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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ug 27. 2021

양자와 이중성

양자역학

흑체복사 Black body radiation문제는 1900년에 막스 플랑크 Marx Flanck의 대담한 가정으로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흑체로부터 복사에너지가 불연속으로 방출된다는 믿기지 않은 가정이었다. 플랑크는 흑체로부터의 열에너지를 열역학의 통계와 같은 방식으로 고려하여 해석하려 하였다. 당시 구축된 볼츠만의 통계역학은 열 현상을 원자나 분자들의 운동으로 가정하였다. 에너지를 주파수에 비례하는 덩어리로 가정하였더니 측정된 곡선을 정확히 맞출 수가 있었다. 덩어리 형태의 빛 에너지는 상수와 진동수의 곱으로 , 2, 3.. 등의 불연속 상태로 표현되어 정수의 형태로 식을 세울 수 있다. 고전역학에서 에너지가 불연속인 상태는 있을 수 없다. 열적 평형 상태에서의 물리계가 방출할 수 있는 에너지는 계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균등하게 나누기 때문이다. 불연속인 에너지 단위는 양자 quanta라고 명명되었다. 


그런데 덩어리 형태가 아니라 입자로 고려해야 설명되는 실험이 있었다. 금속 표면에 빛을 쪼여서 전자가 방출되는 광전효과 Photoelectric effect 현상은 빛이 마치 당구공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어떤 한계 진동수 이상의 빛을 금속에 쬐어주어야만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온다고 가정하였다. 빛은 입자들의 흐름이고 그것의 에너지는 진동수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빛 중에 높은 한계 진동수(충분한 에너지)를 가지는 것만이 전자를 튀어나오게 할 수 있으므로 빛을 입자로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물질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개수는 광자의 개수, 즉 빛의 세기에 비례한다. 플랑크가 빛이 덩어리로서 어떤 특정의 불연속 양이라는 가정한 것에 비해 아인슈타인은 빛을 입자로 단정 지어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분리된 광양자(또는 광자 photon)로서 해석했다. 이로서 빛은 파동으로 전자기파이지만 입자인 광자로서도 고려되어야 했다. 광양자 개념은 1922년에 x-선을 전자에 충돌시켜 산란된 x-선의 진동수에 변화가 측정된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결과는 x-선을 입자로 고려하지 않으면 해석이 되지 않았다. 모든 파동이 입자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여도 되었다. 


이즈음 정립된 원자모형에 의하면, 원자 내의 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고전적으로는 원자의 이런 구조를 설명할 수 없었다. 고전 전자기 이론에서는 일정 거리 떨어져 있는 양성자 주위의 전자는 끌림력에 의해 순식간에 양성자에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닐스 보어 Niels Bohr는 원자가 이러한 구조를 가지는 것과 불연속 스펙트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원소마다 고유의 선스펙트럼이 나타나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하여 원자 내의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지만 전자는 원자 내의 주어진 특정 궤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전자가 궤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해야 했다. 높은 궤도에서 낮은 궤도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소지하고 있던 빛을 방출하고,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옮기기 위해서는 빛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얻어 올라간다. 이때 얻거나 방출하는 빛의 양은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광양자만큼으로 정수배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실험으로 나타난 선스펙트럼은 전자의 특정 궤도들의 에너지 준위로서 고려되었다. 가정은 전자가 궤도를 넘나들 때 주어진 궤도들 안에서만 움직이므로 선의 형태로 여러 준위가 나타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수소 원자는 중앙에 핵으로서 양성자 하나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도는 구조를 가진다. 전자와 양성자는 전자기력에 의해 구속되며, 가장 밑바닥의 궤도인 n=1의 바닥상태 ground state가 존재하고 n이 2 이상으로 들뜬 상태 excited state가 있다. 보어의 가정은 에너지 준위가 불연속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빨강색의 선에서 파랑색의 선 쪽으로 가면서 간격이 줄어드는 것을 포함한 에너지 준위의 값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었다. 보어의 가설로 플랑크의 양자 덩어리 가설과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개념이 원자 세계의 에너지 불연속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로써 양자화 Quantized는 개개의 물리적 사건들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고 일관된 물리적 특성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양자화의 구조적 특성은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 운동량, 위치, 각운동량 등 모든 물리량이 가지고 있다. 물리량의 양자화는 파동의 입자적 성질과 연관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입자가 파동적 성질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전자 등 입자로 인식되어 온 것들이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은 파동이 입자적 성질을 가진다는 것보다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대칭의 관점에서 양방향으로의 성질이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울 수는 있으나 뒷받침할만한 실험적 결과가 전혀 없이 이를 주장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대칭적으로 역이 성립할 것도 같은데 입자의 파동성은 파동의 입자성이 제안된 지 근 20여 년 만인 1924년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드 브로이 de Broglies는 모든 입자가 파동적 성질을 가진다고 대담하게 제안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빛의 입자성은 단지 전자기파의 특징적 성질로서 이해되어왔다. 입자의 파동성은 1927년에 미국의 데이비슨 Davisson과 저머 Germer가 전자를 회절 시키는 데 성공하므로 검증되었다. 니켈 결정에 입사된 전자가 결정격자에서 산란되어 격자들을 통과한 전자들이 회절 무늬를 생성하였다. 회절 현상은 파동에서만 나타나는 성질이다. 


