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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7. 2021

러더포드 산란

원자 실험

새로운 이론이 고전 물리의 이론을 대체하고 있던 시점에 원자 이하의 세계에 대한 온갖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론과 실험의 지식이 서로를 고양했기 때문이다. 이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실험 또한 이론적 진보와 병행하듯이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된다. 실험의 양상이 그 이전과는 구조 면이나 무엇을 관찰하느냐의 관점에서 매우 달랐다. 19세기 말의 톰슨 실험은 원자의 구조 이해에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의 실험은 원자론을 믿지 않는 실증 주의자들의 관점을 무색하게 만든 사건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원자를 더는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라고 믿고 있었던 원자론자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상 전자를 발견한 톰슨은 원자가 전자와 양의 물질로 이루어진 중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원자 모형을 제안하였다. 그의 원자모형은 양의 전하 물질 내에 음의 전자가 드문드문 박혀 있는 형태였다. 백설기 떡에 검정콩이 군데군데 박힌 구조를 상상하면 알맞다. 제시된 원자모형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아이디어와 기술적 구조물이 필요했다. 우선 가장 큰 이슈는 실험에 이용되는 에너지였다. 원자 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톰슨이 실험에 사용했던 크룩스관 안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보다는 더 큰 에너지를 이용하여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거의 반세기 동안 많은 실험에 사용되어 왔던 크룩스관 등의  관을 이용한 실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수행해야 했다. 


1911년에 어니스트 러더포드 Ernest Rutherford는 알파 입자를 표적에 입사시키는 놀랍고 창의적인 실험을 하였다. 알파 입자는 방사성 붕괴의 하나로서 19세기 말에 발견된 방사성 물질이 안정화를 위하여 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 베타 및 감마 붕괴의 세 가지 방사능 붕괴 중에 알파 입자를 러더포드는 사용하였다. 에너지가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붕괴를 통해 방출되는 알파 입자의 에너지는 약 4백만 전자볼트로서 크룩스관 안에서 발생되는 음극선(전자빔)의 에너지보다 200여 배 크다. 우라늄 또는 라듐으로부터 사방으로 방출되는 알파 입자는 구멍이 뚫린 납판을 배치하여 알파 입자가 구멍을 통하여서만 실험 장치에 입사되도록 하였다. 알파 입자를 표적에만 국한하여 빔의 형태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입사된 알파 입자는 매우 얇은 금 표적과 충돌하여 금 원자와 산란을 일으켰다. 금을 표적으로 사용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원자는 매우 작아 표적의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는 금속이면 표적으로 좋은 대상이 되었다. 금은 물러서 금속 중에 가장 얇게 펼 수 있었다. 일파 입자는 표적을 때린 다음 밖으로 나올 것이었다. 알파 입자들이 섬광을 발생시키도록 벽면에 황산아연을 발랐다. 


밖으로 나온 알파 입자는 스크린을 때리면서 섬광을 발하므로 눈으로 이를 관찰하여 기록하였다. 표적을 통과한 알파 입자의 대부분은 입사 방향과 같은 방향이거나 매우 작은 각을 이루었다. 그런데 개중에는 입사 방향과 매우 큰 각을 가지고 다시 튀겨 나오는 알파 입자도 관측되었다. 이러한 사건은 8천 개 중 1개 정도로 매우 드물었고 개중에는 입사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되튀는 알파 입자도 있었다. 매우 강한 반발력을 함의한다. 튀겨 나오는 입자들이 실지로 표적과의 산란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위하여 납과 알루미늄 등의 다양한 금속의 표적을 사용하여 원자량에 따른 산란의 정도를 관측하였다. 금속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뒤로 되 튀겨 나오는 입자도 이에 비례하여 더 많았으므로 알파 입자의 산란은 표적 금속과의 반응이었다. 


실험의 결과는 원자 안에 양의 전하의 물체가 어느 한 곳에 매우 작게 뭉쳐 있다면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사된 대부분의 알파 입자들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원자를 통과할 것이고 반면에 가운데의 양의 전하 부분으로 입사된 알파 입자는 강한 반발력으로 인해 입사 방향과 매우 큰 각을 이루며 되튀게 될 것이다. 실험 결과는 톰슨의 모형보다는 원자가 중앙에 원자핵인 양성자들이 있고 그 주위를 같은 수의 전자가 돌고 있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형태의 모형인 것을 말해주었다. 원자모형에 대한 러더포드의 제안대로라면 양성자가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의 질량은 원자핵 내에 양성자가 몇 개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원자 모형이 올바르다면 원자의 질량과 전하의 비율이 일정해야 하지만 주기율표 상의 원소 중에 무거운 원소일수록 이 비율은 일정하지 않다. 실제로는 무거울수록 비율은 더 커져서 원자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합보다 훨씬 크다. 전자와 양성자를 한 개씩 가지고 있는 수소 원자는 질량이 거의 양성자의 질량인 반면에 전자 두 개와 양성자 두 개를 갖고 있는 헬륨의 질량은 수소 질량의 약 4 배이다. 질량이 일치하지 않는 원인으로 핵 안에 양성자뿐만이 아니라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의 존재를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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