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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Mar 08. 2022

그때의 그 새소리가 듣고 싶은 기분

나 돌아갈래

'노브랜드'라는 곳 가보셨나요? 상품들이 대체로 저렴하고 좋아 종종 가는 상점인데요. 장을 보다 보면 그 가게에서 틀어주는 매장음악이 유독 선명히 들릴 때가 있어요. 경험상으론 2년 이상 줄곧 같은 음악을 틀더군요. 가끔 들으면 모를까, 매일 듣는 직원들은 좀 괴롭기도 할 거 같아요.


 음악은 박하사탕 같아요. 텁텁한 입안을 한순간에 화하게 바꿔놓는 박하처럼, 듣는 순간 청량감이 들거든요. 밝고 환한 정글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모두에게 그렇게 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경쾌한 음악을  듣다 보면 새소리도 나오는데 아마 인공적으로 만든 음이겠죠. 그런데 매번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새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울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소리가 그렇게 좋은지... 평소 새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키워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어느 날 다른 노브랜드 매장에 가니 그 박하향이 안나더군요. 그곳은 다른 음악을 틀더라고요. 당연히 한번 듣고 갈 줄 알았던 새소리를 못 들으니 허전했어요. 그때부터입니다. 유튜브에서 새소리 숲소리 ASMR을 찾아 듣기 시작했죠. 아주 작은 음량으로 틀어놓으면 창밖에서 나는 소리인지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딱 좋아요. 그러다 갑자기 왜 새소리에 집착하는가 싶더군요. 새가 키우고 싶은가. 그건 아니고요. 새가 귀여운가. 그건 더욱 아니에요. 새소리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는가. 아마도요.


어릴 적 산이나 들에서 놀다 쉴 때면 들리는 소리들이 있었어요. 한여름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을 때 적막을 깨며 드문드문 나던 새소리.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이 스치며 내는 사그닥거리는 나뭇잎 소리.  조르륵 들리다 말다 하던 약숫가 물 떨어지는 소리... 그것들이 다시 듣고 싶어요.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 '나 돌아갈래' 외치던 것처럼요,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니던 그 산 그 나무 그늘 아래로. 그때로 한 번이라도 다시 가볼 수 있다면... 벌써 갱년기인가 아니면 뒤늦은 오춘기가 온 걸까. 타임머신 개발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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