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acts II & Options I
최근 MIT의 금융 강의를 들으면서 선물계약과 옵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복잡해 보이는 금융상품이지만, 그 안에 담긴 리스크 관리의 철학은 사업을 하며, 그리고 인생을 살며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들이 많았다.
선물거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일 정산(daily settlement) 시스템이었다. 강의에서 Andrew Lo 교수가 설명한 대로, "만약 소 농장주가 파산해서 소를 줄 수 없다면, 기껏해야 하루치 손실만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큰 위험을 한 번에 떠안기보다는, 작은 손실을 매일매일 인정하고 정산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마진콜을 받는 순간 즉시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처럼, 사업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손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의에서 흥미로월던 예시는 500만 달러 포트폴리오의 25%만 헤징하는 사례였다. "S&P가 상승하면 이전만큼 많이 벌지 못하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덜 입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완벽한 보호를 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에서도 모든 리스크를 제거하려 하면 수익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리스크와 기회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에서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레버리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5% 마진으로 거래할 때 가격이 2.5% 하락하면 수익률은 -50%가 된다"는 계산이었다. 교수는 이를 "8살 아이에게 주면 안 되는 전기톱"에 비유했다.
사업에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는 치명적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 무리한 차입을 하거나, 과도한 고정비를 지출하는 것은 마진거래와 같다. 조금만 매출이 떨어져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옵션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옵션은 보험계약과 동일하다"는 관점이었다. 현재 GE 주식이 20달러인데 18달러 풋옵션을 사는 것은, 2달러의 공제액(deductible)이 있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인생에서도 이런 옵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는 없지만, 정말 중요한 downside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교수의 마지막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장이 바보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바보 같은 가격이 나오고,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매우 정보가 풍부한 가격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참여하는 시장이 어떤 수준인지, 경쟁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따라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의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 없이 백만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차익거래 기회를 찾는 것"이라는 교수의 말이 흥미로웠다. 금 선물과 현물 가격이 적정 공식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바로 기회라는 것이다.
사업에서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부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사업 기회가 된다. 다만 교수가 경고했듯이, 그런 기회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기 때문에 크지도 않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복잡한 금융상품 이야기였지만, 결국 리스크 관리의 기본 원칙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작은 손실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수준에서 보험을 들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피하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이런 원칙들이 사업에서나 인생에서나 변하지 않는 지혜인 것 같다.
특히 교수가 마지막에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3주 동안은 금융이론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휴가를 갈 것"이라며, 사람들이 논리적이 아닌 감정적으로 반응할 거라고 한 것이다. 결국 시장도, 사업도, 인생도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