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갈래
'노브랜드'라는 곳 가보셨나요? 상품들이 대체로 저렴하고 좋아 종종 가는 상점인데요. 장을 보다 보면 그 가게에서 틀어주는 매장음악이 유독 선명히 들릴 때가 있어요. 경험상으론 2년 이상 줄곧 같은 음악을 틀더군요. 가끔 들으면 모를까, 매일 듣는 직원들은 좀 괴롭기도 할 거 같아요.
그 음악은 박하사탕 같아요. 텁텁한 입안을 한순간에 화하게 바꿔놓는 박하처럼, 듣는 순간 청량감이 들거든요. 밝고 환한 정글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모두에게 그렇게 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경쾌한 음악을 쭉 듣다 보면 새소리도 나오는데 아마 인공적으로 만든 음이겠죠. 그런데 매번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새소리가 들릴 때까지 귀 기울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왜 그 소리가 그렇게 좋은지... 평소 새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키워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어느 날 다른 노브랜드 매장에 가니 그 박하향이 안나더군요. 그곳은 다른 음악을 틀더라고요. 당연히 한번 듣고 갈 줄 알았던 새소리를 못 들으니 허전했어요. 그때부터입니다. 유튜브에서 새소리 숲소리 ASMR을 찾아 듣기 시작했죠. 아주 작은 음량으로 틀어놓으면 창밖에서 나는 소리인지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딱 좋아요. 그러다 갑자기 왜 새소리에 집착하는가 싶더군요. 새가 키우고 싶은가. 그건 아니고요. 새가 귀여운가. 그건 더욱 아니에요. 새소리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는가. 아마도요.
어릴 적 산이나 들에서 놀다 쉴 때면 들리는 소리들이 있었어요. 한여름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을 때 적막을 깨며 드문드문 나던 새소리.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이 스치며 내는 사그닥거리는 나뭇잎 소리. 조르륵 들리다 말다 하던 약숫가 물 떨어지는 소리... 그것들이 다시 듣고 싶어요.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 '나 돌아갈래' 외치던 것처럼요,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니던 그 산 그 나무 그늘 아래로. 그때로 한 번이라도 다시 가볼 수 있다면... 벌써 갱년기인가 아니면 뒤늦은 오춘기가 온 걸까. 타임머신 개발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