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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20. 2021

입자들의 규칙

입자정역학


일반적으로 물리학에서 역학은 대상의 움직임 여부에 따라 정역학과 동역학으로 크게 나뉜다. 유체나 물체(강체)의 역학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먼저 이해하고 운동하는 경우의 역학이 정립되었다. 그러므로 정역학의 발전을 거쳐 동역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원자의 구조와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 그리고 그들 외의 기본입자들의 물리학적 특성도 정역학과 동역학으로 나누어진다. 입자들이 발견되던 시대였던 20세기 전반은 입자 정역학의 시기였다. 입자들의 발견을 토대로 그들의 규칙성을 밝혀내던 시대였다.


19세기 중엽에 돌턴이 원자를 최소 단위로의 규정한 사건은 기원전 레우키포스, 데모크리토스 및 루크레티우스 등 원자론자들의 원자에 대한 단순 사변적인 것을 넘어선 첫 사례였다. 그즈음에 이미 수십여 종의 원소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원소를 최소 단위로 규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원자는 최소 단위가 아니었다. 19세기 말엽부터 1930년대에 이르는 약 40년 동안에 걸쳐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의 구성 요소가 밝혀지는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에 이들 외에 다른 입자도 발견되었다. 처음으로 발견된 입자는 전자와 모든 성질은 같으나 전하만 다른 양전자였다. 디랙 P. A. M. Dirac에 의해 이미 이론적으로 예견된 양전자는 반물질 Anti-Matter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신호였다. 이로써 전하를 가진 모든 입자에 대하여 전하가 반대이고 다른 모든 성질이 같은 반입자 Anti-particle가 존재하지 않을 명분이 없어졌다. 양전자 외에 당시에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파울리에 의해 이론적으로 가정된 중성미자가 있었다. 빛은 원래 알려져 있던 것이므로 광자를 포함하면 이때까지 알려진 입자는 모두 6개로서 이들을 물질을 이루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라고 간주하였다. 실험적 발견이 이렇게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실에 기인했다. 더군다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를 예측할 만큼의 대담한 이론적 추론이 정립될 만큼의 상황도 아니었다.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면 기본입자로 편입해서 이들의 성질을 알아보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다만 이들의 연결 구조는 미지수였다. 당시 알려진 6개의 입자를 기반으로 핵 내부에 존재하는 힘의 근원을 규명할 수는 없었다. 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들이 가지고 있는 끌림력(강력)이 있으려면 그들을 당기는 원인으로서 입자(파이온)가 필요하다. 이 입자의 예견은 입자가 있어야 하는 당위성뿐만이 아니라 원자를 이루는 입자 외에도 다른 많은 입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선 6개의 입자 외에 뮤온입자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 입자가 파이온 pion 입자인 줄로 생각한 것은 당연하였는데 새로운 입자의 질량이 예측된 파이온의 질량과 비슷하게 전자보다 약 200배 더 무거운 입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뮤온이라는 입자는 핵과 강력 Strong force에 의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뮤온은 전자와 질량만 다를 뿐이지 전자의 특성과 비슷하여 전자와 같은 족 family의 입자로 분류될 수 있었다. 전자와 뮤온은 경입자 Lepton 족에 속하여 전자기력에 의해 상호작용한다. 이들은 놀라운 규칙성을 가지며, 상호 작용을 통해 오직 규칙성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다른 입자들로 붕괴한다. 경입자 수 Lepton number라는 고유의 보존되는 양을 갖는데 전자와 뮤온이 각각 독립적으로 경입자 수를 가진다. 이들이 상호작용할 때는 항상 작용 전과 후의 경입자 수가 같도록 유지된다. 그러므로 뮤온이 전자로 붕괴되는 경우에 붕괴 전과 후의 뮤온 경입자 수와 전자 경입자 수가 반드시 같도록 일어난다.


원자핵을 이루는 중성자와 양성자는 파이온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강력으로 핵 안에 단단하게 구속되어 있다. 강력에 의한 입자의 상호작용 또한 전자기력에 의한 상호작용처럼 그것만의 특성이 있다. 강력에 참여하는 입자가 고유하게 존재하여 강입자 Hadron라 이르고 강입자에는 중입자와 중간자의 두 종류가 있다. 중입자는 강력에 의한 상호작용에 직접 참여하는 입자이고 이들이 강력으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매개시켜 주는 입자가 중간자이다. 1950 년 대 이전까지만 해도 중입자로서 양성자와 중성자, 중간자로서 세 개의 파이온 등 오직 5종의 입자가 알려져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들로부터 강력의 기본적 상호작용의 형태는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원래 기본입자로 여겼던 6종 외에 뮤온과 세 개의 파이온 등 4종의 입자가 더해져 모두 10종을 기본입자라고 간주하는 것이 실험적으로나 이론적 추론으로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전자나 뮤온 등이 그들 고유의 경입자 수를 가지는 것처럼 중입자 또한 중입자 수 Baryon number라는 고유의 양자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반응을 통하여 중입자가 생성되면 중입자 수가 보존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반중입자가 생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반응하여 두 개의 양성자와 한 개의 중성자가 생성되는 그러한 반응은 있을 수 없으므로 두 개의 양성자와 한 개의 중성자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개의 반양성자가 같이 생성되어야 한다. 


