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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Dec 17. 2019

이혼을 부르는 요소들

왜, 사람들은 이혼을 결단하는 것일까?


영화 “결혼 이야기”는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를 토대로 하여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 글에는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영화를 먼저 보고 이 글을 읽는 것도 좋겠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부부는 각자의 내레이션으로 배우자의 장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상대가 가정에 얼마나 헌신적이며,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서로가 장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부부가 서로에 대하여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상담사가 부부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 상대가 가진 장점을 열거해 보라는 숙제를 하게 해서 각자가 기록한 내용을 스스로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 찰리는 상담사의 조언대로 자신이 기록한 아내의 장점을 읽으려고 하지만, 아내 니콜은 자신이 기록한 남편에 대한 장점을 읽기를 거부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미 이 부분부터 남편은 이혼을 원치 않고 부부의 갈등을 봉합해 보려고 시도 하지만, 아내는 부부간의 갈등을 더 이상 봉합하려는 생각이 없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다루려는 영화가 아니라, 이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가 가지고 있는 갈등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왜? 아내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혼을 결단하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부부는 추구하는 것이 다를 때 서로에게 주목해 주어야 한다.


  남편 찰리는 뉴욕에서 촉망받는 연극 감독이다. 뉴욕에 와서 어렵게 극단을 만들고, 아내는 배우로서 그 극단을 세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찰리는 뉴욕이 좋다. 이곳에서 계속 노력하다 보면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하게 될 것이고 인정받는 감독이 될 것이며 안정적인 생활도 가능할 것이다. 아내 니콜은 LA가 고향이고, 그곳에서 영화배우로서 활동을 했고, 이미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니콜의 유명세가 뉴욕에서 극단을 세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니콜은 연극 무대에서 자신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자신의 연기는 LA가 더 잘 맞는다는 생각에 LA로 돌아가 활동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에게 뉴욕을 떠나 LA로 가서 활동을 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아내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연극의 대명사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이기 때문에 남편은 뉴욕을 고집하고, 뉴욕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서 니콜은 남편의 자기중심, 이기적인 면의 벽을 느끼며 절망하게 된다.


  이혼은 이런 것에서 시작된다.  남편이나 아내나 자기중심, 자기 고집을 가지고 살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면 배우자는 절망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라져 버리는 메아리처럼 부부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보면서 서서히 지치게 되고, 결국은 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나는 어떤 배우자 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부부간에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나만 따라오라고, 내 생각을 존중하라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의 어떤 커플도 결혼을  이혼으로 마치기 위해서 결혼하는 커플은 없다. 그러나 살다 보니, 자신의 가치관, 자신의 고집, 자기중심을 고수하다 보면 상대방의 가치관, 상대방의 생각과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가. 이런 충돌이 일어날 때 부부가 어떻게 지혜롭게 상대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에 따라 부부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혼은 파국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외도는 부부간의 신뢰를 흔들어 놓는다.  


  니콜이 이혼을 생각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남편의 외도였다.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자신이 LA로 돌아가서 자신이 해 보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주목하지 않고 뉴욕을 중심으로 극단을 세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에 아내는 수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않게 되고, 성관계를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은 직장 내의 한 여직원과 외도를 하게 된다. 이 사건은 아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남편이 자신을 존중하여 LA로 가지 않는 것도 큰 갈등의 요소인데 , 이제는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외도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내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여기서부터 부부는 더 큰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아내는 LA로 가서 얼마간 그곳에서 새로운 연예계의 일을 해보기로 결단하고 아들 헨리를 데리고 LA의 친정 집으로 떠난다.


  외도는 부부간의 관계에 심각한 균열과 충격을 가져온다. 살다 보면 서로를 실망시키고, 신뢰를 흔드는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지만, 외도는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한 충격을 상대 배우자에게 가져다준다. 결혼이 무엇인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신뢰하여 평생을 같이 살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약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배우자 가운데 한 사람이 그 서약을 깨뜨리고 서로에게 성실히 하지 않을 때 다가오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혼 과정에서 부부는 고통의 골짜기를 지난다.


  찰리는 니콜이 이혼을 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니콜에게 주고 자신은 모든 것을 양보하려고 한다. 자신은 아무런 것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찰리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아들 헨리였다. 아이의 양육권의 문제가 대두되자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모든 양육권을 아내가 가져가고 일평생 아이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양육과 접견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남편은 변호사를 통하여 아내와 싸워야 함을 깨닫게 된다. 아내의 변호사는 찰리의 약점과 문제를 파고들고, 남편의 변호사는 아내의 약점과 문제를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가 얼마나 양육자로서의 부적절한 사람인지 드러내어야 했다. 한때 그렇게 사랑했고, 서로를 이해해 주었던 부부가 이제는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서 부부는 여태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었던 분노를 서로에게 쏟아내다. 남편은 분노하여 벽을 주먹으로 쳐서 벽에 구멍이 나기까지 한다. 니콜이나 찰리나 서로의 결혼을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가 얼마나 애쓰고 배려하고 있었는가를 알게 되는 장면이다. 서로를 배려하려고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오해하고 밀어내려고 하는 것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부부는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게 된다. 남편은 오열을 하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그런 남편을 안아준다. 이런 과정은 부부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부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어서는 해결책이 없다. 부부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서로를 위해서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를 알게 될 때 부부는 갈등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찰리와 니콜은 이혼을 한다. 아내 니콜의 변호사는 헨리에 대한 양육권을 55%를 갖게 되었다고 아내에게 자랑을 한다. 남편에게는 45%만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는 의미이다. 그러자 아내 니콜은 왜 그랬냐고 변호사에게 말한다. 무조건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남편을 힘들게 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속에 배려가 살아나는 것을 보여준다.  이혼 후 어느 날 아이를 보러 온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이 LA에서 직장을 잡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때 아내 니콜의 표정은 묘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그런 표정이다.  니콜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럴 거였으면 진작 내가 LA로 가자고 할 때 같이 왔으면 그렇게 부부간에 갈등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당신을 거절하여 당신이 외도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이혼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이 장면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의 마지막 요소인 이혼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혼 그 이후에 부부에게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제 부부는 이혼 전 보다 더 서로를 위하여 배려해 주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엇이 부부를 행복하게 하는가? 좋은 커리어를 위하여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고 명성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부부는 서로에게 초점을 맞추어 서로를 위하여 배려를 해 주는 것이다. 찰리가 니콜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으면 어땠을까? "당신 정말 LA를 그렇게 가고 싶어? 적당히 가고 싶어, 대단히 가고 싶어,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어떤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랬을 때 아내가 안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답을 그리고 자신이 절실하게 LA로 가고 싶다는 것을 골랐다면, 남편은 심각하게 LA로 이사 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뉴욕에서의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잃지 않으려면 배우자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에서만 연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는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가정을 잃어버린다면 그런 성공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부부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나의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내 가치관과 내 생각만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에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도 갈등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가정들을 향하여 이 영화는 말한다. "남편과 아내가 자신의 고집과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 소통을 시작하고 상대에게 맞추어주며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런 배려는 부부간에 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부부들이 너무 늦기 전에, 너무 마음이 상하여 상대를 향한 애정의 등불을 끄기 전에, 연애 시절의 그 사랑의 마음을 기억하며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배려하며,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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