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나이 Jan 25. 2021

더와 덜의 사이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아주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날이었다. 늦은 시간이었고, 조금의 술을 곁들였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너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그 말에 우린 꽤 멀리서 자전거를 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는 자전거를 잘 탄다고 했고, 우린 어둠이 내려앉은 밤을 지나 페달을 밟았다. 꽤나 시원했고 잔잔한 그 강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자전거 도로 위에선 앞뒤로 달려야만 했기에, 너 보다 조금 더 잘 타는 내가 앞에 섰다.

뒤따라 오는 네가 잘 오고 있는지 뒤돌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너는 자신은 걱정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달라고 소리친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면, 잘 타던 자전거도 못 타게 될 것만 같다고 했다. 나는 그런 너의 감정을 존중해야 했고, 뒤를 돌아보면 에우리디케를 잃게 되는 오르페우스가 되어 앞으로만 달렸다.

무엇인가를 잘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더욱이 더 잘하는 사람이 덜 잘하는 사람을 챙기지 않아야만 하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안다는 것과 그 순간을 나와는 다른 당신만의 방식으로 즐긴다는 사실이다.


나는 당신의 순간들을 존중했을까?

이전 01화 세상의 모든 아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