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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22. 2021

앙자전기역학

입자동역학

디랙방정식이 상대론 효과가 적용되는 많은 물리적 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을지라도 한계는 있다. 방정식은 장(field)을 고려하여 구축되지 않았다. 맥스웰 방정식이 공간에 퍼져 있는 장을 통해 전기와 자기력이 전달되는 개념의 바탕 하에 구축된 것처럼 중력에 대해서도 장이 도입된 방정식은 일반 상대론이다. 이처럼 전자기학과 상대론에 적용된 장의 개념이 양자역학에서도 적용되어야 했다. 이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론이 양자장론 Quantum Field Theory이다. 


양자장론에서 장은 입자의 흐름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한다. 게이지 보손 Gauge Boson이라 명명된 이들 입자는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게이지 보손은 매개하는 힘에 따라 광자처럼 질량이 없기도 하고, 질량을 가지기도 하는데 매우 무거울 수도 있다. 전자와 전자기장에 대한 양자장론인 양자전기역학 Quantum ElectroDynamics: QED은 상대론적 환경에서 모든 전자기 현상에 관한 설명을 한다. 양자전기역학은 새로운 물리 현상을 알아내는 자극제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우주선으로부터 발견된 뮤온입자가 전자처럼 상호 작용하여 전자와 같은 가족에 속하는 입자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양자전기역학이 제반 전자기 현상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전자와 양전자의 충돌로 인해 생성된 입자들의 비율을 예로 들 수 있다. 전자와 양전자를 서로 충돌시켜 생성되는 입자들의 비율에 대한 실험적 측정 결과는 양자전기역학의 계산만 정확하게 일치한다. 물론 비율을 계산하기 위한 이론적 모형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양자전기역학만이 비율을 정확히 예측한다. 양자전기역학은 전자기력에 게이지 보손인 광자가 관여하도록 구축된 이론이다. 그러므로 전하를 띤 두 입자는 전자기장에 의해 상호 작용하며 서로에게 힘을 행사하는데, 이때 입자들이 전자기력에 의해 상호작용하도록 광자가 매개 역할을 하는 구조는 올바르다. 이로써 전자기력에 의해 상호작용하는 기본 입자의 힘과 상호작용의 전모는 밝혀졌다.


양자전기역학 방정식은 일반적으로 정확한 해가 알려지지 않으므로 근사적 방법으로 해를 도출한다. 이를 섭동 Perturbation이라 하는데 0차, 1차, 2차 등 하나씩 차수를 높여 더욱더 정밀하게 물리 현상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차수가 높을수록 계산 값이 작은 것이 일반적인 귀결이다. 그러나 섭동법을 적용하면 0차와 1차까지는 무난히 계산되어 실험 결과와 매우 잘 일치하지만 2차 이상의 고차 항에서는 값이 무한대가 되어 물리적으로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피하고자 무한대에서 또 다른 무한대를 등장시켜 제거하는 수학적 트릭인 재규격화 Renormalization 기법을 동원하여 유한 값을 도출한다. 수학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방법처럼 여겨지나 이 방법을 통해 계산한 이론적 예측값은 실험값과 놀라우리만치 일치한다. 


램 시프트 Lamb shift는 재규격화 방법의 정당성을 말해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수소 원자의 에너지 상태가 여태까지 이해되었던 기존의 스펙트럼과는 달리 매우 미세하게 쪼개져 있는 것이 램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러한 쪼개짐은 각운동량, 스핀, 외부 자기장 또는 전기장 또는 상대론적 효과 등 기존에 이미 알려진 것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디랙방정식의 계산에 의하면 두 전자의 바닥상태와 첫 여기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없어야 하므로 쪼개짐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에너지의 쪼개짐(램 시프트)이 재규 격화된 양자전기역학에 의해서는 설명될 수 있었다. 계산이 차수가 높은 항까지 이루어지면서 미세한 쪼개짐은 나타난다. 양자전기역학은 쪼개짐이 다른 두 궤도에 있는 전자와 진공 에너지 요동 Vacuum Energy Fluctuation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램시프트로 인해 쪼개지는 에너지의 차이는 매우 미세하여 섭동의 높은 차수에서만 일어난다. 0차수는 가장 크게 일어나는 반응으로 차수가 올라갈수록 특정의 반응의 이론적 정확도는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론이 올바르다면 0 차수 보다 차수를 높여 계산한 값이 실헌 결과를 더 잘 예측할 것이다. 양자전기역학의 섭동 계산이 정확히 그렇다. 이를 알기 쉽게 질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파인만 다이어그램은 입자들의 상호작용이 어떤 힘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를 확립한 리차드 파인만 Richard Feynman이 창안한 다이어그램은 복잡한 계산을 비교적 간단히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 역할도 한다. 다이어그램에는 규칙이 있어 직선은 상호작용에 직접 참여하는 기본 입자를 의미하고 과 구불구불한 물결선은 상호작용을 도와주는 매개입자로서 광자 등을 표현한다. 입자의 이동을 화살표로 표시하여 입자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을 반입자는 반대 방향의 화살표를 가진다. 입자와 반입자의 시간 방향이 서로 반대인데 반입자는 시간을 거꾸로 가는 것과 동일하다. 입자들의 상호작용은 3개의 선이 만나는 꼭지점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은 몇 개의 규칙으로 모든 다른 상호작용을 표현할 수가 있다. 물론 전자기력의 힘에 의한 상호작용뿐만이 아니라 강력과 약력 등 다른 힘들에 의한 입자들의 상호작용도 이 방법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 


