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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ug 05. 2021

물리 종말론의 대두

세기말의 물리학

뉴턴의 법칙에 의한 세계의 묘사가 올바르다는 것이 밝혀지므로 참된 자연 철학의 본질이 완성되었다고 사람들은 믿게 되었다. 열, 전기 및 자기, 광학 등이 체계적으로 연구가 되어 고전역학이 완성된 19세기는 세계를 올바로 묘사할 수 있는 도구가 완성되었다고 자부할 만큼의 놀라운 세기였다. 자연 세계에 대한 수학 구조물의 완성으로 큰 틀의 본질적인 법칙들의 완성은 인류의 영특함을 돋보이게 하는 데 충분했다. 남은 일은 구조물 안의 세부 사항을 채우는 것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만약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단지 복잡해서이지 뉴턴 역학의 법칙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원리적으로 뉴턴 역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19세기 말 즈음에는 물리학 연구가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물리 종말론자에게 새로운 물리 현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실험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만으로 물리적 의미를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은 묘사될 수도 없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구축되고 있었던 원자론 기반의 통계역학은 그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거시적으로 압력, 부피 및 온도와의 관계는 보일-샤를의 법칙 등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으므로 굳이 볼 수도 없는 가상 입자를 이용하여 통계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근본적으로는 뉴턴 이론이 예측의 확정성을 가지므로 통계를 사용하여 확률적으로 물리 현상을 얘기하는 것에 대한 깊은 불신이 더 큰 문제였다. 종말론을 지핀 실증주의 Positivism의 선두주자인 마흐는 원자를 단지 편의 때문에 쓰는 개념으로 간주하였다. 유용한 한도 안에서 사용하고 물리학이 발전하면 폐기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다. 세계를 구성하는 전정한 요소는 원자가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대상이기 때문에 원자가 물리 연구의 진정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반면에 물리학에서 새로이 탐구될 자연현상은 항상 존재하며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믿는 학자들도 있었다. 이미 전자기학을 통해서 물리 세계의 근본 요소들은 인지되지 않는다ᅟ근 것을 배운 터였다. 우리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보는 세상과 근본 요소 사이를 연결해 주는 수학적 구조물이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그들은 보고 느낄 수 있는 세계와 그 세계의 근저에 수학적 언어로만 표현되는 실재가 있으므로 순전한 실증적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자 등이 인간의 감각적 인지를 벗어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을지라도 논리적이며 수학적인 구조를 통해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험 결과를 어떡하든 설명하려는 시도는 지속되었다.


사실 물리학의 종말론이 고개를 들 무렵부터 고전 물리학의 개념으로는 풀리지 않는 실험적 결과들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기술의 진보로 인한 실험 도구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던 쾌거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긴 했으나 고전역학의 눈부신 성공으로 무시될 수도 있는 작은 문제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고전 물리학을 동원해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고전 물리학이 자연 모두를 설명한다는 믿음이 팽배한 상황에서 새로운 물리학이 있을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전자기학 등 기존의 수학적 구조물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한 의문들과 전혀 뜻밖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험의 결과들은 기존의 물리 법칙으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데이터이기도 하였다. 실험은 분명히 새로운 해석이 요구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물리의 예고를 알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가정들로부터 전혀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을 맞는다. 새로운 물리는 실험 결과의 해석에 관하여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가정에서 실험 결과를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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