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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Mar 11. 2022

그 비닐봉지에는 펭귄 인형이 있었다

값싼 동정

전쟁이 났다고 합니다.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이국 땅의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이 쓰였지만 가슴 절절하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끔찍한 뉴스를 볼 때면 괴롭다가도 금세 일상으로 돌아오더군요.


조간신문 한쪽 구석에 어린아이의 흐릿한 흑백사진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양손에 뭔가를 쥔 채로 걸어가는 아이는 그저 산책하거나 등교하는 모습 같았어요. 한겨울용 퉁퉁한 패딩잠바와 방한 부츠를 신은 모습에 많이 춥겠구나 싶었죠.


 아이는 이제 겨우 10 남짓. 홀로 국경을 넘고 있는  같다는 기사글을 읽었습니다.  손에는 초콜릿을 다른  손에는 비닐봉지를   엉엉 울면서 걷고 있었다 하네요. 비닐봉지 안에는 펭귄 인형이 들어있었답니다. 마음이 미어지더군요. 인형을 봉지에 넣어주며 갈길을 알려줬을  아이의 부모나 보호자의 다급했을 심정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했을 것들을 양손에   울고 있는  아이. 뒤돌아 돌아가지 못할  아이. 보호자가 제발 근처에 있었기를.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과 함께 편히 집에 머물렀을 텐데.  갑자기 국경 넘어 길을 헤매야 하는지.  지금은 어디에 안전히 도착해 있을지, 앞으로의 삶은 어떨지 기자에게라도 묻고 싶더군요. 흐릿해  보이지 않던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 스스로에게 놀랬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또 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저 상황이 안정되고 아이가 집에 잘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는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전부인 나약함이라니. 어린아이가 홀로 울며 걷지 않도록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최근 브런치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선하려면 몸과 마음이 강해야 한다고. 그래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제 주변부터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힘을 길러야겠습니다.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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