가속기 에너지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검출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발견된 많은 입자는 공통된 물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양성자, 중성자보다 질량이 훨씬 큰 이들 입자는 성질은 비슷했다. 무거우므로 중입자 baryon로 총칭된 이들 입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스핀이 1/2인 것처럼 1/2 또는 3/2의 분수 배의 스핀 값을 가지고 매우 불안정하여 생성된 후 곧바로 붕괴하여 마지막에 항상 양성자를 남기는 특징을 가졌다.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중입자의 강력에 의한 상호작용을 매개시켜 주는 입자도 발견되었다. 이들은 중간자 meson로 명명되었다. 파이온과 같은 성질의 입자로 스핀은 정수배였다. 중간자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매개하는 역할이고 중입자는 상호작용에 직접 참여한다. 강력에 반응하는 중입자와 중간자를 총칭하여 강입자 hadron 라 한다. 그러므로 새로이 발견된 강입자도 반응 전과 후에 전하와 중입자 수가 보존되는 규칙에 따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파이온보다 무거운 중간자가 발견되자마자 기존 규칙의 적용이 벽에 부딪혀 버렸다.


50년대 직전과 직후에 우주선 실험으로 파이온보다는 무겁고 핵자보다 가벼운 것들과 핵자보다 무거운 입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전자는 파이온과 같은 중간자가 틀림없었고 캐온 Kaon 중간자로 불렸다. 후자는 핵자와 같은 중입자로서 하이페론 hyperon 입자로 명명되었다. 하이페론은 핵자보다 무거우므로 명명되었고 대표적으로 람다 Lambda와 시그마 Sigma 입자가 있다. 이들 캐온, 람다 및 시그마 입자는 생성과 붕괴 면에서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졌다. 우선 이들의 붕괴는 기존의 붕괴보다 매우 느렸다. 파이온과 양성자의 붕괴는 강력으로 일어나는 반응으로 수명은 10-23초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 반응의 수명은 10-10초 정도로서 강력에 의한 반응이 아니었다. 


이들이 강력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는 증거는 또 있었다. 강력 반응에서 반드시 지켜지는 중입자 수의 보존법칙을 따르지 않았다. 예로 파이온과 양성자는 중성의 캐온과 중성자가 아닌 람다 입자로 붕괴한다. 물론 이 반응에서 람다 입자가 중성 중입자이므로 전하와 중입자 수는 보존된다. 그러나 이 반응은 중성 캐온과 중성자로 붕괴하는 법은 없다. 이 반응이 강력으로 생성되었다면 중성자와 함께 생성되어야 중입자 보존법칙을 위배하지 않는데 이러한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직 람다 입자로만 붕괴해야 할 또 다른 규칙이 존재한다. 캐온이나 람다 등 이러한 특이한 성질을 가진 입자가 동반된 반응은 강력이 아니라 약력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이다. 특이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강력과 전자기력에서는 보존되고 약력에서는 보존되지 않게끔 새로운 양자수인 기묘도 Strangeness가 할당되었다. 캐온, 람다, 시그마 입자 등은 기묘도가 0이 아니고 그 외 나머지 중간자(파이온)와 중입자(양성자 및 중성자)의 기묘도는 0이다. 기묘도 보존이 되지 않는 약력에 의한 반응은 기묘 입자가 기묘도가 0인 다른 입자로 붕괴하게 된다. 


이렇듯 입자들의 붕괴 형태가 전자기력, 강력 또는 약력 등 어떠한 힘에 의한 것이냐에 따라 다르고 입자의 종류에 따라 달라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보존에 준거한 양자수의 도입으로 이해될 수 있었던 것은 고도의 규칙성 때문이었다. 규칙성을 표현하는 양자수는 이외에도 많이 있다. 아이소스핀, 하이퍼차지, 패리티 등 입자들의 규칙성을 설명하는 양자수는 후일 통일장 이론에 거대한 디딤돌의 역할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입자는 계속적으로 발견되어 50년대 말에 이르러서 입자 수가 100여 종을 넘어섰다. 이들 모두를 기존의 정역학 체계로 이해하려 함과 동시에 동역학 체계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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