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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01. 2021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


양자화의 구조적 특성은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 운동량, 위치, 각운동량 등 모든 물리량이 가지고 있다. 물리량의 양자화는 파동의 입자적 성질과 연관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입자가 파동적 성질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대칭적으로 역이 성립할 것도 같은데 입자의 파동성은 파동의 입자성이 제안된 지 근 20여 년 만인 1924년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드 브로이 de Broglies는 모든 입자가 파동적 성질을 가진다고 대담하게 제안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빛의 입자성은 단지 전자기파의 특징적 성질로서 이해되어왔다. 전자 등 입자로 인식되어 온 것들이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은 파동이 입자적 성질을 가진다는 것보다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대칭의 관점에서 양방향으로의 성질이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울 수는 있으나 뒷받침할만한 실험적 결과가 전혀 없이 이를 주장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과 흑체복사 실험, 광양자 가설과 광전효과, 보어 가설과 수소의 선스펙트럼 실험 등 이론적 해석은 실험 결과를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제안된 가설이었다. 실험적 결과가 없이 무엇을 이론적으로 주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입자의 파동성은 1927년에 미국의 데이비슨 Davisson과 저머 Germer가 전자를 회절 시키는 데 성공하므로 검증되었다. 니켈 결정에 입사된 전자가 결정격자에서 산란되어 격자들을 통과한 전자들이 회절 무늬를 생성하였다. 회절 현상은 파동에서만 나타나는 성질이다. 


파동과 입자가 각각 입자와 파동의 이중적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면 입자와 파동의 물리량은 서로 연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빛의 파동에 관한 플랑크의 에너지와 빛을 입자로 해석할 경우 특수 상대론에 의해 에너지는 운동량과 빛의 속도의 곱으로 표현된다. 진동수는 빛의 속도를 파장으로 나눈 값이므로 운동량은 플랑크 상수를 파장으로 나눈 값이 된다. 즉 입자적 물리량인 운동량과 파동적 물리량인 파장이 식으로 연계할 수 있다. 모든 물질이 파동적 성질을 가진다는 뜻의 수학적 표현이다. 이로써 원자와 그 이하의 세계에서의 모든 입자는 파동적 성질을 띠고 있으며 모든 파동은 입자적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이중성 duality이라 한다. 이중성은 고전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핵심적인 물리적 성질이다. 


이중성의 성질 때문에 물리량의 측정이 모호해진다. 입자를 파동으로(또는 파동을 입자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입자의 위치를 정하는데 입자가 가진 파동적 성질을 고려해야 하므로 당장 문제가 생긴다. 입자의 위치는 크기가 없는 하나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어디라고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자를 파동으로서도 고려하면 입자의 점과는 달리 파의 크기가 있으므로 위치는 파가 형성된 어딘가에 있게 된다. 파동에서 입자의 위치와 관계되는 물리량은 파장이다. 그러므로 위치의 불확실은 파장에 의한 것이고 파장과 운동량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므로 운동량에의 정확성 또한 모호해진다. 


예로서 똑같은 파형이 반복되는 경우의 파장은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운동량의 불확실성은 없다. 반면에 입자의 위치는 주어진 파의 범위에 있으므로 파가 진동하는 모든 영역이 위치가 될 수 있어 위치는 파가 있는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의 정도는 무한대이다. 파가 매우 짧게 나타나는 경우는 입자의 위치가 비교적 정확히 나타나 있는 반면에 파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므로 정확한 파장의 측정이 어려워 운동량 값의 불확정성이 커지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주어진 위치에서 반복 파형의 파는 파장을 더 잘 측정할 수 있으므로 운동량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 반면에, 파가 형성된 폭이 앞의 경우보다는 훨씬 넓으므로 입자의 위치가 더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운동량의 측정은 점점 더 불확실하게 되고, 반대로 운동량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하면 할수록 위치 측정의 불확실성은 더해진다. 이것은 동시 측정에 있어 위치 측정의 오차와 운동량 측정의 오차를 곱한 값이 어떤 상수값 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불확정성에 나타나는 플랑크 상수의 값은 10-34 정도로 대단히 작은 값이다. 이 양이 매우 작다는 것은 일상적 세계에서는 무시할 수 있고 이 원리가 가시적으로 적용되는 세계는 원자 이하의 세계라는 뜻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Uncertainty principle는 입자/파동의 이중성의 필연적 귀결이고 물리량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의 정밀도와는 관계없는 자연법칙이다. 양자의 세계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정확히 측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 이는 모든 자연과정이 역학적 법칙에 의해 운동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운동량과 위치와의 관계처럼 에너지와 시간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기술할 수 있다. 시간의 간격이 매우 짧게 알려지면 대신에 에너지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이 순간 동안에 에너지의 불확실성 정도가 아주 크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가질 수 있어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성립되지 않아도 된다. 핵자 내의 중성자나 양성자는 매우 짧은 시간 간격 동안에 파이온 pion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는데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에너지 보존법칙을 위배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원자의 세계와 같은 미시 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거시 세계에서의 시간 간격은 상당히 길므로 에너지 보존법칙은 항상 성립되고, 이 원리에 의한 효과는 완전히 무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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