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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8. 2021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

원자실험

원자핵은 지름이 불과 수 펨토미터(10-15m)이고 원자의 크기는 핵의 약 10만 배로서 수 10-10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원자의 질량은 핵의 질량이 대부분일 만큼 핵은 무겁고 고밀도의 구조이다. 원자를 직경 100 미터 원의 크기라고 가정하면 중앙에 콩알만 한 크기의 원자핵 주위를 반경 100 m 밖에 모래알 크기의 전자가 돌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알파 입자가 금 표적을 그냥 통과해 버리고 매우 적은 수만이 드물게 큰 각으로 되튀는 현상은 이처럼 원자의 내부는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양성자들 사이의 전기적 반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밀집해 있다. 전자와 핵은 서로 끌어당기는 전기력으로 구속되어 원자를 이룬다. 그런데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핵 안에 강하게 뭉쳐 있을 수 있다. 중성자는 전기가 없으므로 차치하고라도 양성자들은 원자번호가 크면 클수록 많아지므로 이들 사이의 반발력이 더 크다. 그러나 러더포드 실험에서 보듯이 핵은 매우 작은 크기로 뭉쳐있다. 핵 안의 양성자끼리의 반발력보다 더 큰 끌림력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핵 안에 뭉치도록 추론할 수 있다. 원자의 내부는 하나씩 하나씩 베일이 벗겨졌다. 


19세기 말부터 1940년대에 이르기까지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서 원자가 확실히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이즈음의 발견은 모두 노벨상 수상감이 될 만큼 중요한 성취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과학 영역 밖이라거나 탐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었다. 19세기 중반에 돌턴이 원자가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했어도 여러 정황을 고려한 사변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20세기 초의 원자는 전자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실제적 구조물이었다. 원자의 장막 안의 새로운 정보는 알려진 지식을 바탕으로 새 지식이 쌓이는 반복적 구조를 가진 점진적 축적의 결과였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를 각인시켜 우리가 감각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세계의 존재를 알린 신호탄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20세기의 실험은 근대 과학 이래 실험이 전과 후가 나뉘는 이정표가 되었다. 


물리 세계의 근본 요소가 인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론에 의해 이미 알려졌다. 전기와 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전자기 이론을 구성하는 수학적 구조물은 전기장 또는 자기장의 선속이나 전류의 흐름같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 느낄 수 있는 세계와 그 세계의 근저에 수학적 언어로만 표현되는 심층의 실재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느끼고 만질 수 있는 대상과 근본 요소 사이에 성립하는 수학적 관계뿐이다. 이러한 성취는 미래의 실험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실험적으로 밝혀내야만 하는 예측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20세기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실험적으로 아는 방법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시대였고 이러한 실험적 결과들이 원자의 세계를 수학적 구조물로 이해하는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러더포드가 수행한 실험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이후의 실험은 모두 러더포드 실험의 연장선 상에 있다. 


규모만 다를 뿐이지 오늘날 물리학의 산란 실험은 모두 러더퍼드 실험의 미메시스이다. 1930 년 대 초반까지 원자 연구에 알파 입자는 입자빔으로 활용되었는데 라듐이나 폴로늄 등의 방사능 원소로부터 얻으므로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19세기에 반세기 이상을 크룩스관을 이용한 실험에서 알파 입자 실험으로 전환된 이유는 에너지였다. 입자의 에너지가 크룩스관의 전자빔(음극선)의 에너지보다 수백 배 높아 입자 실험은 크룩스관 실험보다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에너지가 높으면 그만큼 원자 내부를 더 깊이 파헤칠 수 있으므로 인위적으로 에너지를 높이고자 하였다. 비 방사성 원소로부터 전자와 양성자를 추출하여 인위적으로 원하는 에너지의 입사 입자를 만들어내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하전 입자를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속시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었다. 


러더퍼드 실험은 입자 검출 방법의 여러 연구 또한 촉발하였다. 1912년의 윌슨 Wilson에 의해 개발된 안개상자 Cloud Chamber는 산란된 입자의 궤적으로 전하뿐만이 아니라 운동량 및 에너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기존의 산란된 입자의 수를 세기만 하는 실험보다 매우 획기적이었다. 원통형 낮은 압력의 수증기가 채워진 상자의 밑면을 급작스럽게 내려 부피를 팽창시키면 수증기가 과포화 상태가 된다. 이 순간에 하전 입자가 지나가면 입자가 지나가면서 주위의 기체 분자를 이온화시킨다. 이온화 과정 중에 수증기의 응축 현상이 일어나므로 입자의 경로가 나타나게 된다. 고공의 비행기가 뿜는 궤적을 상상해 보라. 상자는 일정한 자기장이 걸려 있어 하전 입자의 양, 음의 전기를 구별할 수 있었다. 사진에 나타난 입자의 궤적은 기하적 판별이 가능하므로 입자의 물리량을 알 수 있다.


안개상자는 1940년대까지 우주로부터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입자인 우주선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실험 장치로 이용되었다. 우주선은 알파 입자의 에너지보다 최소한 수백 배 더 컸다. 당연히 알파 입자 실험으로 관찰하지 못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수백 MeV에서 드물게는 GeV급의 고에너지를 가진 우주선 Cosmic ray이 지구의 대기권으로 들어와 대기 입자와 충돌하며 다른 입자를 생성시킨다. 검출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우주선 실험은 더욱 정밀해졌고 산의 정상에 설치하거나 커다란 풍선에 띄우거나 해서 뜻하지 않게 전자와 양성자 및 중성자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입자의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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