. 역사가 발전하면서 이전과 다른 것처럼 문화 또한 필연적으로 다르다. 종교, 예술, 철학, 풍속, 습관, 도덕, 생산기술 등의 모든 문화는 동양, 그리스 세계 등 각 단계의 민족정신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는 각각 시대적으로 역사성을 가져 본질에서 구분된다. 아물러 특정 시대의 한 민족은 모든 문화로 공통된 각인을 가지며 민족정신이라는 하나의 원리에 준거한다.


헤겔은 그가 말한 역사에서의 이성을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세계 역사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주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는 그가 살던 당시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이성의 태동이 그를 그런 식으로 이끌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유럽의 근대는 종교개혁, 계몽주의 및 프랑스혁명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의 이면에 있는 자유와 이성이 오히려 헤겔에게 역사의 본질로 다가왔고 그의 정신현상학의 구상과 합을 이루려면 현재를 이성의 정점으로 고대를 비이성으로 단정하여 발전을 설명하는 결론을 미리 가지고 그의 철학을 구성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변증법을 동원하여 세계사의 시대적 변화를 설명하여 항상 발전해 왔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좋으나 다른 한편으로 그의 역사에 대한 발전 개념은 관념론 안에서 관념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발전과 발전 단계의 필연성을 역사 자체가 갖추어야 하는데 논리적 이념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매개를 통하여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정신의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그러하다. 이처럼 발전 단계가 역사 안에서 발견되지 않고 선험적으로 정해지면 실제 발전과정과 논리적 발전이 순응하면 문제가 없지만, 역행하면 현실의 발전과정이 왜곡되어 논리와 억지로 끼워 맞춰지기 때문이다. 


또한 동양 시대에서 페르시아로 그리고 그리스-로마 시대로 바뀌는 변천 과정이 변증법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 분명하지 않다. 한 시대 안에서의 변증법적인 발전은 논리적이나 시대에서 시대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어 바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한 변증법적 발전은 자유라는 목표가 있으므로 최종에 목표가 완성되면 발전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그가 제시한 게르만 사회에서의 최고의 자유는 바로 역사의 완성이고 더는 발전은 담보되지 않으며 역사가 발전이라는 기본 테제에 위반된다. 설령 게르만 사회에서의 자유를 무시하더라도 그의 역사는 최종적으로 종말을 맞게 되어 있다. 그 후의 역사는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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