이로써 원자와 그 이하의 세계에서의 모든 입자는 파동적 성질을 띠고 있으며 모든 파동은 입자적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이중성 duality이라 한다. 이중성은 고전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핵심적인 물리적 성질이다. 이중성의 성질 때문에 물리량의 측정이 모호해진다. 입자를 파동으로(또는 파동을 입자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입자의 위치를 정하는데 입자가 가진 파동적 성질을 고려해야 하므로 당장 문제가 생긴다. 입자의 위치는 크기가 없는 하나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어디라고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자를 파동으로서도 고려하면 입자의 점과는 달리 파의 크기가 있으므로 위치는 파가 형성된 어딘가에 있게 된다. 파동에서 입자의 위치와 관계되는 물리량은 파장이다. 그러므로 위치의 불확실은 파장에 의한 것이고 파장과 운동량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므로 운동량에의 정확성 또한 모호해진다. 


예로서 똑같은 파형이 반복되는 경우의 파장은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운동량의 불확실성은 없다. 반면에 입자의 위치는 주어진 파의 범위에 있으므로 파가 진동하는 모든 영역이 위치가 될 수 있어 위치는 파가 있는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의 정도는 무한대이다. 파가 매우 짧게 나타나는 경우는 입자의 위치가 비교적 정확히 나타나 있는 반면에 파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므로 정확한 파장의 측정이 어려워 운동량 값의 불확정성이 커지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주어진 위치에서 반복 파형의 파는 파장을 더 잘 측정할 수 있으므로 운동량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 반면에, 파가 형성된 폭이 앞의 경우보다는 훨씬 넓으므로 입자의 위치가 더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운동량의 측정은 점점 더 불확실하게 되고, 반대로 운동량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하면 할수록 위치 측정의 불확실성은 더해진다. 이것은 동시 측정에 있어 위치 측정의 오차와 운동량 측정의 오차를 곱한 값이 어떤 상수값 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불확정성에 나타나는 플랑크 상수의 값은 10-34 정도로 대단히 작은 값이다. 이 양이 매우 작다는 것은 일상적 세계에서는 무시할 수 있고 이 원리가 가시적으로 적용되는 세계는 원자 이하의 세계라는 뜻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Uncertainty principle는 입자/파동의 이중성의 필연적 귀결이고 물리량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의 정밀도와는 관계없는 자연법칙이다. 양자의 세계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정확히 측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 이는 모든 자연과정이 역학적 법칙에 의해 운동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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