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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2. 2021

상보성과 얽힘

양자역학

양자역학이 완성되는 과정은 새로운 실험적 결과와 이에 대한 이론적 해석이 등장할 때마다 극적인 순간의 연속으로 점철된 극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정말 자연에 존재하는지가 가장 큰 논쟁거리였다. 아울러 현상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을까와 기술된 방정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등 양자역학은 어느 것 하나 깨끗이 물리적으로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양자론의 핵심은 물질의 파동과 입자의 이중적 성질이다. 원자의 세계에서는 파동을 입자적으로 또는 입자를 파동적으로 이중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입자의 파동성으로 말미암아 양자화된 물리량은 확률로서만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자 방정식이 물리량을 확률로써 결과를 제시할 때, 관측은 물리량을 결정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양자 방정식은 입자의 위치를 어디에 어떤 확률로서만 예측하지만 관측하는 순간 위치는 확정된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측정의 능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측정 한계에 관한 문제이다. 이러한 양자 세계의 모순적 속성에 대한 합리적 해석 또는 원리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보어와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디랙 등의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정립을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였다. 보어가 내세운 상보성(complementarity)은 양자 세계의 모순적 속성은, 확률로서밖에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함, 내재적이기 때문에 결과는 언제나 고전적인 용어로 기술해야 한다는 뜻이다.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위치를 알고자 하면 운동량을 포기해야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이거나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자연법칙이므로 상보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어떤 물리적 계의 한 측면에 대한 지식은 그 계의 다른 측면에 대한 지식을 배제한다는 뜻으로 광의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양자역학의 수십 년 동안의 정립 과정에서 나온 올바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고는 이중성을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많은 물리학자가 보어의 상보성의 원리를 따랐어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적으로 이렇게 기술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물리적 실재는 비국소성과 얽힘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국소성은 힘이 전달되는 메커니즘이 없이 순식간에 전달되는 원거리 작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국소적으로만 가능해야 한다. 얽힘(Entanglement)이란 서로 멀리 떨어진 물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분명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계가 공간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러한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데, 얽혀 있는 상태에서는 한 계의 상태가 결정됨과 동시에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측정이 필요 없이 공간적 거리와는 상관없이 다른 계의 상태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얽힘 현상은 비국소적 성질을 가지므로 물리적 실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 실험을 통하여 양자역학이 얽힘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양자 수학 체계는 문제가 있다고 기술했다. 이런 연유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이론은 완전한 것이 아니고 어떤 숨은 변수들에 의해 기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이 생각은 벨에 의해 도전된다. 벨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양자역학에서 주는 결과와 양립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양립이 안 되므로 벨 부등식의 사실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어 벨 부등식이 맞으면 얽힘 현상은 존재한다. 


얽힘 현상은 실험으로 증명이 매우 어려웠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얽힘 현상이 발견되어 오히려 얽힘이 순전히 양자역학적 효과임이 밝혀졌다. 양자 컴퓨터의 개념은 얽힘 현상에서 비롯된다. 얽힘은 두 시스템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상관관계로서 고전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 얽힘은 두 계가 공간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존재할 수 있는데 얽혀 있는 상태에서는 한 계의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즉시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하게 된다. 측정이 필요 없이 다른 계의 상태가 결정되는 데 공간적 거리와 상관이 없다. 20세기 후반에 실험으로 얽힘이 증명되므로 양자역학이 맞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부정되었다. 


양자 얽힘 이론이 등장한 이후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양자 전송 실험 등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양자 얽힘 이론의 예측을 실증할 수 있었다. 얽힘이 만약 실용화되면 이는 전자기파의 발견과 그 응용에 버금가는 인류 문명의 진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은 분명히 얽힘을 예측하고 지난 100년이 넘는 기간에 양자역학은 모든 실험의 결과와 일치하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뉴턴 역학의 정립에 한 세기가 걸린 것처럼 양자역학 또한 얽힘의 증명으로 진위에 종지부를 찍는 데 한 세기가 걸렸다. 물론 양자역학 이후 이를 근저로 발전된 입자물리학의 이론적 진보를 보아도 양자역학은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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