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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Apr 02. 2022

좋다의 현재형과 미래형

지금이 즐거우려면

두세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양손을 파닥거리며 전력질주로 달려옵니다. 자전거로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어요. 우리 사이의 간격은 한 3미터쯤 됐을까요. 물론 어린아이의 뒤뚱거리는 전속력이라 근처까지 오진 못했지만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이의 할아버지와 입을 모아 '안돼. 위험해 위험해' 급한 대로 말을 해보지만 전혀 들리는 거 같지 않더군요. 얼굴 한가득 환히 웃으며 다가오는 아이는 한 곳만 보고 있어요. 시선을 따라가 보니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게 장난감처럼 재밌어 보였나 봐요. 아이는 '재밌어 보이니 가보자'며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겠죠. 아이를 만나기 전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었어요. 어떤 생각에 골똘해 자전거가 그곳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 되지 않았어요. 현재의 아이와 어딘가에 있던 제가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저 아이처럼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흐르는 세월과 함께, 어느샌가 '좋다'보다 좋을 것 같은 것을 떠올릴 때가 많더라고요. 'oo 하면 좋을 것 같다.'식의 전제조건도 붙고요. 그냥 단순히 좋다가 아니라 조건이 붙은 좋다인 거예요. 어릴 때의 좋다가 현재형이라면 나이 든 후의 좋다는 미래형이에요. 지금보다 더 나아지면 좋을 거라는 미래 가정법인 거죠. 그러다 보니 지금 좋은 감정도 뒤로 미루고 언젠가 더 좋을 거라는데 기대를 걸죠. 확실치 않은 미래에 더 신경을 쓰느라 지금을 자꾸 놓치네요.


현재에 존재하고  순간에 몰입하라고 하죠. 만약 설거지를 하고 있다면 설거지하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 설거지 힘들다. 언제 다하나. 티브이 보는   좋겠는데. 얼른 해치우고 티브이 보자' 생각하며 그릇을 닦는  아니라, 그릇을 깨끗이 닦는  행위 자체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라고 하죠. 설거지하는 행위에 대해  이상 아무 감정 소모가 없이 현재의 행위에 몰입하는 거예요. 온갖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도 함께 차분해져요. 그릇은  어느새 깨끗이 닦여있을 거고요. 잠시 동안  순간의 흐름에 그대로 올라타는 거예요. 고요하게. 명상하는 것처럼요. 어디 조용한 곳을 찾아가 가부좌를 틀고  필요도 없네요. 산만한 마음을 현재로. 지금으로 데려와 두발 단단히 세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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