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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나이 Jan 25. 2021

더와 덜의 사이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아주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날이었다. 늦은 시간이었고, 조금의 술을 곁들였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너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그 말에 우린 꽤 멀리서 자전거를 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는 자전거를 잘 탄다고 했고, 우린 어둠이 내려앉은 밤을 지나 페달을 밟았다. 꽤나 시원했고 잔잔한 그 강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자전거 도로 위에선 앞뒤로 달려야만 했기에, 너 보다 조금 더 잘 타는 내가 앞에 섰다.

뒤따라 오는 네가 잘 오고 있는지 뒤돌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너는 자신은 걱정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달라고 소리친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면, 잘 타던 자전거도 못 타게 될 것만 같다고 했다. 나는 그런 너의 감정을 존중해야 했고, 뒤를 돌아보면 에우리디케를 잃게 되는 오르페우스가 되어 앞으로만 달렸다.

무엇인가를 잘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더욱이 더 잘하는 사람이 덜 잘하는 사람을 챙기지 않아야만 하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안다는 것과 그 순간을 나와는 다른 당신만의 방식으로 즐긴다는 사실이다.


나는 당신의 순간들을 존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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