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동정
전쟁이 났다고 합니다.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이국 땅의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이 쓰였지만 가슴 절절하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끔찍한 뉴스를 볼 때면 괴롭다가도 금세 일상으로 돌아오더군요.
조간신문 한쪽 구석에 어린아이의 흐릿한 흑백사진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양손에 뭔가를 쥔 채로 걸어가는 아이는 그저 산책하거나 등교하는 모습 같았어요. 한겨울용 퉁퉁한 패딩잠바와 방한 부츠를 신은 모습에 많이 춥겠구나 싶었죠.
그 아이는 이제 겨우 10살 남짓. 홀로 국경을 넘고 있는 것 같다는 기사글을 읽었습니다. 한 손에는 초콜릿을 다른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쥔 채 엉엉 울면서 걷고 있었다 하네요. 비닐봉지 안에는 펭귄 인형이 들어있었답니다. 마음이 미어지더군요. 인형을 봉지에 넣어주며 갈길을 알려줬을 그 아이의 부모나 보호자의 다급했을 심정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했을 것들을 양손에 쥔 채 울고 있는 그 아이. 뒤돌아 돌아가지 못할 그 아이. 보호자가 제발 근처에 있었기를.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과 함께 편히 집에 머물렀을 텐데. 왜 갑자기 국경 넘어 길을 헤매야 하는지. 또 지금은 어디에 안전히 도착해 있을지, 앞으로의 삶은 어떨지 기자에게라도 묻고 싶더군요. 흐릿해 잘 보이지 않던 아이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는 스스로에게 놀랬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또 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저 상황이 안정되고 아이가 집에 잘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는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전부인 나약함이라니. 어린아이가 홀로 울며 걷지 않도록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최근 브런치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선하려면 몸과 마음이 강해야 한다고. 그래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제 주변부터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힘을 길러야겠습니다.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