파인만 다이아그램


다이어그램은 계산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확률도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물리적 의미도 크다. 규칙은 광자와 같은 매개입자는 물결 모양으로 표시하고 전자와 같이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입자는 실선으로 표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반물질 입자와는 화살표로 구별한다. 화살의 방향은 시간을 가리킨다. 중간의 그림은 이런 형태로 전자와 양전자 및 광자가 어떻게 엮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다이어그램은 전자와 양전자가 상호작용하여 광자로 변하는 쌍소멸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맨 오른쪽의 그림은 전자와 양전자가 광자에 의해 매개되어 뮤온입자 쌍으로 붕괴하는 반응을 보여준다. 이처럼 입자는 다른 입자로 붕괴하기도 하고 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모두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가능하다. 그림에서 중앙의 광자는 이 반응이 일어나도록 매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광자가 매개하는 힘은 전자기력이므로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여 뮤온과 반뮤온 쌍이 전자기력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뜻이다. 이때의 광자는 관측될 수 없어 가상광자 Virtual photon라 일컫는데 관측할 수는 없으나 이론적 계산에 광자의 역할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런 방법의 계산만이 실험값과 일치한다. 


가상광자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출현하여 소멸한다. 찰나의 순간 동안 기본입자가 상호작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어떤 반응에서도 광자를 방출했다가 다시 흡수하는 과정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램시프트는 가상광자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로 나타나는 현상의 대표적인 예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전자의 자체 에너지 효과로서 광자를 방출하고 흡수하는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른쪽은 램시프트에서의 광자 방출 및 흡수 과정과 전자와 양전자의 방출 및 흡수 과정을 나타낸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고차항에서 나타난다. 


고차항 다이아그램


램시프트가 설명된 계기로 고차 항에 물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만약 이론이 올바르다면 고차항을 가능한 한 많이 적용하여 계산하면 실험값과 더 잘 일치할 것이다. 양자전기역학의 이론적 예측값은 실험값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소 원자의 스핀, 제만효과 등 스펙트럼의 모든 미세 구조를 설명하고 무거운 원자들의 바깥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와 원자 내의 전자와 핵 사이의 관련 상호작용도 올바르게 예측한다. 원자의 세계에서도 전자는 분명히 도는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전자는 모멘트를 가진다. 자기모멘트와 원자되튐 실험을 통한 리드버그 상수Rydberg constant의 측정은 10억분의 일 이내에서 이론적 계산값과 일치한다. 이처럼 실험치와 이론치의 놀라운 일치는 양자전기역학이라는 이론 외에 다른 이론적 설명으로 실험치를 같이 예측할 수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비록 눈으로 관찰하지 못하는 극소의 세계의 원자 이하의 세계일지라도 실제에 준하는 지식은 이미 있다. 


양자전기역학은 지금까지 나온 물리 이론 중에서 가장 정확한 이론이다. 양자전기역학은 원자들의 행동 예측을 올바르게 하므로 이론은 참이고 자연을 올바로 묘사한다. 이 사실은 입자의 상호작용의 메카니즘으로 광자를 전자기력의 매개자로서 다룬 물리적 개념이 올바르다는 것을 함의한다. 전자기력 외에 강력과 약력에 의해서도 입자의 상호작용은 일어난다. 이들 힘에 의한 입자들의 상호작용도 매개입자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은 전자기력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성공적인 이론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전자기력에 관한 양자전기역학 이론에서 매개자로서 광자의 역할이 알려진 이상 다른 힘들도 매개자에 의해 입자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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