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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9. 2021

가속기, 20세기 실험의 총아

원자실험


입자를 가속하기 위한 에너지원은 전기를 쓰면 된다. 9 볼트의 건전지를 생각하자. 이 건전지를 연결하여 전구를 켜는데 쓴다면 전선을 따라 음의 전기(또는 양)가 전극을 넘어서면 9볼트의 전압을 얻게 되어 에너지가 증가한다. 비슷한 원리로 전자나 양성자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극을 통과한 입자는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먼저 에너지 단위를 살펴보자. 입자의 가속 에너지는 전자볼트 electron volt로서 전압과 같은 값을 갖는다. 1 전자볼트는 하전된 입자가 1 볼트의 전압이 걸려있는 판 사이를 지나면서 얻는 에너지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알파입자의 에너지가 약 4백만 전자볼트이므로 이 에너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4백만 볼트의 전압이 필요하므로 전극에 수백만 볼트의 전압을 걸어주어야 한다. 유럽은 19세기에 이미 수만 볼트의 전기를 얻을 수 있었다. 크룩스관의 전압이 수만 볼트로서 각종의 실험을 할 수 있었는데 수백만 볼트의 전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으로 가속된 입자를 얻어 의미 있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알파입자의 에너지와 우주선의 에너지보다는 커야 했다. 원소로부터 전자와 양성자를 분리시켜 고전압을 걸어주면 이들 각각은 반대 극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에 간단해 보이는 가속장치는 초고 전압이 요구되므로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다.


1930년에 콕크로프트 Cockcroft와 월턴 Walton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가속기는 200 keV 에너지의 양성자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에너지는 알파입자의 에너지보다 20배 작고 우주선의 에너지보다는 턱도 없이 작으나 최초로 입자의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얻어내어 입자가속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가속기의 원리와 장치에 가장 가까운 모형의 개발은 이듬해 로렌스 Lawrence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전된 입자를 가속시켜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우 큰 전기장, 즉 매우 큰 전압의 전지를 이용하면 될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실용적이지도 않고 1백만 볼트의 전지를 개발할 수도 없다. 대신에 하전된 입자를 제한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전압이 일정한 전기장 속에서 운동시키면 계속 가속시켜 원하는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 하전입자를 자기장에 의해 원운동 하게 만드는 원리를 이용하면 초고 전압의 전지 대신에 입자를 효율적으로 가속시킬 수가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사이클로트론 Cyclotron으로 로렌스에 의해 가장 처음에 개발된 가속기이다.


사이클로트론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적절히 이용하여 하전된 입자를 수백만 eV 정도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 일정한 자기장 하에 원운동 하는 하전 입자에 전압(전기장)을 규칙적으로 주며 반전시켜 가속시키는 것이다. 장치에서 입자의 에너지를 더 크게 하려면 전자석을 더 크게 만들면 된다. 최초는 시험용으로 직경 28 cm에서 1 MeV의 에너지가 얻어졌고 연이어 70 cm에서 4.8 MeV로 알파입자 에너지를 넘어섰다. 1930년대 말에는 1.5 m에서 19 MeV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비록 우주선의 에너지보다는 작을지라도 빔을 인위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실험에 적용되었다. 1940 년대에 원자핵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이 사이클로트론을 통해 밝혀졌는데 다양한 원소를 표적으로 이용하여 여러 붕괴 형태의 관찰이 기능했기 때문이었다. 사이클로트론이 핵물리학 실험을 위한 고에너지 빔의 최고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사이클로트론의 구조상 더 큰 에너지를 위해서는 점점 더 큰 전자석을 만들어야 하므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더군다나 일정한 자기장이 유지되도록 하는 대규모의 전자석을 만드는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이클로트론은 입자를 수백만 전자볼트 이상으로 가속할 수는 없었다.


가속 에너지를 약 40% 높인 싱크로사이클로트론 Synchrocyclotron이 개발되었다. 가속 원리는 입자의 속도 변화에 교류 전압의 진동수가 변하도록 설계한 것이나 본질적으로 사이클로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싱크로사이클로트론을 사용하여 입자의 에너지를 약 200 MeV까지 더 높일 수 있었으므로 우주선 에너지와 대등하게 되어 우주선 연구에서 가속기 연구로 전환하는 이정표 구실을 하였다. 1947년에 하전파이온이 우주선 연구로 발견되었는데 이듬해 중성파이온이 우주선이 아닌 가속기로 발견되어 본격적인 가속기 활용 연구의 시대가 열렸다. 원자와 그 안의 핵의 구조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주기율표의 원소의 개수를 상상하면 실험을 통하여 핵의 구조를 알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실험이 진행되어야 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싱크로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여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 외에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은 상호작용에 직접 참여하는 입자들인 바리온 Baryon(중입자)과 상호작용에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메존 Meson(중간자) 들로 구분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입자들의 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밝혀지지 않았고 얼마나 많은 입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이를 알기 위해서 더 높은 에너지의 가속기가 필요했다.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 또 다른 설계가 필요했다. 전자석은 직경이 5m 가까이 되는 초대형 자석으로서 한 덩어리로서 자석을 더 크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싱크로사이클로트론에서 얻은 수많은 물리적 결과들은 이론적으로 이해되어 쿼크가 등장할 때까지 입자정역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바야흐로 온갖 규칙이 존재하는 입자정역학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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