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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08. 2021

보편성

양자역학


수소를 비롯한 원소의 선스펙트럼 각각이 하나가 아니라 더 미세하게 쪼개져 있음이 정밀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선스펙트럼이 에너지 상태를 말하므로 에너지가 어떤 이유에 의해서 미세하게 다른 에너지의 상태가 존재하는 것이다. 선스펙트럼의 형태는 원자 안의 전자와 핵 내의 양성자의 전기적 끌림력에 의해 궤도가 결정되며 생긴다. 하지만 여러 주어진 외부 환경에 의하여 궤도 에너지가 쪼개질 수 있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기장이나 전기장과 같은 외부에서 주어진 힘이 전자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에너지의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다. 수소 원자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전자의 스펙트럼선이 미세하게 갈라진다. 이러한 현상을 제만효과라고 부르는데 선스펙트럼은 외부에서 걸어준 전기장에 의해서도 쪼개진다. 외부 자기장이나 전기장에 의한 스펙트럼선의 쪼개짐을 슈뢰딩거방정식은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자기장이나 전기장 등의 힘을 주지 않아도 스펙트럼선은 매우 미세하지만 분명히 둘로 갈라져 있다. 이는 마치 분해능이 높은 확대경으로만 보이는 매우 미세한 쪼개짐이다. 그런데 궤도 상에서 전자는 그냥 도는 게(공전) 아니라 자신이 회전하면서(자전) 돈다. 이때 회전하는 방식, 시계 반대방향으로 아니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 가에 따라 미세하지만 에너지의 차이가 있다. 전자의 회전을 스핀이라고 한다. 스펙트럼선이 갈라지는 이유는 궤도의 각운동량이 전자의 스핀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자가 도는 방법의 가짓수는 두 가지 이므로 스핀 1/2을 가진다. 원리적으로 스핀은 3/2, 5/2 등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전자와 같이 스핀이 반정수 배가 되는 입자를 페르미온 Fermion이라 한다. 페르미온은 동일한 입자 두 개가 동시에 같은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원자 안에 있는 두 개의 전자는 결코 같은 에너지 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원자의 가장 낮은 에너지 준위에는 전자가 두 개만 자리할 수 있다. 바닥상태의 에너지에서 두 전자는 스핀이 어긋나 있는 상태여야만 같은 에너지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배타 원리 Exclusion principle라 하는데 전자와 함께 양성자와 중성자 등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모두 페르미온이므로 배타 원리를 따른다. 이에 비해서 스핀이 0, 1, 2,.. 의 정수배인 입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입자를 보손 Boson이라 하고 이들 입자는 배타 원리에 구속되지 않아 개수에 상관없이 동일한 에너지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양자 방정식은 이처럼 선스펙트럼의 미세함 쪼개짐을 모두 설명한다.  


기술했다시피 뉴턴역학의 본질적인 특징은 물리 현상의 초기 조건이 미래의 상태를 결정한다. 뉴턴의 물리 체계를 수학적으로 정립한 라플라스는 미래에 대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뉴턴의 체계에 찬탄을 거듭한 나머지 이를 무한한 지혜를 가진 악마의 행동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결정론은 물리 현상이 인과적 과정에 의해 반드시 원인에서 결과로 진행되어 미래가 결정된다. 양자역학 체계에서는 결정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은 뉴턴역학에 견주어 물리 현상을 기술하는 상태가 보다 더 추상적이며 상태 자체가 직접적으로 관찰되지도 않는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정확히 측정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이 물리적 상태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결정할지라도 그 자체로서 각 부분에 대한 위치와 운동량이 정확한 값으로 표현되지 않고 단지 실험에서 허용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한 결과의 확률로서만 제시된다. 그러므로 입자들의 운동은 시공간에서 정해진 궤도 대신에 확률에 의존하며 양자역학에 인과적 구조가 확실히 존재하는지는 모호하다. 방사성 물질에 의해 조절되는 치사량의 독극물이 들어있는 상자 안의 고양이를 생각하자.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 망치가 독이 든 병을 깨뜨리게 되어 있어 안에 있는 고양이가 죽게 된다. 이때 고양이의 생사에 대해 양자방정식을 푼다면 어느 시간에 고양이가 죽었을 확률은 몇 퍼센트 등으로 해가 구해질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생사 여부는 상자를 열어보면 된다. 실험을 통하여 보는 고양이의 상태는 죽었거나 살아있거나 단 두 가지의 상태임에도 양자역학은 죽음과 삶 사이의 상태를 예측할 수밖에 없으므로 매우 불완전해 보인다. 


확률적 해석은 양자화(불연속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양자화는 모든 실험을 통해 맞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비록 확률적 해석으로 마치 자연을 불확실하게 해석하는 것처럼도 여겨지나 그렇지 않다. 양자역학이 올바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서 앞서 기술한 스핀이 있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모든 입자는 스핀을 고유하게 가지고 있다. 스핀은 양자론에서 독립적으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양으로서 양자론의 조건에서 만이 스핀 개념을 세울 수 있다. 이중성에 근거하여 이에 맞는 조건을 설정하면 매우 자연스럽게 스핀을 두 개 또는 세 개 등 스핀의 양에 따라 구성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뉴턴역학으로는 이 양을 구성할 수가 없다. 


알파붕괴의 경우는 양자역학의 이중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의 전형적인 예이며 고전역학의 실패를 보여주는 극명한 또 다른 예이다. 방사성 물질은 알파, 베타 및 감마 붕괴를 거치면서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알파입자가 방출되는 현상은 고전적으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밖으로 방출되는 알파입자의 에너지가 핵 내의 구속에너지보다 수배 정도 적기 때문에 고전역학에 의하면 입자가 핵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알파입자는 방출된다. 양자방정식은 알파입자가 핵 장벽을 뚫고 나온다는 것을 예상한다. 원자핵 관련의 원자핵의 결합에너지 Binding energy, 원자핵 반응으로서 핵분열 Nuclear fission의 연쇄반응 chain reaction, 핵융합 Nuclear fusion 등 모든 현상이 설명된다. 


레이저 Laser는 빛을 증폭시키는 장치로서 오늘날 측량, 금속가공, 정보처리, 임상의학의 치료 등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레이저 빛은 모든 빛이 위상이 같고 좁은 폭의 단색광의 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에 먼 거리까지 퍼짐을 최소화시켜 전달된다. 레이저의 원리는 광자가 바닥상태 또는 여기상태에 있는 원자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기인한다. 양자적으로 자유 방출뿐만이 아니라 유도 흡수 및 유도 방출이 가능하여 빛의 증폭이 일어나 레이저가 가능하다. 이는 전형적인 양자적 현상이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도 양자론에 의해서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질 내의 원자 사이의 결합이 이온, 금속 또는 공유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x-선을 이용한 결정구조 역시 양자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도체와 절연체 및 반도체는 에너지띠의 개념으로 전자가 있을 수 있는 허용된 띠와 있을 수 없는 금지된 띠의 개념으로 이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것들과 안 통하는 것들은 전자기학으로 어느 정도 이해되었으나 비로소 완전히 이해된 것은 양자역학에 의해서였다. 특히 반도체의 여러 현상들은 순전히 양자적으로 이해되며 오늘날 집적회로(IC)는 컴퓨터 등을 가능하게 했다. 그밖에 전기저항이 어떤 온도 이하에서 사실상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인 BCS 이론도 양자현상 기반의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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