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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Jul 31. 2021

장(Field)과 통일장 이론

전자기 현상

만유인력의 법칙은 힘이 질량과 거리에만 관계있다고 기술할 뿐, 힘이 어떻게 공간을 통해서 물체 간에 전달되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식의 구조는 마치 멀리 떨어진 대상에도 서로 간의 힘은 순간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뉴턴 자신도 이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던 논쟁거리였다. 모순처럼 여겨지는 원격력의 문제는 라이프니츠 등 데카르트 신봉자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후일 뉴턴역학의 성공으로 원격력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선회하였다. 전기에 관한 쿨롱의 법칙도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은 방법으로 힘이 미친다는 관점에서 공간상에 어떻게 전기의 힘이 전달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지 않다.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 사이의 중력에 의한 물체의 움직임은 눈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 및 자기 현상은 현상학적으로 중력과 매우 다르다. 자석 주위의 철 가루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눈으로 확인된다. 공간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힘이 전달되어 변화가 있는 게 눈으로 확인된다. 그러므로 전기와 자기 현상은 눈으로 직접 관찰할 만큼 힘이 공간을 통해 전달되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기 현상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원형의 코일에 전류를 흘려 만든 인공 자석과 자석 사이에 일어나는 자기 현상에 대한 많은 관찰은 자기력을 단순히 밀고 당기는 것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기력은 단순히 한쪽의 극에서 시작해서 다른 쪽의 극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석 전체를 통과하여 연속적으로 고리 형태로 나타난다. 마치 자기력이 실제로 공간상에 있는 것처럼 발현된다. 


패러데이는 장 Field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원자들 사이의 공간이 어떤 선으로 가득 차 있고 물질이 장으로 가득 차 있는 원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을 상상했다. 역선이 존재하는 곳을 장(場)으로, 전기장 또는 자기장을 표현할 수가 있다. 역선은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 또는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이 공간에 분포하는 장을 시각적으로 또는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개념이다. 역선 field line의 개념은 유용하여 선이 생기거나 멈추고 또는 중간에 잘리는 곳에서 전기장 또는 자기장이 생성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장의 개념은 공간의 매질 안에서 발생하는 실제 작용을 고려하여 현상의 근원을 설명하기 때문에 힘에 거리만을 상정했던 원격력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장의 개념은 공간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으로 이와 유사한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데카르트는 공간을 물질로 가득 차 있고 빈 곳이 없는 플레넘의 개념을 주장하고 플레넘의 압력과 충격에 의한 상호작용 때문에 공간에 힘이 전달된다고 했다. 이 개념과 비슷하게 패러데이는 자극 주위의 공간의 자성적 성질을 양극을 이루고 있는 연속적인 입자들의 작용으로 추측했다. 플레넘의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5원소인 에테르 개념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패러데이의 역선을 에테르로 여겨도 무방하다. 장의 역할은 힘을 유한한 속력으로 연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무한히 퍼져 있는 입자들을 상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에테르라 하였다. 


하지만 장의 개념이 개진되었어도 원격력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두 개의 전하 사이의 힘을 묘사하는 쿨롱의 법칙이 전기 현상을 잘 설명하기 때문에 굳이 장의 개념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쇳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는 현상 등 전기와 자기 현상의 많은 예는 공간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힘이 전달되는 것으로 힘과 공간을 결부시키지 않고는 완벽하게 전기와 자기 현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관건은 장의 개념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표현하는가였다. 수학적으로는 전기(또는 자기)장을 면적과 곱하여 적분하는 형태로서 역선이 표현될 수 있는데 이를 전기(또는 자기) 다발이라 한다. 그러므로 다발은 주어진 면적에 장의 역선이 통과한 양이다. 역선에 대한 톰슨의 물질 매질 개념이나 맥스웰의 비압축성 유체 개념은 공간에 장이 전달되도록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소리가 공기나 물에서 전달되는 것으로부터 음파는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리는 진공 상태에서는 전달되지 않는다. 소리의 경우처럼 전기나 자기장이 공간에 전달되도록 매질이 있고 이를 에테르라 불렸다. 이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에테르라는 물질로 가득 찬 천상 세계를 표현한 이래 지속하여 왔다. 데카르트의 플레넘 개념도 이와 같은 것이고 전자기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 하기 위하여 공간에 매질은 필수적으로 고려되었다. 


맥스웰의 이론은 발전하여 회전 격자와 공회전 바퀴라는 가상 모형으로 장의 개념이 설명되었다. 모형에 의하면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근접한 부분의 바퀴가 회전하여 에테르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입자들이 운동 상태에 놓인다. 이때 입자의 운동이 자기장을 형성하게 하는데 이로부터 알려진 전자기 효과를 설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가상 모형으로부터 구축된 수학적 표현으로부터 변위 전류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전자기파가 예측된 것이다. 이로써 이론이 파동 방정식의 형태를 띠기 위해서는 도선의 전류 외에 전류에 의해 물질 내에서 분극에 의한 전류(변위 전류) 또한 고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변위 전류는 물질 내의 전하의 배열이 지속해서 운동하는 상태이다. 맥스웰은 정전기와 정자기 상태에서의 두 개의 방정식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와 자기에 대한 두 개의 방정식 모두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전자기력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전기력과 자기력에 관한 통일장 이론이 구축되었다. 근대과학 이후, 최초로 법칙에 준거한 통일장 이론이 완성되었다. 비록 전기와 자기 현상을 통합한 하나의 예일지라도 물리학자들의 통일 이론 구축을 향한 염원을 굳건하게 한 카다란 사건이 되었다. 이제 사변적인 통일이 아니라 정확성을 담보로 한 수학적 구조물에 의한 통일 이론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방정식으로부터 도출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전자기파의 발견이다. 원격 작용의 개념으로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자기 에너지의 흐름을 설명할 수가 없다. 에너지의 흐름이 없다고 한다면 수학적으로 파동이나 물질을 도출할 수가 없으므로 전자기파의 존재를 얘기할 수가 없다. 전기와 자기 에너지의 성질이 규정되고 에너지를 수용하는 공간은 탄성 에테르로 가득 차 있었다. 전기적 힘을 받아 탄성적 매질이 왜곡되어 전기력선이 생성되고 매질의 운동량이 자기력선을 표현했다. 매질의 탄성과 운동량으로 표현되는 전자기력선은 변위 전류에 의해 연계되었다. 이는 분명하게 전류가 자기를 생성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전기적 힘이 매질의 왜곡을 일으키고 왜곡이 되는 매질은 운동량을 가지는데 이는 자기적 힘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교란이 매질 속을 진행하는 속도는 광속이라는 것을 보였다. 어떠한 가상 모형 없이 전기와 자기의 근본적 성질만으로 빛의 속도는 규정될 수 있었다. 이로써 전기와 자기 이론은 물론, 빛 이론까지 하나로 통합되었다. 공간은 그저 물질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운동에너지를 가지는 체계이고 점 입자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지는 자리이다. 단지 힘이 미치는 거리에 따라 움직이는 배경이 아니었다. 


맥스웰은 물리 세계의 근본 요소들이 인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첫 번째 사람이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근본 요소들과 느끼고 만질 수 있는 대상 사이에 성립하는 수학적 관계뿐이라는 것을 증명한 첫 번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보고 느낄 수 있는 세계와 그 세계의 근저에 수학적 언어로만 표현되는 심층의 실재가 있음을 증명하였다. 물리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진지하며 범상치 않은 상상력의 진중한 산물이었다. 전자기 방정식은 전자기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물리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하게 된다.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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