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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Jul 19. 2021

통일 법칙인 에너지 보존

열과 통계

뉴턴 이론이 자연의 작동 방식을 포괄적으로 올바르게 설명하는 모습은 뉴턴 주의로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자연스레 뉴턴 주의에 준거하여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법칙에 근거한 수학적 방정식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물리 현상은 중력말고도 빛, 열, 전기와 자기 현상등이 있었다. 이러한 자연 현상 모두를 통일적으로 규정하는 어떤 법칙이 필요하였지만 뉴턴 당시에 도출될 수는 없었다. 오늘날 에너지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또한 물리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에너지 보존의 개념은 물리학에서 통일적 법칙의 근간을 구성하는 요체가 되었다. 17세기의 뉴턴역학은 힘과 운동량에 의해서 물체의 운동을 묘사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의 개념이 없었다. 중력의 역학을 다루는 계는 굳이 에너지 보존의 개념이 필요하지 않았다. 뉴턴 이후 한 세기가 훨씬 더 지나고서야 에너지의 개념이 확립되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열의 물리적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열의 연구로 뉴턴역학 체계는 더욱더 견고해졌다.     


18세기의 증기기관은 기존의 마력과 수력에 의존했던 동력원을 대체하며 산업혁명에 중추 역할을 하였다. 기관의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관건은 기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주어진 연료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는 좋은 효율의 엔진을 제작하기 위한 공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공학적으로 에너지 보존이 매우 중요한 개념일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증기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엔진 작동을 설명하는 카르노 기관 Carnot Engine은 압축으로 실린더가 밀어내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기계적인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카르노 기관은 당시의 기술이 열에 관한 기초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례이다. 카르노는 열효율이 기관을 구성하는 두 온도만의 함수로서 표현됨을 보여주었다. 열이 에너지로 변환되어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음이 알려진 것이었다. 그러나 엔진의 효율 증가를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어도 엔진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손실은 엔진이 작동하는 역학계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역학적 에너지와 열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너지가 보존된다면 투입되는 열과 방출되는 무엇이 같아야 하므로 열과 역학적 에너지가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되었다. 19세기 중반에 줄 Joule은 뛰어난 창의적 실험을 통하여 계가 열을 이용해서 어떤 것을 움직이거나 작동하게 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원리를 밝혀내었다. 에너지의 다양한 변환이 이루어짐이 알려졌다. 그런데 계에 주어진 열의 총량은 일정하므로 주어진 계가 외부로 받은 열은 그 계의 내부 에너지의 증가와 그 계가 외부로 한 일의 합으로 표현된다. 이것이 열역학 제1 법칙으로 열과 일은 같은 종류의 것으로 서로 변환될 수 있고 주어진 에너지는 새로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항상 합은 보존된다.

   

에너지의 보존과 함께 중요한 물리적 개념은 열은 항상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하는 방향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를 엔트로피 Entropy라는 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엔트로피는 계를 드나드는 열과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온도로 정의되며 고립된 계에서의 변화는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거나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엔트로피는 오직 하나의 방향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간과 연관된 유일한 물리량이다.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는 것은 계에 아무 변화가 없어 평형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이므로 현실 세계의 우주는 항상 변하므로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열 현상의 물리적 이해를 통하여 발견된 에너지 보존 법칙은 모든 역학계에 적용되어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열에 대한 이론적 개념으로 에너지 보존 법칙이 도출되었지만 일단 원리가 확립되고 난 후, 어떠한 이론적 개념이 요구되지 않고 광범한 과학적 사실들에 직접 적용되었다. 뉴턴 이론은 처음에 운동 방정식이 역학적 원리에서 유도되고 역학적 원리를 물리학의 다른 분야로 확장하여 이론의 통일성이 갖추어졌다. 그런데 에너지 보존을 근거로 역학 이론에 새로운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다. 법칙은 뉴턴이 제시한 힘과 질량의 정의에 의한 역학의 체계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이해가 쉬워 문제를 쉽게 해석하게 해 준다. 특히 질점들이 상대적으로 상호 간 거리에만 의존하고 속도에 의존하지 않을 때 보존법칙은 매우 간단한 형태를 취한다. 그러므로 에너지 보존은 물체의 운동에 관한 어떤 역학적 정리보다 더 근본적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최소작용의 원리와 함께 뉴턴 역학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주어 역학 체계의 완성에 필수 불가결의 법칙이 되었다. 법칙은 체계를 통일하는데 필수적이므로 물리학이 명실공히 사변이 아닌 실제적인 통일 이론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커졌다. 

모든 학문의 통일을 시도하려 했던 헤겔은 자연과학 또한 그의 변증법적 원리의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하였다. 헤겔이 자연과학을 포함하여 변증법적 원리로 변화하는 세상을 논리로 구성하려 한 것은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자연과학이 뉴턴 이래 사변을 떠나 정확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룬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 모든 학문의 통일은 뉴턴의 과학혁명으로 해체되고 둘로 쪼개지는 운명을 맞았다. 그 이후 둘은 결코 통일적으로 만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자연과학은 자신의 방법으로 통일을 향해 거대한 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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