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gerun May 30. 2022

그 언젠가 우린 늘 함께였지

도로변 산책로에 누렇게 흙먼지 쌓인 킥보드가 서 있네요. 언제부터 거기 서있었는지 병아리 같은 귀여운 노란색 위로 때가 덕지덕지 붙어 만질 엄두가 나질 않아요. 누가 두고 갔을까요. 귀여운 누군가의 단짝 친구로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을 킥보드의 한때를 상상해 보게 돼요. 처음 킥보드를 손에 쥔 날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그리곤 아마 수시로 올라타고 다녔을 거예요. 이제 그만 타고 집에 들어가자는 엄마의 말에 조금만 더 타고 싶다 생각했을 거고요. 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또 함께 타고 여기저기 다녔을 수도 있겠네요. 늘 붙어 다녔을 텐데 이제는 홀로 외롭게 서있네요. 이제는 아직 많이 낡지 않은 킥보드만 저렇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타고 가다가 순간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잊어버리고 갔을 수도 있겠네요. 집에 가서   났겠어요. 아니면  이상 타고 싶지 않거나 고장이 나서 그냥 에이 모르겠다 싶어  자리에 두고 가버린걸 수도 있고요. 원인이 뭐건 간에  함께 다니던 킥보드의 부제에 아마 며칠간은 힘들겠죠. 아쉬움. 속상함. 불편함. 여러 가지 감정이 일겠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거예요. 잊어버린 거라면 엄마를 졸라  킥보드를 가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젠 그냥 걸어 다녀야지 포기하고  수도 있고요. 어느 순간 기억 속에만 머물게 되겠죠.   그때 노란 킥보드가 있었어. 참 재밌게 타고 다녔지 회상하는 거죠.


살면서 한때의 소중했던 많은 것들은 길가의 저 킥보드처럼 방치되고 잊히곤 합니다.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이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가끔 생각나면 그때 그랬지. 하는 추억으로 남는 거예요. 사는 게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게들 말하죠. 모두 다 쥐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 벽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추억 상자를 열어 보듯 소중한 추억 몇 가지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요. 마음에 구멍이 커질 때나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가볍게 웃음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지나 보낸 작고 작은 추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결국 그 작은 것들이 마음속 여기저기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대체될 수 없는 나라는 한 삶이 되었다는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가삿말처럼 의미 없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때 사랑했던 그 계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