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you! You need to wear a life-jacket!”
냐짱 스노클링 투어에서 바다에 던져진 나에게 가이드가 한 말이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의 푸름과 일렁이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든 내 맘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를 느낀다. 어쩌면 바다가 아름다운 여수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주도 중문해변에서 탄성을 자아냈던 ‘윤슬’ 때문에, 또 어쩌면 피피섬에서 부서지던 하얀 바다 때문이었을지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나에게 자유를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이생과 작별 인사할 자유(?)를 주었고 그저 대 자연 앞에 인간의 나약함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나름 수영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손에 이끌려 수영 학원을 다녔고 바다로 여행을 다니며 곁눈질로 수영을 배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발이 닿는 곳에서만 잘하는 초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나의 부끄러움을 알 리 없는 서양 여행자들은 모두 팔다리를 길게 뻗으며 자유로이 냐짱의 바닷속을 탐험한다. 1분.. 2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마다 고요한 바닷속을 탐험하고 다시 시끌벅적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리곤 자신들이 바닷속에서 보았던 물고기와 산호들에 대하여 한 참을 떠들다 다시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나면 2가지 반응으로 압축된다고 생각한다. 회피하거나, 맞서거나. 나 역시도 상황에 따라 2가지 감정 중 한 가지로 귀결되고는 한다. 보통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판단되면, 맞서는 것을 택하곤 한다.
베트남 바다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은 어느 쪽이었을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판단되어, 맞섰다. 오히려 분노에 가까웠다고 할까. 이후 프리다이빙을 배웠다. 압력 평형이 잘되지 않아도 오기로 배웠다.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부끄러움을 극복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